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차승원은 지치지 않는다. 작년 한해 SBS 의 조국으로 시청자들을 녹이고, 영화 의 스타일리시한 형사로 쉼 없이 관객을 찾았다. 그리고 4월 2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의 야심찬 이몽학을 위해 날카로운 송곳니와 긴 칼로 무장했다. 영화 와 드라마 까지 덩치 큰 프로젝트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20대가 가장 닮고 싶을 정도로 여전히 젊은 몸이 가진 체력 덕분일까? 그러나 차승원과의 인터뷰에서 지치지 않는 그의 동력은 육체에 엔진을 두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마흔의 나이에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22년 경력의 직업인임에도 여전히 구태의연함과 엄숙주의를 거부하는 답변 곳곳에 그의 노화 방지 비법이 숨어있다.

에 이어 (이하 )으로 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인데다 차승원, 황정민 주연으로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이번 영화는 느낌이 어떤가?
차승원: 영화는 얼추 될 거 같다. 얼추. (웃음) 어제 꿈을 꿨는데 내가 하얀 눈밭에서 어디로 가고 있었다. 눈은 재물인데다 담을 하나 넘고 나니까 푸른 바다가 쫙 펼쳐지는 거다. 와! 이러면서 깼지. (웃음)

“은 이준익 감독 때문에 선택했다”
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그 바다에 고래라도 있었으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은 꿈이었을 텐데.
차승원: 바다에 고래가 피까지 흘리고 있었으면 완전 대박인데! 만들어서 다시 꿔버릴까? (웃음)

좋은 꿈도 꾸고, 때 만났을 때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는데.
차승원: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상업영화로서 굉장히 재미있다고 하기엔 부족한 면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촬영 막바지에 이 영화를 찍는 게 그다지 창피한 게 아니란 걸 느꼈으니까 된 거다. 관객들도 그걸 느낀다면 꼭 사극을 재미로만 볼 수 없는 거 아닐까, 이런 영화도 괜찮지 않을까 여겨줄 것 같다.

그런데 불리하게도 관객들은 얼마 전에 종영한 KBS 등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나 영상미를 담은 사극을 이미 경험한 상태다.
차승원: 그래서 그런 관객들에게는 이 다소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영화는 담백한 영환데 담백한 거에서 맛을 느낄 수 있는 관객이 있는 반면 뭔가 좀 더 있어야 하지 않냐는 관객들도 있으니까. 게다가 요즘은 워낙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얼마 전에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를 들었는데, 1972년도에 공개홀에서 했던 배삼룡, 구봉서 선생님의 만담을 들려주더라. 지금 들으면 별거 아닌 얘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 재밌어하는 거다. 그때는 그렇게만 했어도 너무 재밌었는데 지금은 세대가 바뀐 거지. 재밌는 것도 많고 자극적인 것도 많고. 영화가 어느 정도는 그런 걸 충족시켜줘야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이몽학이라는 캐릭터는 참 자극적이지 않다. 계속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숨기고 굉장히 절제되어 있다.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답답한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차승원: 해볼 수 있는 게 너무 한정적이긴 했다. 그리고 뭔가 덧붙여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근데 그 캐릭터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 다음에 또 한다고 해도 그렇게 할 것이고. 내가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영화에서 보여 준 게 이몽학에게 할 수 있는 맥시멈이자 미니멈일 것 같다.

그런 캐릭터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텐데.
차승원: 이준익이라는 사람과 같이 해보고 싶었으니까. 이준익 감독과 일을 하는 게 가치 있을 것 같았다. 그 분과 연을 맺어 보고도 싶었고. 거기에 황선수(황정민)가 투입된다니까 정말 좋더라. 이준익 감독은 사람을 되게 잘 아는 사람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감독이다. 다음에 또 연이 된다면 같이 할 수도 있는 거고. 시나리오에서 찾지 못했던 의미를 배우들끼리 만들어가는 즐거움도 있었다.

