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가 ‘라디오 스타’에 있어야 하는 이유
김구라가 ‘라디오 스타’에 있어야 하는 이유
‘라디오 스타’ 수 MBC 밤 11시 5분
클론과 박미경이 무도회장을 휩쓸던 옛 시절을 회상하며 무용담 아닌 무용담을 들려주는 것도 좋았고, 난처한 질문에도 태연하게 아니 스스로 더 말하고 싶어 하는 강원래의 수다도 낄낄거리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번 회만큼은 김구라가 주인공이고, 우리나라 방송 코미디에 이정표를 남긴 회임이 확실하다. ‘내 사랑 송이’ 활동 준비 중 구준엽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일화를 말하던 강원래가 갑자기 울컥하더니 급기야 눈물을 보였다. 그 어떤 질문에도 태연히, 아니 박미경의 겨털 이야기를 당사자를 놔두고 자기가 나서서 하던 강원래가 말이다. 이때 강호동이었으면 눈물과 감정을 더 크게 끌어냈을 것이고, 신동엽이나 유재석은 위로라는 큰 틀 속에서 작은 유머를 던지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을 것이며, 박명수는… 어쩔 줄 몰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김구라는 예의 그 귀찮은 표정을 짓더니, 강원래에게 오늘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감정이 울컥한 사람을 비꼬는 유머다. 윤종신의 말대로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말과 리액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김구라 밖에 없다. 또 김구라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이런 분위기를 웃음으로 만드는 사람이 그밖에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어제 이전까지 우리나라 예능에서 따뜻한 신파 코드와 웃음은 기계적 중립주의처럼 강박적으로 붙어 다녔다. 그 때문에 원치 않는 유치한 장면과 연예인의 눈물을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 이 불가침의 영역을 한 방에 날려 버렸으니 예능계 전체에 있어 또 다른 한 발을 내딛은 것이다. 힘들고 무거운 현실을 비껴내는 방법 중 한 가지가 웃음과 유머다. 감정 잡고 눈물짓는 상황에서 “됐고”를 외칠 줄 아는 코미디를 한국어로 접하니 정말 신선하고 빵 터지게 짜릿하다.
글 김교석
김구라가 ‘라디오 스타’에 있어야 하는 이유
김구라가 ‘라디오 스타’에 있어야 하는 이유
‘라디오 스타’ 수 MBC 밤 11시 5분
박미경과 구준엽이 함께 출연하기는 했지만 이번 ‘라디오 스타’의 주인공은 명백히 강원래다. ‘자상한 게스트’라고 표현될 정도로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하는 강원래는 역시 같은 강도로 신정환을 비롯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폭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화법이 불편하거나 불쾌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폭로가 공격을 전제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강원래는 클럽과 관련한 추억담을 털어놓는 틈틈이 댄서로서의 과거와 아내와의 첫 만남, 교통사고 후 재기하게 된 과정 등 자신의 이야기들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심지어 구준엽이 휠체어 댄스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휠체어를 미는 동작을 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는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그러나 ‘무릎 팍 도사’가 아닌 ‘라디오 스타’는 그 상황의 감수성을 고조시켜 화자에 몰입하는 대신 인물을 가볍게 놀리며 무안함을 금세 덮어버리고자 했다. 이것은 강원래를 가벼이 여긴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인물의 속사정을 놓치지 않되, 너무 무겁게 다루지 않으려는 ‘라디오 스타’만의 배려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이번 회를 기점으로 CG가 제5의 멤버로 자리매감 했다는 점이다. 자잘한 터치로 주목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공격당하는 멤버를 하단에 따로 클로즈업 하고, 음표가 뿜어져 나오고, 겨드랑이에서 꽃 넝쿨이 자라나는 모습은 이미 발생한 웃음을 두 배로 증폭시키는 수훈이다. 그래서 김구라의 발언은 사실 ‘라디오 스타’ 전체에 해당되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를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건 저밖에 없습니다.”
글 윤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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