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번 농구 시즌은 끝난 거야? 인터넷 보니까 통합 우승 어쩌고 하던데?
아, 이번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맞아. 네 말대로 울산 모비스가 09-10 프로농구에서 정규 시즌 우승에 챔피언 결정전 우승까지 하면서 시즌이 완전히 끝났지.
되게 남 얘기하듯 한다?
그럼 남 얘기지, 내 얘기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 프로야구에서 기아 우승하고 이런 거엔 엄청 민감하게 반응했잖아. 명색이 10관왕이라면서 야구에 비해 농구는 너무 소홀하게 여기는 거 아니야?
음…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다.
왜, 농구는 재미없어?
그럴 리가 있나. 나도 를 보며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인데. 그보단 오히려 네가 아까 했던 질문에 답이 있는 거 같다.
내가 뭐라고 했는데.
기아 말이야, 기아. 야구가 좋아서 기아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는다기보다는 오히려 기아 때문에 야구라는 종목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어.
그건 본말이 뒤집힌 거 아니야?
글쎄? 축구나 야구, 농구 같은 대중적인 프로 구기 종목의 경우, 결국 팀 대 팀이 스포츠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스포츠의 룰 안에서 이기기 위해 경기를 하는 거잖아. 말하자면 일종의 유사 전투인 건데, 그 전투에 관심을 가지려면 당연히 우리 편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너 같은 스포츠 문외한이 2002년에 빨간 티셔츠 입고 울고 불고 했던 건 ‘우리’나라가 4강에 올라가서인 거지, 갑자기 축구가 재밌어져서 그런 건 아니잖아. 생각해보니 그러네?
야구나 축구에서 어떤 팀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물론 순수하게 그 스포츠 자체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떤 팀을 응원하면서 그 스포츠 자체의 팬이 되는 거지. 내가 저번에 스포츠 관련 숙어를 가르쳐줄 때 임의로 좋아하는 팀을 설정하라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야. 대부분 스포츠에 대한 열띤 대화는 자기가 좋아하는 팀과 좋아하는 선수에 대한 이야기거든.
그러면 대체 그렇게 좋아하는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야? 나도 이번 기회에 좋아하는 팀 하나 만들어보자. 보통 성적이 좋은 팀을 좋아하지 않나?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만약 그것뿐이라면 한 때 ‘꼴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성적이 안 좋았던 롯데 자이언츠가 언제나 부산 팬들에게 최고의 지지를 받았던 걸 설명하긴 어렵겠지.
그럼 지역? 롯데는 부산이잖아.
빙고. 기본적으로 야구나 축구나 농구에 있어 팬이 형성되는 가장 큰 메커니즘은 지역 연고제라고 생각해. 부산의 롯데 사랑, 광주의 기아 사랑, 인천의 SK 사랑은 각별하지.
그런데 그거 좀 유치하지 않아? 출신 지역 때문에 그 지역팀을 좋아하게 된다는 거? 사실 그런 지역감정이라는 거 그다지 응원하고 싶지도 않고.
네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 지적하자면 지역감정보단 그걸 이용해 지역 차별을 조장했던 위정자들이 나빴던 거지. 그리고 영국의 훌리건처럼 타 팀의 팬들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기왕에 존재하는 지역감정을 스포츠라는 대리전을 통해 해소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봐. 방금 말한 영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그리고 바르샤와 레알 마드리드 간 앙숙 대결로 유명한 스페인까지 최고의 축구 리그를 보유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오래된 지역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걸 축구로 해소하고 있어. 지역 연고제가 얼마나 해당 스포츠의 프로 리그를 활성화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지. 개인적으로 프로야구에 비해 K 리그의 인기가 못한 건, 야구보다 축구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지역 연고제가 잘 발달한 프로야구에 비해 프로축구는 국가대표 중심으로 팬이 형성되어서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예전 농구대잔치 인기는 어떻게 설명할 거야? 그때 연세대 팬이었던 여학생들이 다 신촌 살았던 건 아니잖아.
그게 바로 좋아하는 팀을 결정하는 두 번째 이유야. 바로 선수지. 너를 비롯한 그 시절 연세대 팬들은 문경은이나 우지원, 이상민 같은 오빠들을 좋아했던 거잖아.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예전 같지 않은 걸 보며 농구에 대한 애정을 잃은 사람이나, 프로에서 뛰는 오빠들을 아직도 응원하는 사람이나 현재의 연세대 팬은 아니지. 특히 연고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해외 프로팀을 좋아하게 되는 건 대부분 선수 때문일 거야. 메시가 좋아서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샤를 좋아하게 된 사람도 있는 것처럼. 그러다 좋아하는 선수가 다른 데로 가면?
