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만들기 전에 사람부터 만드셨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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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초임 검사 마혜리(김소연)의 좌충우돌 성장기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돈 많은 집 고명딸로 자란 철딱서니 없는 처자가 보수적인 검사 집단에 적응하느라 애 좀 먹다가 극적으로 대오각성, 진정한 검사로 거듭나는 얘기려니 했지요. 지금처럼 마혜리 검사가 선배, 동료 검사들 뒷목을 잡게 만들 진상 짓을 할 줄은 짐작도 못했습니다. 선배고 어른이고 아랑곳하지 않는 거야 다반사고, 수배자 검거를 방해하질 않나,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사건 기록이 궁금해 화장실에 가서 몰래 보다 잃어버리질 않나, 급기야 부장 검사(김상호)까지 폭발하게 해놓고는 “아무래도 부장님이 이상해요. 어디 아프신가 봐요”라며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을 때는 그저 입이 딱 벌어지던 걸요. 세상 물정 몰라 순수해 그런다면 또 모르지만 때때로 잔머리 쓰는 거 보면 여간내기가 아닌 게 분명하잖아요.

IQ가 168일지 몰라도 EQ는 정말 꽝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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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제 딸아이가 직장에 다니는 처지라서 누굴 두고 통통한 소리할 입장은 못 됩니다. 저희 아이가 밖에서 어떤 민폐를 끼치고 있을지, 저 역시 마 검사 어머님(양희경)처럼 깜깜무소식일지 그 누가 알겠어요. 그래서 아마 평소였다면 ‘한국판 로군. 그런데 패션 센스는 꽝인 걸!’하며 그저 귀엽게 보고 넘겼을지도 모르겠어요. 허나 최근 시절이 하 수상해서 일까요? 마 검사 같은 그릇들이 나랏일을 맡고 있어 이 꼴이 난 건 아닌지 부쩍 의심이 간다, 이겁니다. 인성과는 무관하게 문과 전교 1등은 법대를, 이과 전교 1등은 의당 의대를 가는 세상인지라 별의별 개념 없는 인물들이 사회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겠거니 짐작은 했지만 설마, 설마 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마혜리 검사의 임용이 증명해주네요.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 없이 그저 집안 광낼 목적에 검사가 된 마혜리 씨, 짐작컨대 고가의 스포츠카라든지 한도가 없는 신용카드라든지 아버님과 모종의 딜이 있었지 싶은데, 맞죠?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IQ가 168이라더군요. 그 좋은 머리로 법전을 달달 외어 사법고시에는 패스했는지 모르나 어쩌면 따님에게 가장 부적합한 직업일 수도 있다는 생각, 혹시 해보신 적 없으신지요. 검사 업무를 진행하기에 적절치 않은 복장이나 법정근무시간 운운하며 야근을 거부하는 정도야 개성이라고 쳐도 피의자의 딱한 사정을 정상 참작하라는 수석검사(한정수)의 지시에 ‘피의자의 속사정을 내가 일일이 왜 들어줘야 되느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는 데엔 두 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이 정도는 부모에게 배우고 나와야 할 텐데요
검사 만들기 전에 사람부터 만드셨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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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업인들 제대로 된 인성이 필요치 않겠습니까만 그래도 그 중 가장 인성 검증이 필요한 직업을 꼽자면 법을 수호하는 법관이 아닐는지요. 뭐 굳이 인성 검증까지 논할 필요 없이 어떻게 자기 한 몸만 끔찍이 중요한 아이에게 검사직을 선택하라 하셨는지, 그 의중이 궁금합니다. 얼마나 저 하나밖에 몰랐으면 친구라고는 명품 숍 매니저인 유나(민영원) 단 한 명뿐이겠어요. 스키장에서 핸드폰과 지갑 다 잃어버리고 오갈 데 없어졌을 때 연락할 곳이 어머니와 그 친구 밖에 없었거든요. 말은 기억나는 번호가 없어서라지만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메신저 다 되는 세상에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랍니까? 게다가 동료 검사들은 다들 일에 치어 절절 매는 상황에 혼자 당당히 야근 거부할 개인 스케줄이라는 게 요가 강습이나 피부 마사지인 것도 기막히고, 요가 강습 가서 주위 사람 나 몰라라 배짱 좋게 큰 소리로 수다 떠는 것도 기막히고, 아주 결격 사유를 두루 다 갖췄더군요.

아마 지금쯤 어머니께서는 ‘왜 날 붙들고 왈가왈부하느냐, 내 딸 검사 만드는 데 당신이 보태준 거 있느냐, 기분 나쁘면 당신 자식을 법관 만들지 그랬느냐’ 따지고 싶으실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얘길 하고 싶은 겁니다. 기본적인 윤리관과 도덕,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웃어른에 대한 예우 정도는 부모에게 배우고 세상에 나와야 되는 게 아니냐는 거예요. 더구나 국가로부터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가릴 권리를 부여받는 검사를 시키실 요량이셨다면 철저한 가정교육을 통해 정의와 봉사정신을 습득시키셨어야 옳지 않나요? 물론 마 검사가 언제까지나 마냥 철부지 안하무인으로 살 리야 없겠지만 왜 덜 된 인성으로 인한 수난을 주변 사람들이 한동안 겪어야 하느냐고요. 그래서 결국 어디서나 왕따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로 살아가게 된, 그러나 본인은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마혜리 씨가 가엽지 않으세요?
검사 만들기 전에 사람부터 만드셨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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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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