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촬영은 새벽 다섯 시를 넘겨 끝났다. 그리고 오전 일곱 시에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야외 촬영이 중단되었다. 반나절 동안 차 안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밤 아홉 시가 가까워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호수 옆에 지어진 KBS 오픈 세트의 기온이 뚝 떨어졌다. 파카가 필요한 날씨였지만 극 중 설정 상 봄옷을 입은 효선(서우)이와 은조(문근영)가 맞붙는 신에서는 하얀 입김이 쏟아졌다. 야전과 잠복근무가 반복되는 것 같은 미니시리즈의 현장, 하지만 서우는 [스타ON]을 통해 쏟아진 네티즌들의 질문에 즐겁게 답했다.KBS 촬영이 중반으로 접어들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요?
서우 :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미니 시리즈는 가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어요. 물론 요즘엔 잠을 좀 못 자긴 하는데, 예전에 했던 영화들은 훨씬 적은 예산으로 더 짧은 기간 동안 찍어야 했던 거라 그거에 비하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에서 철거촌 장면 같은 걸 찍으면서 단련된 것 같아요.
“제가 했던 캐릭터들은 모두 저와 닮았어요” 는 앞으로 감정들이 파도 칠 것 같다”" />
신인이지만 영화 , 와 MBC 등 매번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데 작품 선정 기준이 궁금해요. (정혜승 ih***)
서우 : 장진 감독님의 이 데뷔작이에요. 우연히 출연했고 한두 신 밖에 안 나왔지만 역할이 참 좋았고 좋은 감독님, 좋은 스태프들과 시작한 덕분에 이후로도 잘 연결된 것 같아요. 제가 좋은 눈을 가져서라기보다는 시작이 좋았다는 데 감사하고, 작품을 고를 때는 회사 대표님과 상의해서 정말 힘들게 결정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보다는 저한테 들어온 것 중에 가장 어려운 걸 선택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걸 하고 나면 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것요. 때는 외모도 안 예쁘게 꾸미고 성격이 좀 이상한 애로 나와야 한다는 게 걱정이었고, 때는 제가 물 공포증이 있는데 해녀 역을 한다는 게 걱정됐지만 그것들을 하면서 연기 뿐 아니라 배우로서 상황 대처법이나 마음가짐 같은 데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 중에서 자신과 제일 닮았다고 생각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josee23)
서우 : 어떤 캐릭터든 저하고 닮은 점이 있어요. 원래 아무리 재밌고 좋은 작품이어도 ‘이건 내가 하긴 좀 오그라들 것 같아’ 하는 건 잘 선택을 안 하거든요. (웃음) 의 종희 같은 경우는 저와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제 안에도 종희 같은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격지심이나,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겉으로는 “몰라!”하고 소리 지르면서 반어적으로 감정 표현하는 것들이 그랬고 의 효선이도 대본을 보자마자 ‘어, 이건 나랑 비슷하다!’ 하는 게 있었어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점이 비슷한 건가요?
서우 : 네. 엄마 아빠가 연세가 아주 많으신데 집안에서는 막내시고, 저도 저희 집에서는 막내에 늦둥이에요. 그래서 온 집안 어르신들이 워낙 예뻐해 주시고 오냐오냐해주시는 데서 자라다보니 ‘누구나 다 나를 사랑할 거야. 누구나 다 나를 예뻐할 거야’ 하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그게 아니란 걸 알았죠. 어, 내가 평생 잘못 살았구나. (웃음) 나 혼자 행복하고, 주위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해도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을 싫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효선이를 바라보는 은조의 시선도 색다르고 좋았어요.
어느새 나이가 이십대 중반이지만 굉장히 앳되어 보이는 얼굴이라 에서의 중학생 역을 비롯해 어린 역을 많이 맡았는데 어려보이는 얼굴에 스트레스 받진 않나요? (graynun)
서우 : 에서 버진이가 열다섯, 열여섯 살 정도였어요. 민망했지만 그걸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에서 아역을 쓰실 줄 알았는데 “아니, 근영이랑 네가 왜 아역을 쓰니?” 하셔서 헉! (웃음) 사실 교복 입고 연기하는 게, 그것도 한 회만 나오는 게 아니라 4회까지 이어지니까 좀 부담스럽긴 했어요. 보는 분들이 민망할까 봐. 하하하. 그런데 어떤 분이, 어쩌면 이게 네 마지막 교복 연기일 수도 있다. 내년에는 네가 하고 싶어도 못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물론 다음에 또 교복 입는 역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시켜주시는 분들이 있을 때 감사히 하자 싶어서 눈 딱 감고, 염치불구하고 했죠.