“이젠 물리적인 것에 휘둘릴 나이는 아닌 것 같다”
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차승원 하면 ‘차간지’로 SBS 에서 화려한 수트발을 자랑한 전적도 있을 정도로 수트가 잘 어울리는 이미지인데, 때도 그랬고 의외로 흰 도포에 갓 쓴 모습도 괜찮더라.
차승원: 내가 봐도 괜찮았던 거 같다. (웃음) 그런 스타일리시함은 어떤 역할을 하든지 캐릭터에 방해가 안 된다면 잃고 싶지 않다. 그런데 처음에는 갓을 안 쓰려고 했다.

어째서? 이몽학은 눈빛을 바로 보여주지 않고 갓을 거쳐서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차승원: 그러니까 안 썼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웃음) 그런데 처음에 이몽학에 대해 내가 생각한 이미지가 따로 있었다. 가 나오기 전에 어떤 그림에서 본 건데 남자가 머리를 거칠게 올려 묶고 있더라. 그 그림을 보고서 ‘아 이런 이미지가 이몽학이랑 어울리지 않을까’ 했는데 갓을 쓰자는 거다. 근데 갓 쓴 선비는 남성적인 매력이 없어서 좀 걱정이 됐지. 오히려 도포나 갓 같은 것이 남성성을 겹겹이 가리니까. 근데 영화를 보다 보니까 이몽학이 갓을 쓰고 있어서 처음엔 눈이 안 보이다가 나중에 싹 보이는데 ‘어? 이거 갓 없으면 큰일 났겠네’ 할 정도로 괜찮더라. (웃음)

에 이어 얼마 전에 촬영을 마친 도 그렇고, 이제 곧 드라마 (이하, )도 촬영을 시작한다. 이렇게 대작들을 계속하는 건 배우나 스타로서 몸집을 더 키우고 싶어서인가?
차승원: 그런 것도 없지 않다. 큰 예산의 영화에 참가하는 건 배우로서 다분히 행운이다. 하고 싶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대중이 봤을 때도 큰 작품을 하고 나서 작은 걸 하는 거랑 작은 걸 연속으로 하는 거랑은 다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작품들이 다 기획력이 좋았다. 은 이준익 감독이 만든 사극으로 브랜드의 힘이 있다. 는 6.25전쟁 60주년을 기리기 위한 영화로, 앞으로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거고. 는 TV 역사상 가장 큰 예산의 드라마고. 이런 작품에 참여하는 게 배우로서 너무 좋다. 이제는 이런 큰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휘둘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있고. 만약 30대였으면 이상한 쪽으로 생각만 많아져서 괜히 눈에 힘만 잔뜩 주고 했을 거다. 그건 (정)우성이도 마찬가질 거다. 우리가 이런데 참여하는데 돈이 그렇게 엄청나게 들어간다더라, 에이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이젠 그런 물리적인 것에 휘둘릴 나이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선 몇 십 억, 몇 백 억짜리 블록버스터라는 건 사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오히려 에 기대되고 많은 관심을 모은 건 차승원, 정우성이라는 캐스팅 조합이었다.
차승원: 기사 나오고 나서 반응 보니까 되게 좋았다. 열이면 9.5명이 좋다고 했으니까. 우리에게 그런 기대를 해주는 건 한편으로는 부담이지만 고맙고 감사하다. 나는 대중을 상대로 일을 하고 있는데 관심을 안 가져준다는 건 슬픈 일이니까.