거기서부터 골치 아파지지. 과거의 연세대처럼 순전히 선수만 좋았던 거라면 그냥 선수 따라 좋아하는 팀을 옮기면 돼. 하지만 팀에 대한 애정과 어떤 특정 선수에 대한 애정이 비슷한 비율로 얽혀 있을 땐 참 애매해져. 특히 오랜 시간 팀을 이끈 프랜차이즈 스타가 방출될 경우엔 배신감 때문에 팀에 대한 사랑이 분노로 바뀔 수도 있지. 이상민이 KCC를 떠날 때, 그리고 홍성흔이 두산에서 롯데로 떠날 때 그랬던 것처럼. 물론 그러면서도 애증으로 팀을 지키는 경우도 많고.
얘기 듣다 보니 무슨 종교 같다. 자기 팀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의미인 거야?
너 라는 영화 못 봤어? 보스턴 레드삭스의 광팬인 남자 주인공처럼 ‘우리 팀’이라는 건 쉽게 바꿀 수 없는 거야. 때론 꼴찌를 하고, 때론 라이벌에게 묵사발이 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공정하기 그지없어야 하는 기사에 ‘결론은 베어스 만세’라는 사심을 담는 일도 저지르게 되는 거고.
뭐야, 무서워. 나 좋아하는 팀 안 만들래.
아니, 아니. 괜히 겁먹을 필요는 없어. 너 같은 사람을 위한 ‘10관왕’만의 깔끔한 솔루션이 있으니까.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팀은 연고지 영향을 많이 받지만 사실 그것만으로 모든 것들이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니야. 어떤 선수의 플레이, 혹은 열광적인 응원 모습,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입고 있는 유니폼의 색상들만이라도 눈길을 끌고 강한 인상을 남겼을 때, 예상치 못하게 어떤 팀에 정말 제대로 꽂히게 되는 거야.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워 보였던 첫사랑처럼.
그래서 결론이 뭔데?
난 이미 대답했어. 아, 말고 포털에서 보면 못 알아들을 수도 있겠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아, 이번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맞아. 네 말대로 울산 모비스가 09-10 프로농구에서 정규 시즌 우승에 챔피언 결정전 우승까지 하면서 시즌이 완전히 끝났지.
되게 남 얘기하듯 한다?
그럼 남 얘기지, 내 얘기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 프로야구에서 기아 우승하고 이런 거엔 엄청 민감하게 반응했잖아. 명색이 10관왕이라면서 야구에 비해 농구는 너무 소홀하게 여기는 거 아니야?
음…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다.
왜, 농구는 재미없어?
그럴 리가 있나. 나도 를 보며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인데. 그보단 오히려 네가 아까 했던 질문에 답이 있는 거 같다.
내가 뭐라고 했는데.
기아 말이야, 기아. 야구가 좋아서 기아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는다기보다는 오히려 기아 때문에 야구라는 종목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어.
그건 본말이 뒤집힌 거 아니야?
글쎄? 축구나 야구, 농구 같은 대중적인 프로 구기 종목의 경우, 결국 팀 대 팀이 스포츠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스포츠의 룰 안에서 이기기 위해 경기를 하는 거잖아. 말하자면 일종의 유사 전투인 건데, 그 전투에 관심을 가지려면 당연히 우리 편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너 같은 스포츠 문외한이 2002년에 빨간 티셔츠 입고 울고 불고 했던 건 ‘우리’나라가 4강에 올라가서인 거지, 갑자기 축구가 재밌어져서 그런 건 아니잖아. 생각해보니 그러네?
야구나 축구에서 어떤 팀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물론 순수하게 그 스포츠 자체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떤 팀을 응원하면서 그 스포츠 자체의 팬이 되는 거지. 내가 저번에 스포츠 관련 숙어를 가르쳐줄 때 임의로 좋아하는 팀을 설정하라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야. 대부분 스포츠에 대한 열띤 대화는 자기가 좋아하는 팀과 좋아하는 선수에 대한 이야기거든.
그러면 대체 그렇게 좋아하는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야? 나도 이번 기회에 좋아하는 팀 하나 만들어보자. 보통 성적이 좋은 팀을 좋아하지 않나?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만약 그것뿐이라면 한 때 ‘꼴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성적이 안 좋았던 롯데 자이언츠가 언제나 부산 팬들에게 최고의 지지를 받았던 걸 설명하긴 어렵겠지.
