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마누라를 찾으러 세 남자가 뭉쳤다. 겉보기만 멀쩡한 초딩남 성희(지진희), 10년째 감독 준비중 동민(양익준), 최단신 옴므파탈 유곽(이문식). 방송에서 이혼하자고 말해놓고도 자신보다 먼저 이혼을 선언하고 떠난 아내 영심(김규리) 때문에 억울한 성희는 동민과 길을 떠난다. 이 대책 없는 남자들은 영심의 흔적을 ㅉㅗㅈ아가지만 알면 알수록 이 여자 수상하다. 자살 시도 전적에 다단계에 빠져 있기도 했고 급기야 3년 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친오빠 유곽까지 등장한다. 사기 전과만 4범인 유곽까지 가세하지만 과연 이 남자들 아내를 찾을 수 있을까? 철없는 남자들의 여행은 시종일관 웃음을 터트리게 하고 갖은 잔재미로 무장했지만 영화는 종반의 묵직한 주제를 위해 존재한다. 곁에 있는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알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분명 사과해야할 일이라고 외치는 영화 은 4월 8일 개봉한다.“부부 사이에는 우리가 모르는 게 있기 마련” 아내를 찾아 나서는 주역인 지성희는 이름까지 지진희와 비슷하다. 이하 감독과 지진희는 전작 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인데 계속 함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이하 감독: 지진희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사람으로서도 너무 좋아하고 궁금한 게 많다. 이번 영화까지 하면서 더 많이 알게된 것 같고 앞으로도 잘 지냈으면 하는 사람이다. (웃음)
지진희: 영화가 잘되야 계속 만나든지.. (웃음) 일단 나는 이하 감독의 팬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팬이 됐다. 이하 감독은 다른 사람들이 지진희에게서 느끼는 보편적인 느낌이 아닌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잘 파악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지성희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편하고 좋았다. 실제 나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처음으로 본인이 감독하지 않은 장편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어떤가? 유난히 노출 신도 많더라. (웃음)
양익준: 편하게 자유롭게 공간을 열어줘서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노출은 그냥 좋아한다. (웃음) 자꾸 배가 나오니까 술집이나 밥집 등 아무데서나 배를 보여주게 되더라. 노출은 근사하다. 마음에 대한 것도, 신체에 대한 것도. 꺼릴게 뭐가 있나 싶다. 부부, 애인 사이 다 보고 살잖아요? 하하하하 지금도 벗으라면 다 벗을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 영심이 집을 나간 이유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이 집을 나갈 만큼의 개연성을 가진 것인가 하는 부분에는 의문이 든다.
이하 감독: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고 사실 어려운 문제였다. 아내가 집을 나갔다는 게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억지로 개연성을 끼워 맞추고자 하진 않았다.
극중에서 지성희는 먼저 이혼을 선언 했다가 아내가 집 나간 걸 알고 분노해서 찾으러 가는데 기혼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해했나?
지진희: 단순히 아내가 먼저 집을 나간 배신감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3년간의 결혼 생활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둘의 자존심 싸움이나 문제가 쌓인 상태에서 둘만이 아는 이유들이 있었을 거다. 그런 걸 다 보여주면 좋겠지만 더 중요하고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었기에 그렇게 표현이 됐던 거 같다. 실제로도 옆집 부부만 봐도 다 아는 거 같지만 사실 잘 모르니까. 성희와 영심 사이의 관계에서 성희가 영심을 찾으러 가고, 영심이 말도 없이 집을 나간 데에는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와이프에게 더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집 나온 세 남자들은 정말로 유치하고 찌질한데, 내가 생각해도 이 캐릭터는 진짜 찌질하다고 생각되는 건 누구인가?
이문식: 지금 앉아 있는 순서(오른쪽부터 지진희, 양익준, 이문식)가 딱 인류의 진화를 보여준다. 내가 아주 오래된 인류, 그 다음이 양익준, 그리고 지진희가 현생인류. 비주얼적으로도 그렇고 내가 제일 찌질한 거 같다. 캐릭터가 제비라고 해도 기장이나 비주얼이 잘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인물이다. (웃음)
양익준: 다들 별로 찌질하지 않은 것 같다. 다들 그냥 살아 가려고 사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니까. 세상 어떤 사람이든 찌질한 사람이 있을까? 영화는 시작과 엔딩이 있지만 그들의 보이지 않는 과거가 있고 엔딩 이후에도 살아가야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가 멋진 것 같다. 우리는 찌질하지 않다. 여러분도 찌질하지 않다. 하하하
지진희: 성희 입장에선 동민이나 유곽의 모습을 처음에는 찌질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근데 같이 여행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도 알아가고 그들도 알아가면서 그런 부분이 없어진 거 같다.
그렇다면 스스로 평소 생활에서 가장 찌질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지 궁금하다.
이문식: 나는 살아온 과정 자체가 찌질하다. (웃음) 그래서 뭘 꼬집어서 하나만 말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어느 때 찌질하지 않았다는 걸 찾는 게 더 쉽다. 잘 하려고 하는데 많이 찌질해진다.
양익준: 질문에 바로 생각 난 건데,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는데 휴지가 없다, 2미터 정도 떨어진 주방 테이블 위에 두루마리 휴지가 있을 때. (웃음) 그 다음은 다들 아시니까..
지진희: 그래서 어떻게 됐나?
양익준: 다리를 게다리처럼 하고 가서 집어 오는데 그 모습이… 여러분도 그런 경험 있지 않나요? 하하하
지진희: 사람들한테 강요하진 말고. (웃음) 물론 나도 있는데,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바뀌고, 그 날 양말에 신었나 안 신었나, 팬티를 입었나 안 입었나에도 많이 달려 있다.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내 자신을 찌질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절대로. (웃음)
지진희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진지한 남자인데 특별히 코미디를 연기할 때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지진희: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좋아한다. 진지한 것도 멋있긴 하지만 코미디도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다. (웃음) 이번에 라고 MBC 월화 사극을 하고 있다. 의 이병훈 감독 작품이고, 그 분 작품 중에서 같은 주인공이 두 번 나온 건 나말고 없더라. (웃음) 그 작품에 진지하게 나오니까 재밌게 봐달라. 관객들도 진지한 모습 보다가 코믹한 모습 보면 색다른 모습에 희열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어떻게 보면 더 극대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극중에서 지성희는 아내의 손목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아내에게 무심한 사람인데 들을 찍고 나서 아내를 대하는 행동이 변한 건 없나?
지진희: 와이프에게 잘 하고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낯간지럽지만 핸드폰에 저장돼있는 와이프 이름을 하트 세 개로 바꿨다. 참 이걸 하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했지만 영화를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다. 내가 과연 아내에 대해 다 알까? 물론 알려고 결혼한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하지만 않았나? 일부러 더 관심을 많이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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