도 크랭크업을 했는데, 촬영 하면서 어땠나? 폐허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촬영 현장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정말 만만치 않았겠더라.
차승원: 찍으면서 단 한 명의 여자도 못 봤다. (권)상우랑 나랑 (최)승현이랑 ‘와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는 현장이다’ 이랬다. (웃음) 현장 사진 봐서 알겠지만 온통 남자들뿐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나한테는 너무 중요하다”
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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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막내인 최승현이 예쁨을 많이 받더라. (웃음)
차승원: 모두가 다 (최)승현이를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이돌 하다가 현장에 와서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촬영하다가 점심 때 배식을 받으면 내 자리에 와서 “혀엉, 오셨어요?” 하면서 먹는데 완전히 새카매가지고 분장해서 손톱에 때는 끼어있지, “너 견딜만하니?” 물으면 또 “전 좋아요, 혀엉” 이러는 거다. 참 좋은 친구다. (권)상우는 나이 차도 가장 적고 같은 학도병이니까 스파르타식으로 (최)승현이를 대하는데(웃음), (김)승우 형은 “어유, 승현아 그랬어?” 하면서 자상하게 하고. 그렇게 각자가 다 색깔이 다르다. 사자에 비유하자면 (최)승현이는 에서 스카를 잡아먹기 바로 직전의 어린 사자다. (권)상우는 굉장히 용맹스럽고 전투도 많이 하는데 이 사자가 전투를 너무 오버해서 했다. (웃음) 근데 새끼를 낳고 가족을 얻으면서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다. 그래서 그 용맹함과 넓은 시야로 좋은 사자가 될 거 같고. (김)승우 형은 상흔이 너무 많은 늙은 사자. (웃음) 근데 딱 보면 이 사람은 그냥 사자인 거다. 사자의 갈기가 많이 빠지고 상처를 입어도 사자는 사자구나 이런 느낌이 드는 사람.

그럼 차승원은 어떤 사자인가?
차승원: 내가 스칸가? (웃음) 스칸데 좀 페이소스가 있는 스카? 의 스카는 너무 페이소스가 없어서 불쌍하기만 했는데 원작인 의 클로디우스는 그렇지 않았다. 요새는 그런 인물에 꽂힌다. 주인공 외에 이면의 사람들. 그런 인물들의 내면엔 뭐가 있을까, 하고 더 호감이 간다. 그래서 이몽학이란 사람을 선택한 거고. 누가 뭐래도 난 세상을 달관한 황정학(황정민)은 아니니까. 결말이 비극이라 허망하더라도 끝까지 가서 내 눈으로 보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 이몽학이 이해가 되더라.

최근 몇 년은 쉼 없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작품을 하지 않고 쉴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차승원: 그냥 집에 있다. 별 거 안 한다. 설거지도 하고. 내가 집안일을 전혀 안 할 거 같은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던데 잘못 아는 거다. (웃음)

그런데 차승원이라는 배우는 그런 가정적인 가장의 느낌은 일부러 배재하면서 지금의 이미지를 만들어 온 것 같다.
차승원: 한 5년 전에 어떤 블로그의 글을 봤는데, 제목이 ‘차승원에게 촉구한다’였다. 차승원은 이제 더 이상 안 어울리는 거 하지마라, 당신 얼굴에선 전쟁의 기운 느껴지니까 그걸 감추려고 해도 안 된다, 당신은 그런 이미지만 해도 먹고 산다, 이런 내용이었다. 이걸 보면서 ‘전쟁의 기운은 대체 뭐지?’ 고민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게 맞는 거 같다. 아마 찍고 있을 땐데 그 글에 의하면 그때 난 전혀 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최근 늘 하는 얘기가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다. 내가 생각하는 내 이미지로 사람들이 날 봐주니까.

확실히 요즘 당신의 활동이 가장 왕성하고, 대중이 차승원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 주면서 더 큰 동력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차승원: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 배우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건 이미지다. 내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건가 구체적으로 생각 한 적은 없지만 생긴 대로 연기하고 생각한 대로 가야하는 거 아닌가? 근데 거기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러면 더 좋은 거지.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나한테는 너무 중요하다.