에서는 중학생에서 시작해 20대가 되는 연기가 모두 실제 나이대로 보일 만큼 자연스러웠어요. 1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까지 소화하는 연기의 폭이 넓은데, 캐릭터의 나이와 그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연령이나 특징을 표현할 때 어떻게 접근하나요. (patinablue)
서우 : 때는 감독님께서 요즘 애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중학생들이 얘기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셨어요. 그런데 요즘 중학생들은 저 때보다 훨씬 성숙하고 똑똑하더라구요. 이성을 대할 때도 그렇고 친구끼리 얘기할 때도 그렇고. 어리다고 애처럼 혀 짧은 소리 내고 그러는 게 아니구나 싶었죠. 그리고 에서는 고등학생일 때도 마음속에 많은 생각이 있고 성숙한 캐릭터였는데 의 효선이 같은 경우는 8년을 건너뛰어 스물다섯 살이 되어도 철이 든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의 구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캐릭터의 마음 속 나이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대신 외적인 변화에 따라 발음이나 발성, 톤 같은 걸 조금 다르게 잡아보려고 노력해요.
“문근영은 너무 좋아하는 동생이면서 존경하는 선배” 는 앞으로 감정들이 파도 칠 것 같다”" /> 그렇게 계속 연기를 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면 어떤 건가요. (조제)
서우 : 한약? (웃음) 솔직히 말하면 연기할 때는 ‘너무 좋다. 재미있다’는 감정을 느낄 틈이 별로 없어요. 빨리 찍어야 하고 정신없이 넘어갈 때가 많으니까. 그런데 어떤 ‘고마움’에 대한 보담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에너지인 것 같아요. 에서 바다에 들어가야 했을 때 죽어도 못 들어가겠다고 생각했지만 칠팔십 명 되는 스태프가 저만 보고 계시고, 먼저 물에 들어가 계시기도 하니까 해야 했어요. 그러니까 지금도 ‘이걸 하면 예뻐 보이겠지. 이걸 하면 인정받겠지’ 하는 생각보다도 지금 이 스태프 분들이 나를 잘 찍어주실 때 내가 감독님과 얘기했던 연기, 거기 맞는 각도와 약속을 잘 지켜서 보답하기 위해 한 컷 한 컷을 찍게 돼요. 그게 모아져서 작품이 되구요.
개봉을 앞둔 영화 에서는 윤여정, 전도연 씨 등 뛰어난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어떤 경험이었나요.
서우 : 의 윤여정, 박지영, 전도연, 이정재 선배님 모두 연기 경력이 최소 20년 이상 되는 분들이에요. 저는 감독님의 지시를 받으면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대로 표현이 잘 안 되거든요. 그래서 너무 답답한데 선배님들은 감독님과 ‘난 이럴 것 같은데? 이게 더 좋을 것 같아. 이런 건 어때?’ 하면서 토론을 하시지, 연기가 안 되는 부분은 없으신 것 같더라구요. 디렉션이 머리에 들어오면 연기가 바로 나오거나, 아니면 그 이상을 보여주시는 걸 보면서 너무 신기했고 제가 관객이 된 것처럼 빠져들어서 봤어요. 윤여정 선생님은 제가 본 여배우 중에 제일 재밌으시고, 선생님이 오시면 긴장되는 것보다도 너무 반갑고 좋았어요. 전도연 선배님도 워낙 성격이 밝으신 데다 제가 피곤하거나 아프면 걱정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보게 될까요?
서우 : 해라는 아주 강한 여자고 비주얼도 센 편이에요. 만삭의 임산부인데, 감독님께서 지금까지 중학생, 고등학생 역을 했던 제가 여주인 역을 하는 반전이 재밌는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키도 작고 배 길이도 짧은데, 제 배 길이가 한 뼘이 안 되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웃음) 특수 분장 하시는 분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에서는 비교적 나이대가 비슷한 배우들과 출연하니까 분위기가 또 다를 것 같아요.
서우 : 드라마 초반까지는 정말 친했는데 점점 바빠지면서 두 팀으로 나눠 찍다 보니 요즘은 얼굴 보면 서로 안쓰러워하면서 반가워하고 바로 연기하고 또 헤어져요. (천)정명 오빠가 항상 저희들 중심을 잡아주고 많이 힘을 주려고 노력하세요. 무엇보다 진심으로 너무 재밌어요.
언니인 은조 역의 문근영과 함께 작업하는 건 어떤가요.
