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뚜렷하다. 그래서 비스트의 무대는 블랙의 이미지다. 따지고 보면, 블랙만큼이나 순수한 색깔이 없다. 그래서 비스트는 무대 밖에서도 블랙이다. 그것도 빨강과 파랑, 노랑, 초록을 뒤섞어 만들어진 블랙이 아니라 여섯 번 검은색을 덧칠해서 만들어진 순도 높은 블랙이다. 조금씩 채도를 달리할 뿐 기본적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이들은 그래서 무대 위에서도, 실생활에서도 여섯이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단체 컷을 찍던 중 포토그래퍼가 “이번엔 장난스럽게”라는 간단한 주문을 했을 뿐인데 약속이나 한 듯 가운데 서 있던 요섭을 번쩍 들어 올리며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명랑만화에나 등장할 법한 비명을 내지르며 “흐아아아아- 왜 나만 갖고들 그래?”라고 투정을 부리는 요섭에게 입을 모아 “그걸 몰라서 물어?”라고 똑같이 대응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점점 더 커져가는 교집합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다.
그 덕분에 비스트와의 인터뷰는 기도모임 같은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이 대답을 하고 있을 때 섣불리 끼어들거나, 남의 말을 가로채지 않는 여섯 명은 제 순서가 올 때까지 얌전하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함부로 웃지 않으려고 조심한 때문인지 기광의 ‘엄앵란 성대모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물을 마시던 요섭은 사레가 들려 연거푸 기침을 하기도 했다. 그나마도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하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였다. 사실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와 달리 요섭은 배려심이 많은 편이었다. 인터뷰 당일 감기 때문에 연신 콧물을 훔치는 동운에게 슬쩍 티슈를 건네주고, 틈틈이 괜찮은지 살펴주는 것은 옆에 앉아 있던 요섭이었다. 그리고 그런 형에게 동운이 눈빛으로 어리광을 보여주자, 요섭은 동운의 찢어진 바지에 손가락을 넣으며 장난으로 화답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진 촬영을 앞두고 몸 걱정을 해주는 기자에게 “감기가 아니라 감기약 때문이에요. 이제 괜찮아요”라며 싱긋 웃어 보이는 동운 역시 형들이 없는 곳에서는 어른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스트와의 인터뷰가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성급하지 않은 대신 제 차례가 되면 아주 성실하게 대답을 하는 멤버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특히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주시하고 있다가 말을 시작하기만 하면 눈가에 웃음이 주렁주렁해지는 준형은 디테일하고 풍성하게 대답을 할 줄 아는 멤버였다. 게다가 무대에서와 달리 옹알옹알 뭉개지는 특유의 발음 덕분에 준형의 답변은 언제나 의표를 찌르면서도 어떤 공격성도 느껴지지 않는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특히 새 숙소의 아름다움에 대해 자랑하는 순간 그의 표정에서 느껴졌던 어머니의 자애로움은 와일드한 래퍼 용준형과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며 소박한 것에 기뻐하는 이 청년의 순진함을 새삼 깨닫게 만들었다. 대답이 야무지기로는 현승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언제나 정확하게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는 그는 답변을 말할 때면 언제나 눈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무엇을 꾸며낼 수 없어 언제나 있는 그대로는 보여주는 성격은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그의 태도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보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은 조금 여유롭고 자신 있어진 그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여유 있어야죠. 프로니까요. 하! 하! 하!”라고 농담까지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현승은 조금 더 자신을 믿기 시작한 것 같았다. 반면, 기광은 현승과 다른 의미로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멤버였다. 카리스마 있는 표정을 지어야 하는 순간에 자꾸만 실없이 웃음이 터져 나와 “아직도 세호학생이냐”는 놀림을 받을 정도로 기광은 유쾌하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바나나우유를 빨대로 쪽쪽 마시고, 오물거리며 과자를 먹어 둔 덕분인지 넘치는 활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내내 신이 나있던 그는 사진 촬영 중간에 “하면서 살이 많이 빠졌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좀 더 먹어두려고 해요. 오늘 인터뷰 끝나고 운동갈 거예요. 다시 몸 만들어야죠”라며 묻지도 않은 사연을 털어놓을 정도로 붙임성과 넉살이 늘어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멤버들의 솔선수범으로 스튜디오를 정리한 후, 다른 스케줄이 있는 멤버들이 먼저 이동하자 스튜디오에는 기광과 두준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자 두준은 음악도 없이 혼자 으쓱으쓱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점잖게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신중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리더 역시 공식 활동이 끝나자 영락없는 개구쟁이의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수줍음과 진솔함, 성실함과 장난스러움이 황금비율로 섞여 있는 여섯 명의 사내아이들은 역시 절묘한 비율로 각자의 개성을 섞어 비스트만의 느낌을 만들어 냈다. 이들을 보며 평범해서 친근하고, 특별해서 설레는 모순된 마음이 든다면, 그것이 정답이다. 