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슬혜│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황우슬혜│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황우슬혜는 한 마디로 미팅에 함께 나가고 싶지 않은 타입의 여자다. 흰 피부에 찰랑이는 머리카락, 커다란 눈망울로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해도 세상 모든 남자들이 달려와 무거운 짐을 들어주겠다고 나설 것 같은 ‘꿈의 여인’. 그래서 완벽한 미인은 아니지만 그 모호한 불균형이 더 시선을 집중시키는 그를 보고 있으면 영화 에서 이유리(황우슬혜) 선생을 보던 양미숙(공효진)처럼 괜히 약이 오른다. “니가 캔디냐? 다 너만 좋아하게!”

헛소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
황우슬혜│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황우슬혜│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그런데 이 꽃 같은 여배우가 자리에 앉자마자 스스럼없이 먼저 말을 붙인다. “우와, 그 부츠 되게 예쁘네요!” 싸게 장만했다는 대답에 사심 없이 오직 부러움만 가득 담긴 탄성이 다시 따라붙는다. “우와…” 낭랑하다기보다는 어눌함에 가까운, 그러나 비음이 섞여 묘하게 섹시한 목소리로 툭툭 뱉어내는 말들은 꾸밈이 없는 만큼 더 마음을 끈다. 고작 부츠 한 켤레의 얘기만은 아니다. 에서 천진한 표정으로 “좌쥐까까”(러시아어로 ‘라이터’라는 의미)를 외칠 때도, 영화 에서 졸지에 할아버지가 된 남현수(차태현)에게 이 참에 아저씨 콘셉트로 나가는 건 어떠냐는 조언을 내놓을 때도, 영화 에서 “전 서기 2088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특명을 받고 잠시 이곳에 왔습니다”라는 황당한 대사를 진지하게 읊을 때도 황우슬혜는 그 모든 ‘헛소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는 배우다.

탈옥수 수인(김남길)과 옛사랑의 상처로 마음을 닫고 사는 카페 주인 미아(황우슬혜)의 격정 멜로 에서도 황우슬혜의 독특한 실재감은 격랑의 바다에 내려진 닻처럼 차분히 무게중심을 잡는다. “마음은 끓고 있는데 미아가 처한 상황 때문에 감정의 온도를 낮춰서 표현해야 하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소속사도 모르게, 그러나 시나리오를 통째로 외워 참가한 오디션에서 조창호 감독은 세 시간 동안의 테스트 끝에 합격 사인을 내렸다. 600대 1의 경쟁을 통과했던 에 이어 오디션 성적이 유독 좋은 비결은 단순하다. “일단 ‘난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연기하면서 놀다 오는 거예요”

“가진 건 연기하고 싶은 마음 하나”
황우슬혜│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황우슬혜│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황우슬혜│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황우슬혜│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물론 이토록 긴장되는 순간 자연스러운 연기가 배어나올 수 있는 것은 극단 포스터 붙이는 일부터 시작해 수년 동안 연습생으로 지내는 동안 “몸에 근육처럼 붙은” 기본기 덕분이다. “한 번은 오디션에서 ‘무슨 다큐멘터리 찍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 와서 엄청 울었어요. 그런데 좌절은 한순간, 다음 날부터 바로 털고 일어나 연습하러 갔어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는 대신 연기하고 싶은 마음 하나만 있었기 때문에 계속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체육시간에도 단거리보다 오래달리기를 더 잘했거든요.” 촬영 도중 실신할 때까지 몸을 혹사하고, 어지간한 여배우들은 엄두도 못 낼 만큼 기이한 캐릭터들을 척척 소화해내면서도 행여나 예쁘게 보이는 데 신경 쓰게 될까봐 모니터도 보지 않는다는 그는 그래서 꽃도 공주도 아닌 돌쇠 형 배우에 가깝다. 게다가 카메라 앞에 서면 무엇이든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무장하지만 MBC 에 출연해 커플 화보를 찍은 경험에 대해서만큼은 “섹시하다는 말을 처음 들어서 너무 놀랐고, 그 땐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었어요!” 라며 호탕하게 웃는 이 여자, 역시 미팅은 관두고 친구 하면 좋을 것 같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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