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대담하다. 기껏 걱정을 해 줬더니 “호랑이라 물어 간다니”라고 말꼬리를 잡으며 하하하 웃을 뿐이다. 죽은 사람 앞섶을 더듬는 것은 기본, 장정들이 도망하느라 내다 버린 장총을 끝내 챙겨드는 것도 그 여자, 초복이다. 그래서 “내가 이런 남자들을 믿고 입당을 했으니”하며 입을 삐죽 내밀어도 할 말이 없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 KBS 의 거친 남정네들 사이에서도 초복이처럼 단단하고 야무진 차돌멩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복이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아닐지언정 드물게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 노릇을 하는 그런 여자다.
주인공으로 시작해 조연으로 주목받기까지 그 여자를 연기하는 민지아는 주인공으로 데뷔를 했다. 그 다음에도, 그 다음 작품에서도 그녀는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제주도 푸른 밤’, ‘장국영이 죽었다고?’,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귀자 이야기’라는 주옥같은 단막극의 제목들은 쉽게 잊혀졌다. 그리고 그녀의 인물들이 희미해져 감에 따라 오디션은 점점 더 힘들어 졌다. “부모님이 꼭 그 길을 가야겠냐고 많이 만류 하셨어요. 그런 충돌이 자꾸 생기니까 정말 괴로웠던 것은 제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거였어요.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이런 꿈을 꿔도 괜찮은 걸까?” 그래서 다른 직업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도무지 방도가 없었다. “싫어하는 일은 전혀 못 견디지만, 좋아하는 건 꼭 하고야 마는” 성미에 오지 않는 기회를 기다리는 일은 차라리 고문이었다.
막다른 길에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주인공이 되는 일이었다. 불어 한마디 못하고, 아무 연고도 없었지만 그녀는 “여자들의 로망”인 파리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열흘 남짓한 여행 기간 동안 종종 언덕 위의 성당에 들러 촛불을 켜고 기도를 했다. “다 내려놓고 돌아올 작정이었거든요. 그래서 제발 기회를 주세요. 아니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하고 빌었죠.” 그리고 응답은 여행에서 돌아온 한달 뒤, 에 캐스팅 되는 것으로 돌아왔다.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기쁨은 역할의 크기, 분장의 정도에 개의치 않을 만큼 큰 것이었다. “조연이지만 주인공 같은 연기를 해 달라”는 감독의 어려운 요구도 그녀의 불타는 도전 의식 앞에서는 더 이상 난제가 아니었다. “는 사실 민초들의 이야기고,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의 이야기에요. 사실상 드라마의 주인공은 완전히 사이드의 인물이 아니지만, 초복이와 업복이는 얼굴에 낙인이 찍힌 오리지널 노비잖아요. 그래서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을 완전히 끌고 가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들의 이야기가 큰 축으로 작용 할 거라고 생각해요”라는 전망이 단지 그녀의 희망사항만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이제 막 선수 등록 한 기분이에요” 누구나 일정한 속도로 달린다면, 인생은 출발과 동시에 지루한 게임이 된다. 그래서 “이제 막 선수 등록 한 기분이에요”라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템포로 전개될 미래를 예감하는 민지아에게는 희망이 허락된다. 덕분에 그녀는 원했던 역할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 것을 보는 일이 마음 아파서 TV를 잘 보지 않았던 과거를 후회할 만큼 너그러운 사람이 되었다. “피하지 말고 봐 둘걸 그랬어요. 다 공부가 되었을 텐데”라는 말을 담담하게 할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날들이 있었다. 연말 시상식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힘내,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뜬금 없는 격려를 보내는 바람에 몰래 눈물을 흘린 밤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시간이라는 질긴 적과 싸워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강가의 돌멩이처럼 깎이고 깎여 반질거리는 마음을 그녀는 멀리 미래에 던져두었다. 이제 우리는 그녀가 그 꿈을 찾으러 가는 길을 지켜보면 된다. 아마도 쉽게 주저앉지 않는 뚜벅뚜벅 대담한 여정이 될 것 같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주인공으로 시작해 조연으로 주목받기까지 그 여자를 연기하는 민지아는 주인공으로 데뷔를 했다. 그 다음에도, 그 다음 작품에서도 그녀는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제주도 푸른 밤’, ‘장국영이 죽었다고?’,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귀자 이야기’라는 주옥같은 단막극의 제목들은 쉽게 잊혀졌다. 그리고 그녀의 인물들이 희미해져 감에 따라 오디션은 점점 더 힘들어 졌다. “부모님이 꼭 그 길을 가야겠냐고 많이 만류 하셨어요. 그런 충돌이 자꾸 생기니까 정말 괴로웠던 것은 제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거였어요.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이런 꿈을 꿔도 괜찮은 걸까?” 그래서 다른 직업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도무지 방도가 없었다. “싫어하는 일은 전혀 못 견디지만, 좋아하는 건 꼭 하고야 마는” 성미에 오지 않는 기회를 기다리는 일은 차라리 고문이었다.
막다른 길에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주인공이 되는 일이었다. 불어 한마디 못하고, 아무 연고도 없었지만 그녀는 “여자들의 로망”인 파리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열흘 남짓한 여행 기간 동안 종종 언덕 위의 성당에 들러 촛불을 켜고 기도를 했다. “다 내려놓고 돌아올 작정이었거든요. 그래서 제발 기회를 주세요. 아니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하고 빌었죠.” 그리고 응답은 여행에서 돌아온 한달 뒤, 에 캐스팅 되는 것으로 돌아왔다.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기쁨은 역할의 크기, 분장의 정도에 개의치 않을 만큼 큰 것이었다. “조연이지만 주인공 같은 연기를 해 달라”는 감독의 어려운 요구도 그녀의 불타는 도전 의식 앞에서는 더 이상 난제가 아니었다. “는 사실 민초들의 이야기고,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의 이야기에요. 사실상 드라마의 주인공은 완전히 사이드의 인물이 아니지만, 초복이와 업복이는 얼굴에 낙인이 찍힌 오리지널 노비잖아요. 그래서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을 완전히 끌고 가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들의 이야기가 큰 축으로 작용 할 거라고 생각해요”라는 전망이 단지 그녀의 희망사항만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이제 막 선수 등록 한 기분이에요” 누구나 일정한 속도로 달린다면, 인생은 출발과 동시에 지루한 게임이 된다. 그래서 “이제 막 선수 등록 한 기분이에요”라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템포로 전개될 미래를 예감하는 민지아에게는 희망이 허락된다. 덕분에 그녀는 원했던 역할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 것을 보는 일이 마음 아파서 TV를 잘 보지 않았던 과거를 후회할 만큼 너그러운 사람이 되었다. “피하지 말고 봐 둘걸 그랬어요. 다 공부가 되었을 텐데”라는 말을 담담하게 할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날들이 있었다. 연말 시상식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힘내,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뜬금 없는 격려를 보내는 바람에 몰래 눈물을 흘린 밤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시간이라는 질긴 적과 싸워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강가의 돌멩이처럼 깎이고 깎여 반질거리는 마음을 그녀는 멀리 미래에 던져두었다. 이제 우리는 그녀가 그 꿈을 찾으러 가는 길을 지켜보면 된다. 아마도 쉽게 주저앉지 않는 뚜벅뚜벅 대담한 여정이 될 것 같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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