그럼 지역? 롯데는 부산이잖아.
빙고. 기본적으로 야구나 축구나 농구에 있어 팬이 형성되는 가장 큰 메커니즘은 지역 연고제라고 생각해. 부산의 롯데 사랑, 광주의 기아 사랑, 인천의 SK 사랑은 각별하지.
그런데 그거 좀 유치하지 않아? 출신 지역 때문에 그 지역팀을 좋아하게 된다는 거? 사실 그런 지역감정이라는 거 그다지 응원하고 싶지도 않고.
네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 지적하자면 지역감정보단 그걸 이용해 지역 차별을 조장했던 위정자들이 나빴던 거지. 그리고 영국의 훌리건처럼 타 팀의 팬들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기왕에 존재하는 지역감정을 스포츠라는 대리전을 통해 해소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봐. 방금 말한 영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그리고 바르샤와 레알 마드리드 간 앙숙 대결로 유명한 스페인까지 최고의 축구 리그를 보유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오래된 지역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걸 축구로 해소하고 있어. 지역 연고제가 얼마나 해당 스포츠의 프로 리그를 활성화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지. 개인적으로 프로야구에 비해 K 리그의 인기가 못한 건, 야구보다 축구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지역 연고제가 잘 발달한 프로야구에 비해 프로축구는 국가대표 중심으로 팬이 형성되어서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예전 농구대잔치 인기는 어떻게 설명할 거야? 그때 연세대 팬이었던 여학생들이 다 신촌 살았던 건 아니잖아.
그게 바로 좋아하는 팀을 결정하는 두 번째 이유야. 바로 선수지. 너를 비롯한 그 시절 연세대 팬들은 문경은이나 우지원, 이상민 같은 오빠들을 좋아했던 거잖아.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예전 같지 않은 걸 보며 농구에 대한 애정을 잃은 사람이나, 프로에서 뛰는 오빠들을 아직도 응원하는 사람이나 현재의 연세대 팬은 아니지. 특히 연고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해외 프로팀을 좋아하게 되는 건 대부분 선수 때문일 거야. 메시가 좋아서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샤를 좋아하게 된 사람도 있는 것처럼. 그러다 좋아하는 선수가 다른 데로 가면?
거기서부터 골치 아파지지. 과거의 연세대처럼 순전히 선수만 좋았던 거라면 그냥 선수 따라 좋아하는 팀을 옮기면 돼. 하지만 팀에 대한 애정과 어떤 특정 선수에 대한 애정이 비슷한 비율로 얽혀 있을 땐 참 애매해져. 특히 오랜 시간 팀을 이끈 프랜차이즈 스타가 방출될 경우엔 배신감 때문에 팀에 대한 사랑이 분노로 바뀔 수도 있지. 이상민이 KCC를 떠날 때, 그리고 홍성흔이 두산에서 롯데로 떠날 때 그랬던 것처럼. 물론 그러면서도 애증으로 팀을 지키는 경우도 많고.
얘기 듣다 보니 무슨 종교 같다. 자기 팀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의미인 거야?
너 라는 영화 못 봤어? 보스턴 레드삭스의 광팬인 남자 주인공처럼 ‘우리 팀’이라는 건 쉽게 바꿀 수 없는 거야. 때론 꼴찌를 하고, 때론 라이벌에게 묵사발이 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공정하기 그지없어야 하는 기사에 ‘결론은 베어스 만세’라는 사심을 담는 일도 저지르게 되는 거고.
뭐야, 무서워. 나 좋아하는 팀 안 만들래.
아니, 아니. 괜히 겁먹을 필요는 없어. 너 같은 사람을 위한 ‘10관왕’만의 깔끔한 솔루션이 있으니까.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팀은 연고지 영향을 많이 받지만 사실 그것만으로 모든 것들이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니야. 어떤 선수의 플레이, 혹은 열광적인 응원 모습,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입고 있는 유니폼의 색상들만이라도 눈길을 끌고 강한 인상을 남겼을 때, 예상치 못하게 어떤 팀에 정말 제대로 꽂히게 되는 거야.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워 보였던 첫사랑처럼.
그래서 결론이 뭔데?
난 이미 대답했어. 아, 말고 포털에서 보면 못 알아들을 수도 있겠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