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람이라면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으레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그 마음이 무엇보다 진귀한 공기인형이 있다. 히데오(이타오 이츠지)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며 성적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공기인형 노조미(배두나)는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얻게 된다. 히데오의 집 밖으로 나가 세상과 만나는 노조미.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기해서 즐겁고 또 아프다. 전철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옆 사람, 길가에 핀 민들레에게 무심한 이들의 무뎌진 일상에 파고를 일으킬 은 4월 8일 개봉한다. , 등 사람들이 생을 대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일본 아카데미 우수 여우주연상 등 외국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두나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일본 감독으로서 일본 영화에 한국 배우인 배두나를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두나가 출연한 영화를 모두 봤다. 맨 처음에 보고 주목했던 것이 , 그 뒤에 본 것이 였다. 그 후로는 배두나가 출연하는 모든 영화를 순서대로 다 찾아보았다. 배두나는 감정 표현 방식이 섬세하고 과장이 없다. 일상적인 표현 속에서 감정표현을 제대로 하는 뛰어난 배우라서 언젠가는 꼭 같이 하고 싶었다. 일본에서 나뿐만 아니라 배두나를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감독들이 많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한 여성의 생애를 다 본 듯한 느낌” 일본 스태프들과의 촬영은 어땠나? 제작환경이 한국과는 다를 것 같은데.
배두나: 특별히 많이 다르진 않다. 최선을 다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점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다. 연기할 때는 공기인형 역할이라 메이크업이나 추위랑 싸우는 게 힘들었지 현장에서 스태프들 때문에 힘든 건 없었다.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다만 한국의 현장과 달랐던 건 누드 신 촬영 때 느꼈다. 한국에서는 여배우의 누드 신이나 베드 신이 있을 때는 감독 등 최소한의 스태프들만 들어오는데 일본은 아니더라. 내가 처음에 등장하는 신이 누드였는데 촬영장에 갔더니 굉장히 많은 스태프들이 있는 거다. 아, 일본 현장은 그런 거 상관없구나 하고 찍었다. (웃음)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을 배워가면서 인간에게 다시 인생에 대해 가르쳐주는 영화들을 보면 보통 로봇이나 마네킹이 등장하는데, 그런 설정과 공기인형의 차이는 어떤 게 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일단 공기인형이라는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 가장 큰 이유는 공기인형은 텅 비어있다는 것이다. 텅 빈 그 속에 타인이 숨을 불어 넣으면서 채워지는 게 인간들의 이어짐, 관계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로봇이 자아나 마음, 기억을 갖는 것과 달리 타인과의 관계가 있어야 공기인형은 생명을 갖게 된다. 타인이 있어야 비로소 생명을 얻는 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고, 그것이 우리 영화만의 매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공기인형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노조미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배두나: 딱히 캐릭터를 해석하거나 설정, 분석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뭔가 만들어놓고 작품에 들어가진 않았다. 하지만 단 하나 감독님이 주신 힌트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 인형이라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갓 태어난, 정말 순수한 마음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말을 배우고 사람을 흉내 내고 만나고 사랑하고 갈등하는 일련의 과정을 축약시킨 캐릭터라고 하셨다. 그래서 인형이라기보다는 갓 태어난 인간에 중점을 두고 몸과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일본에서 여우주연상 삼관왕이 됐는데 소감을 말해 달라.
배두나: 세 개의 상을 탔는데 사실 하나가 또 있다. (웃음) 뉴스로 나오진 않았는데 일본 관객들이 뽑은 여우주연상에도 올랐다고 하더라. 관객이 주는 상이니까 더 뜻 깊었다. 사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놀랐다. 일본 영화계도 보수적이지 않을까 했고, 거기다 외국인 최초 수상이라고 해서 거짓말 같았다. 그 정도로 잘 하진 않았는데. (웃음) 다 감독님이 잘해 보이게 만들어주셔서 그런 결과가 온 거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참고로 난 아직까지 한 번도 일본 아카데미에 초청 받은 적이 없다. (웃음) 사실 인형이라는 역할을 맡아서 수상한 건 어려운 일이고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한 벽을 넘어서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배두나의 섬세한 감정 표현 덕분인 것 같다. 그 때문에 영화를 본 후에는 한 여성의 생애를 다 본 듯한 느낌이 남을 것이다.
“영화를 선보이면서 영화에 대해 새로이 느끼게 된다” 이전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배두나: 특별히 캐릭터 욕심은 없다. 미래에 어떤 역을 하겠습니다, 이런 것 보다는 항상 현실에 충실하려고 한다. 영화를 찍으면서라도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인지 나와 다른 캐릭터를 동경하고 고르는 편이다. 또 현실에 없을 법한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걸 즐긴다. 욕심이 있다면 정말 악마적인 캐릭터? 철저한 악이 내 안에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끄집어내서 연기해보고 싶다.
아라타, 이타오 이츠지, 오다기리 죠 등 쟁쟁한 일본의 배우들과 함께 연기했는데 호흡은 어땠나?
배두나: 가장 많이 의지하고 친하게 지낸 배우는 아라타다. 극중에서 사랑하는 역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자상했다. 현장에 한국 사람은 나 한 명이니까 외롭거나 적응 하지 못할까봐 신경을 신경 많이 써주었다. 내가 단 걸 좋아하니까 찹쌀떡도 사다주고, 정말 오빠같이 잘해줬다. 이타오 이츠지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현장에서 말도 거의 안 하고,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다. 오다기리 죠는 사실 그 전에 약간 친분이 있어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오다기리 죠의 부인이 나와 를 찍었던 카시이 유우라 사적인 자리에서 본 적도 있고. 촬영장에선 굉장히 장난을 즐기더라. 내 입술을 칠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컷 하면 입술 옆으로 선을 찍 긋고. (웃음)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지금이 과 함께 프로모션 차 외국을 돌고 있는 시기다. 더 많은 장소, 더 많은 나라에서 영화를 선보이면서 영화에 대해 새로이 느끼게 된다. 영화는 변하지 않지만 끝난 후 나와의 관계는 변하고 있다. 관객들이 에서 보고 느끼고 흡수한 걸 내가 또 느껴서 이 영화에 대한 마음을 소중히 갖고, 다음을 향해 가려한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들려줬으면 한다.
배두나: 솔직히 이 영화를 찍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마음도 힘들었고 몸도 힘들었다. 한 겨울에 안 추운 척 원피스만 입고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배우, 한국 여배우들은 다들 성실하고 멋지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다. 추워도 춥다고 하면 엄살이라고 할까봐 내색 하지 않았고, 한국에서보다 더 긴장하고 더 오버해서 열심히 한 거 같다. (웃음) 사실 누드 신도 어떻게 쑥스럽지 않겠나? 나도 여잔데. (웃음) 하지만 한국배우들은 프로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열심히 찍었다. 갸륵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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