“나 잘 살고 있는 거 같지 않나”
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차승원 “요즘이 제일 나답고 좋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연예 산업 안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도 중요할 것 같다.
차승원: 음, 좋은 사람이란… 난 여자는 잘 모르니까 (웃음) 남자를 말하자면 좋은 남자는 첫째 너무 착하지 않은 남자다. 착하지 않다는 건 못됐다는 게 아니라 세상과 부딪쳤을 때 두 걸음 뒤로 물러나더라도 한 걸음 정도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남자, 좀 공격적인 남자다.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 내게 피해를 줬을 때 그걸 철저하게 방어할 수 있어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 그건 착하기만 해선 할 수 없는 거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남자는 40대가 넘어서는 돈이 아니라 꿈을 좆아야 한다. 대부분은 30대가 되면 자기가 갖고 있던 꿈들을 추억인양 잃어버리고 현실적이라고 하는 것들을 ㅉㅗㅈ는 경우가 많다. 근데 과연 그게 현실적이냐 하는 거지. 그 두 가지를 갖춘 남자가 좋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책임도 질 수 있고.

블로그 글도 찾아보는데, 팬카페 같은 데도 들어가 보나?
차승원: 가끔 들어가서 본다. 일 년에 한 번씩 글도 남기고. (웃음) 이젠 자주 올리려고 한다. 예전엔 낯간지러워서 못했는데 좋아하는 친구들이니까. 그리고 팬들이 하는 말이 정말 중요하다. 그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내가 무슨 영화를 찍든 박수를 치고 좋아해주지만 ‘오빠는 다 좋아요. 근데 그거는 좀…’ 이럴 때가 있다. 근데 그게 완전 핵심이다. 그들의 말이 그 어떤 뾰족한 송곳보다도 훨씬 더 정확하고 의미 있다. 그리고 너무 고맙지. 그 친구들이 뭔 죄인가? 겨우 1~2분 나 보겠다고 목포에서 올라와서 내 얼굴 잠깐 보고 선물 주고 다시 내려가고.

안 그래도 시사 때도 일본 아주머니들이 당신의 사진을 끊임없이 찍더라. 이제는 차승원의 수식어에 한류스타도 추가되는 건가? (웃음)
차승원: 아무래도 때문일 수도 있고, 지금 일본에서 가 방송 중이니까. 의 스핀오프 시리즈인 도 현지에서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더라.

그럼 이제 ‘승사마’를 기대해 봐도 되는 건가? (웃음)
차승원: 차간지니까 간사마 정도로? (웃음)

모델로 시작해서 배우로 안착하고, 이제는 탄탄한 스타의 자리를 확보했다. 그렇게 20년을 넘게 대중에게 노출되었는데, 그럼에도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그것은 여전히 20대가 가장 닮고 싶은 몸으로 꼽는 육체뿐만 아니라 당신의 마인드 자체가 나이 든 사람의 것 같지 않다.
차승원: 사실 외모도 나만큼 관리한 사람이 있을까? (웃음) 늙지 않는 비결이 있긴 하다. 나만의 아방궁이 있다. (웃음) 나를 위해 가꾸는 각종 약초도 있고, 때마다 하나씩 먹고 있다. 눈 좋아지는 것도 먹고. (웃음) 근데 사실 내가 안 늙긴 왜 안 늙나. 오늘도 거울 보니까 너무 많이 늙었다. 웃으니까 눈에 주름이 너무 많은 거다. 배우의 주름은 그것도 연기라는 말이 있던데 그런 게 어딨나? 늙으면 늙은 거지. (웃음) 사람들이 배우한테는 뭔가 고뇌하는 걸 정답처럼 원하는데 모두가 그럴 수는 없지 않나? 사람마다 관점이 다 다른데. 난 연기보다도 삶이 먼저다. 배우라고 ‘전 연기 외에 할 게 없어요’, ‘전 연기 외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이런 건 말도 안 되는 거 같다. 나는 연기보다는 사는 걸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고. 삶이 나한텐 중요하다. 이만하면 나 잘 살고 있는 거 같지 않나? (웃음)

글. 이지혜 sev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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