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박중훈, 정유미, 김광식 감독. (왼쪽부터)


주변에는 조개탕 끓는 냄새가 가득하고, 소주와 맥주가 차곡차곡 쌓인 냉장고가 붉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술자리가 아니다. 영화의 제작보고회 현장이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제작보고회는 “소주 한 잔씩 하면서 영화를 소개하고 싶었다”는 박중훈의 바람으로 압구정동의 포장마차에서 진행되었다. 취직 못해 깡만 남은 여자, 세진(정유미)과 깡이 없어 맨날 맞고 다니는 동네 깡패, 동철(박중훈)은 반지하 원룸 이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동네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으며, 컴컴한 반지하에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내 곁에 있어준 단 한 사람’이라는 부제처럼 둘이 서로에게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5월 20일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트위터로 실시간 질문을 받으며 진행된 기자간담회 내용이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이라는 제목만큼이나 깡패와 취업 준비생의 반지하 반동거라는 설정도 독특하다.
김광식 감독
: 대학 동기가 대학원도 나오고 석사, 박사까지 다 했는데 취직이 안 돼서 괴로워하는 걸 봤다. 저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단 마음이 있었다. 그 친구처럼 젊은이들이 취직 못해서 고통스러워 는데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옆에 누군가 있어서 작은 힘을 보태주면 어떨까했다.
박중훈: 세진은 번듯한 학교를 나와서 모범적으로, 소위 말하는 스펙을 갖춘 사람이다. 다만 사회적인 상황 때문에 취직이 안 된 거다.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 실제로도 많고. 그런 사람이 나이가 좀 많은 3류 깡패를 만나게 된다는 건 현실적으로는 힘든 얘긴데, 그런 두 남녀가 만나서 극적으로 마음을 열게 된다는 설정이 매력적이다. 만날 것 같은 사람이 만나면 의외성이 덜한데 만나는 과정도 독특하고.

“박중훈은 잘 생기지 않아서 캐스팅되었다”



박중훈 “정유미는 눈이 참 맑은 배우”


정유미 “박중훈 선배를 처음 봤을 때 신기했다”
박중훈과 정유미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는데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
정유미
: 제일 처음 만났을 땐 되게 신기해서 선배가 들어오자마자 ‘와! 박중훈이다!’ 이런 느낌이었다. (웃음) 지내면서는 워낙 편하게 해줘서 특별히 그런 건 없었다. 연기를 같이 해야하니까 동철이란 캐릭터로 봤을 땐 큰 어려움 없다가 촬영 끝나고 쉬는시간에 선배를 보면 또 ‘어 박중훈이다!’이러면서 신기하고. (웃음)
박중훈: 정유미가 출연했던 <가족의 탄생>이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봤는데 감성이 풍부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충무로에서 듣기로는 굉장히 4차원이다,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다는 말들이 있어서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이렇게 눈이 맑은 배우를 굉장히 오랜만에 봤다. 첫 날 연기하면서 `눈이 참 맑구나` 했는데 지내보니까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더라. 다만 연기하면서 17년 차이가 나는데 남녀 사이가 아니라 조카 데리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도 막상 같이 연기하니까 20대의 건강함도 있지만 저 같은 사람을 만나도 자기 에너지가 있어서 좋았다.

공개된 스페셜 영상을 보니까 커플인데도 스킨십이 거의 없더라. (웃음)
정유미
: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신이 있긴 한데 조금 있어서 노출하면 안될 것 같다. (웃음)
박중훈: 우리 영화에서 스킨십이 나오는 부분은 아주 사랑스러운 장면이라 맑게 찍었다. (웃음) 그런 장면도 왜 칙칙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쭉쭉 빨고 이럴 땐 하는 배우도 어색한데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선 사랑스럽고 예쁘다.

영화를 위해 6kg 정도의 체중 감량을 했다고 들었다.
박중훈
: 근데 뭐 배우들이 다들 늘였다 뺐다 하니까 내세울 건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다 힘들었던 건 피부를 검게 하는 거였다. 원래 하얀 편인데 태닝을 3-4개월 동안 계속 하는 게 곤혹스럽더라. 외양적으로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수염을 기르고, 살 빼고, 피부를 검게 해서 날 익숙하게 느끼는 관객들에게 낯선 느낌을 주고 싶었다.

박중훈은 유난히 깡패 역할을 자주 맡은 것 같다. 이번에도 그런 이미지를 노리고 캐스팅한 것인가? (웃음)
김광식 감독
: 3류 깡패 캐릭터라 꽃미남처럼 잘 생긴 배우가 아니었음 했는데 박중훈 선배가 거기에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더 이상 안 잘 생긴 사람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웃음) 박중훈 선배처럼 개성 있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건달을 해야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중훈: 지금까지 영화에서 형사를 다섯 번, 깡패를 세 번, 건달까지 합하면 일곱, 여덟 번 정도를 한 것 같다. 그래도 2000년대 들어선 깡패 역할이 처음이다. (웃음) 관객들은 잘난 사람보다 3류 인생 루저한테 더 마음을 주는 것 같다. <해운대>에서는 지질학자를 했는데 쓰나미가 온다고 해도 아무도 안 믿고 그래서 박사 그만두고 거리로 나와서 깡패가 됐다. (웃음)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다”



김광식 감독 “취직 못한 친구를 위로하고 싶었다”
공개된 캐릭터 영상에서 정말 실감나게 깡패의 일상을 보여주더라. 동철을 연기하면서 실제 생활에서도 깡패 짓이 튀어나온 적은 없는지?
박중훈
: 배우들은 그런 연기를 하면 실제로도 비슷하게 된다. 특히 동철은 영화에서 화가 난 상태라 가족이나 주위에서 찍는 동안에 날 무서워했다. 2-3개월 동안 늘 화를 내고 날카로운 상태로 다녔다. 부드러운 역할을 하면 실제로도 부드럽고, 거친 역을 하면 거칠게 되는 것 같다.

세진은 계속 낙방하는 취업준비생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면접을 다니거나 오디션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는지?
정유미
: 오디션을 많이 본 편은 아니다. 운이 좋아서 데뷔하게 됐는데 몇번 오디션을 본 적은 있는데, <여고괴담- 목소리>의 오디션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오디션 자체가 인상 깊었다. 1박 2일 동안 지방 폐교에서 하루 종일 오디션을 봤는데 되게 재밌었다. 물론 떨어졌지만. (웃음)

영화 속에서 동철-세진 커플은 옆집 이웃으로 거의 반동거를 하는데 두 사람은 동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트위터로 배우 김인권이 질문)
정유미
: 생각한 적이 없어서 아직 잘 모르겠다. 근데 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모른다. 그런 사람이 생기면 얘기해 봐야지.
박중훈: 일반적인 한국의 기성세대는 이왕이면 결혼하고 동거하는 게 좋지 않냐고 하는데, 내가 20대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동거할 것 같다. 살아 보고 맞으면 결혼하고, 아니면 좋게 해어질 수도 있고. 동거는 급추천이다. (웃음)

마지막으로 영화를 곧 보게 될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박중훈
: 찍고 나도 명확히 장르를 말할 수 없는 영화가 있는데 <내 깡패 같은 애인>이 그렇다. <해운대> 하면 재난 휴먼 블록버스터라고 딱 떨어지는데 우리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고들 하는데 단순히 코미디만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박중훈이 왜 이렇게 말했는지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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