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세상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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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마이클(퀸턴 아론)을 리앤(산드라 블록)이 차에 태우면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 누군가는 부유한 그녀의 뜻있는 ‘취미’를 칭찬하고, 누군가는 그녀가 마이클의 인생을 바꿨다고 치켜 세운다. 그러나 리앤은 마이클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NFL의 스타 플레이어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영화화한 는 빈민가의 소년이 미식축구 선수로 성공하기까지를 감동을 주재료로 유머를 가미해 버무려냈다. ‘블라인드 사이드’란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감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뜻하는 말로, 서로의 사각지대를 알아보고 감싸준 마이클과 리앤 가족을 압축적으로 나타낸다. 영화는 마이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리앤 가족을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웅변하기보다 그들이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에 주목한다. 대체 마이클과 리앤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리앤은 잠들기 전까지도 너무 행복해 웃고 있었을까?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세상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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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임새 있는 플롯과 인상적인 이야기를 원한다면
그래도 아직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싶다면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세상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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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측은지심의 대상이었던 마이클이 리앤 가족의 친구이자 가족으로 스며들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충분히 감동적이고 즐겁다. 무엇이든 베풀어야할 것만 같던 피사체에 불과했던 마이클이 새로운 가족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은 비록 가진 자의 자비심에 기반 했지만 일방적이지 않다. 영화는 “잘 데가 없어 재워줬을 뿐이고, 먹을 게 없어 먹을 것을 줬을 뿐”인 리앤 가족의 행위 이후에 더 집중한다. 늘 TV를 보며 각자 식사하던 가족들은 마이클이 온 이후 한 자리에서 밥을 먹는 식구가 되고, 그의 경기를 응원하며 가족의 울타리를 느낀다.

마이클을 연기한 퀸턴 아론은 러닝타임 내내 거의 웃지 않는다. 마약에 중독된 어머니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만을 가진 마이클은 거친 뒷골목에서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살아왔다. 즐거운 순간에도 오랫동안 절망에 노출된 자가 보이는,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가련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러나 영화의 종반 마침내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활짝 웃는 마이클의 얼굴은 그 어떤 기교보다 그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때로 영화는 절절한 대사나 감동을 주는 장치보다도 작은 표정하나로 관객의 마음을 건드릴 수도 있는 것이다. 는 4월 15일 개봉한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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