자신의 평범한 본성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이 세계에서는 특별할 정도로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몰라보게 성장하는 만큼 지금의 교집합을 잘 지켜나가기를, 모순된 기대를 보내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타ON]은 (www.10asia.co.kr)와 네이트(www.nate.com)가 함께 합니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그 덕분에 비스트와의 인터뷰는 기도모임 같은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이 대답을 하고 있을 때 섣불리 끼어들거나, 남의 말을 가로채지 않는 여섯 명은 제 순서가 올 때까지 얌전하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함부로 웃지 않으려고 조심한 때문인지 기광의 ‘엄앵란 성대모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물을 마시던 요섭은 사레가 들려 연거푸 기침을 하기도 했다. 그나마도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하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였다. 사실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와 달리 요섭은 배려심이 많은 편이었다. 인터뷰 당일 감기 때문에 연신 콧물을 훔치는 동운에게 슬쩍 티슈를 건네주고, 틈틈이 괜찮은지 살펴주는 것은 옆에 앉아 있던 요섭이었다. 그리고 그런 형에게 동운이 눈빛으로 어리광을 보여주자, 요섭은 동운의 찢어진 바지에 손가락을 넣으며 장난으로 화답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진 촬영을 앞두고 몸 걱정을 해주는 기자에게 “감기가 아니라 감기약 때문이에요. 이제 괜찮아요”라며 싱긋 웃어 보이는 동운 역시 형들이 없는 곳에서는 어른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스트와의 인터뷰가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성급하지 않은 대신 제 차례가 되면 아주 성실하게 대답을 하는 멤버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특히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주시하고 있다가 말을 시작하기만 하면 눈가에 웃음이 주렁주렁해지는 준형은 디테일하고 풍성하게 대답을 할 줄 아는 멤버였다. 게다가 무대에서와 달리 옹알옹알 뭉개지는 특유의 발음 덕분에 준형의 답변은 언제나 의표를 찌르면서도 어떤 공격성도 느껴지지 않는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특히 새 숙소의 아름다움에 대해 자랑하는 순간 그의 표정에서 느껴졌던 어머니의 자애로움은 와일드한 래퍼 용준형과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며 소박한 것에 기뻐하는 이 청년의 순진함을 새삼 깨닫게 만들었다. 대답이 야무지기로는 현승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언제나 정확하게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는 그는 답변을 말할 때면 언제나 눈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무엇을 꾸며낼 수 없어 언제나 있는 그대로는 보여주는 성격은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그의 태도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보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은 조금 여유롭고 자신 있어진 그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여유 있어야죠. 프로니까요. 하! 하! 하!”라고 농담까지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현승은 조금 더 자신을 믿기 시작한 것 같았다. 반면, 기광은 현승과 다른 의미로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멤버였다. 카리스마 있는 표정을 지어야 하는 순간에 자꾸만 실없이 웃음이 터져 나와 “아직도 세호학생이냐”는 놀림을 받을 정도로 기광은 유쾌하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바나나우유를 빨대로 쪽쪽 마시고, 오물거리며 과자를 먹어 둔 덕분인지 넘치는 활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내내 신이 나있던 그는 사진 촬영 중간에 “하면서 살이 많이 빠졌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좀 더 먹어두려고 해요. 오늘 인터뷰 끝나고 운동갈 거예요. 다시 몸 만들어야죠”라며 묻지도 않은 사연을 털어놓을 정도로 붙임성과 넉살이 늘어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멤버들의 솔선수범으로 스튜디오를 정리한 후, 다른 스케줄이 있는 멤버들이 먼저 이동하자 스튜디오에는 기광과 두준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자 두준은 음악도 없이 혼자 으쓱으쓱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점잖게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신중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리더 역시 공식 활동이 끝나자 영락없는 개구쟁이의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수줍음과 진솔함, 성실함과 장난스러움이 황금비율로 섞여 있는 여섯 명의 사내아이들은 역시 절묘한 비율로 각자의 개성을 섞어 비스트만의 느낌을 만들어 냈다. 이들을 보며 평범해서 친근하고, 특별해서 설레는 모순된 마음이 든다면, 그것이 정답이다. 자신의 평범한 본성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이 세계에서는 특별할 정도로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몰라보게 성장하는 만큼 지금의 교집합을 잘 지켜나가기를, 모순된 기대를 보내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타ON]은 (www.10asia.co.kr)와 네이트(www.nate.com)가 함께 합니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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