서우 : 존경스러워요. 너무 좋아하는 동생이면서 존경하는 선배에요. 11년이나 연기를 했던 근영이의 연륜은 제가 흉내 낼 수도 없는 거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해왔다는 것도 대단하고, 정말 ‘배우’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은조랑 효선이 신을 찍을 때 가장 이입이 힘들긴 해요. 방금 전까지 얘기하고 장난치다가 슛 들어가면 눈에 힘주고 서로 화내야 하니까.
토슈즈 신고 발끝으로 서는 신이 있던데 전에 발레를 배운 적도 있나요? (엄사랑 llnhang***)
서우 : 아주 어릴 때 피겨를 잠깐 하다가 중고등학교 때 한국무용을 했지만 발레는 이번에 처음 해봤어요. 때부터 길러온 막무가내 정신으로 일단 했는데 토슈즈가 길들여져 있는 게 아니라 새것이다 보니까 나중엔 발 이 뭉개져서 피가 나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종아리가 원래 튼튼하거든요. 심지어 등 근육까지 있는데 파인 드레스를 입었더니 ‘김종국이 부럽지 않은 근육질 서우’라는 사진 뜬 거 보고 막 웃은 적도 있어요. (웃음) 이번에도 잘 하려다 보니까 다리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부종 생겨서 약 먹고, 마사지 기계 들고 다니면서 풀고 있어요.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는 앞으로 감정들이 파도 칠 것 같다”" />
눈물 연기가 인상적이에요. 아주 슬프지 않은 장면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데 순간적으로 몰입이 돼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특별히 슬픈 생각을 하는 건가요? (박선영 park***)
서우 : 아무 것도 모르고 데뷔했을 때 우는 신을 찍은 적이 있어요. 감정 잡는 데 시간을 주시는 줄 알았는데 “자, 큐!” 하시는 바람에 깜짝 놀랐죠. 그런데 우는 신을 찍을 때 특별히 어떤 생각을 하는 것보다 그 신에 감정이입을 하면 눈물이 잘 나는 것 같아요. 에서 아빠(김갑수)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나, 나중에 엄마(이미숙)가 변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정말 장이 끊어지는 것 같은 심정으로 운다고 설정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눈물이 잘 안 나온다고 괜히 옛날에 혼났을 때나 서러운 기억 같은 걸 생각하면서 일부러 눈물을 흘리면 나중에 봤을 때 그 감정이 아니란 게 드러나서 그렇게는 안 하려고 해요. 그리고 사실 제가 특별히 눈물을 잘 흘리는 게 아니라 눈이 좀 튀어나와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화면에 잘 보이는 것 같아요. (웃음)
는 중반부터 큰 변화가 있을 텐데 앞으로 효선이는 어떻게 될까요.
서우 : 작품 주제가 ‘누구도 착한 것만은 아니고 누구도 악한 것만은 아니다’인데 일단 스토리만 보면 효선이는 많은 구박을 받고 설움을 겪다가 모두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해서 복수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효선이의 가슴 아픈 심리가 많이 나올 거고, 그걸 바라보는 은조도 많이 아파하고. 그래서 초반에는 경쾌하게 시작했다면 이제는 감정들이 파도를 치듯이 오르락내리락하게 될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이것만은 욕심내고 싶다는 게 있다면. (annwjddl)
서우 : 배우로서는 더 용기를 갖고 마음을 더 굳게 먹고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는 정말 다양한 걸 해야 하고, 때로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지만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어떤 모습을 대신해서 보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어떤 틀에 갇히지 않고 가슴 속에서부터 단단하게 쌓아가고 싶어요.
10년 후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김일복 asd8***)
서우 : 사실 저도 그게 정말 궁금해요. 한국에 있을지 아니면 아프리카 같은 데 가서 연기를 하고 있을지. 그 중에 하고 싶은 일은 여자 연기자들이 많이 하지 않는 장르를 좀 더 하는 거예요. 액션 같은 거. 특히 일본은 사무라이 액션, 중국은 무협 액션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액션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하는 데 관심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신인 시절 ‘옥메와까’ 아이스크림 광고에서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네 가지 중에 뭘 제일 좋아하는지 궁금해요. (박선재 ka***)
서우 : 음…제가 광고를 해서는 절대 아니고, 이미 계약 기간도 끝나서 상관은 없지만 진짜 네 개 다 맛있어요! 까마쿤도 맛있고, 옥동자도 맛있고, 와일드바디는 담백해서 좋고, 가끔 또 메가톤바도 땡기고. 근데… 저는 옥동자가 제일 맛있어요. 특히 안에 들어 있는 초콜렛 부분은 아껴 먹을 정도로 좋아요! (웃음)
[스타ON]은 (www.10asia.co.kr)와 네이트(www.nate.com)가 함께 합니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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