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TV 클럽
일요 TV 클럽
지난 주말, 한 때 함께 일했던 동료의 집들이에 초대받았습니다. 그의 새 집에 삼삼오오 모여 묵힌 수다를 떨고 술잔을 기울이던 시간. 싱글맨의 서툴지만 정성스러운 요리 대접도 너무 감동적이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모두 모여 IPTV로 의 지난 에피소드를 보던 시끄러운 순간이었습니다. 깜찍한 ‘하라구’나 ‘백지선화’ 가 등장할 때 애증의 ‘곰태우’가 포효하는 순간 등 각자 애정하는 인물들이 나올 때의 서로 다른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폭소를 터트리는 순간도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함께 TV 보는 시간의 즐거움이었습니다.

TV를 볼 수 있는 디바이스들이 다양해지고 점점 개인화 되면서 우리는 어쩌면 함께 TV보는 즐거움을 잊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 노트북의 모니터를 통해 DMB 혹은 휴대폰 액정을 통해 보는 TV 역시 늘 즐겁고 고마운 벗이지만, 이렇게 함께 보는 방송은 그 재미를 580배는 부풀려주는 것이더라고요. 사실 기자들의 워크숍이나 엠티의 하이라이트 역시 수려한 자연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바비큐 파티도 아닙니다. 바로 펜션이나 민박집에 함께 뒹굴 거리며 이나 음악프로그램을 보며 마음대로 떠들고 웃는 시간입니다.

한 때 친구들끼리 ‘영화클럽’을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같이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약간은 아카데믹한 모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재미있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면 토요 혹은 일요 TV 클럽을 결성해 보는 게 어떨까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우아한 식사보다 물개 떼처럼 함께 모여 밥을 함께 먹고 를 를 ‘1박 2일’을 보는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클럽. 그것이야 말로 독자들에게 제일 어울릴만한, 제인 오스틴도 울고 갈 21세기의 ‘북 클럽’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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