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는 드라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 드라마와는 다른 것을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가 공개된 후 시청자들은 작가나 배우 같은 인물들뿐만 아니라 의 조선시대가 보여주는 모든 것들에 흥미를 느꼈다. 여타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른 화질을 보여주는 레드원 카메라는 순식간에 드라마 업계의 새로운 문명의 이기로 떠올랐고, 장혁이 쓰는 무술은 그가 배운 절권도에 대한 관심을, 태하가 보여준 고속 촬영 액션은 새삼 그와 비슷한 영화 을 화제에 오르게 만들었다. 는 어떻게 우리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그 모든 것들을 드라마 속에서 태연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곽정환 감독에게 의 제작과정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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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 다른 화면, 이렇게 만들어진다" />에서는 노비들과 양반들은 의상은 물론 쓰는 용어도 확연히 다르다. 사용하는 무기 역시 애기살 등 당시 사용했던 무기를 철저하게 고증한다. 액션 신에서 영화 을 연상시키는 고속 촬영을 하고, 때론 헤비메틀 음악도 사용한다는 점에서 는 매우 스타일리시 하지만, 동시에 남자들이 실전에서 맞부딪치는 ‘실전(實戰) 사극’이자 현실적인 조선시대를 눈앞에 펼친 듯한 ‘실전(實前) 사극’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를 “권력 대 권력이나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시대의 모순에 몸뚱이 하나로 저항했던 민초들의 이야기”라 생각한 곽정환 감독의 고민의 결과다. 그는 “하얀 옷을 입고 상투를 트는 건 양반 중심의 유교적인 전통에서 나온 상상이고, 노비들은 상투도 틀지 않고 더우면 훌렁 훌렁 벗고 다녔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신분에 따른 현실적인 스타일을 통해 계급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만큼 에서 노비의 피폐한 삶은 더욱 리얼하게 표현되고, 곽정환 감독이 추구한 “몸뚱이의 육체성”도 극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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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 다른 화면, 이렇게 만들어진다" />에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레드원 카메라는 테이프 없이 파일로 영상을 저장해 컴퓨터 작업에 용이하다. 또한 해상도는 필름 화질과 같은 4K(4520*2540)로, 2K(1920*1080)의 풀 HD보다 월등하게 좋다. 의 자연스러운 색감과 머리카락 한 올까지 표현하는 섬세한 영상은 레드원 카메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곽정환 감독은 “그래서 레드원은 기계보다 다루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섬세한 만큼 초점이 나가기 일쑤”여서 그만큼 촬영 감독의 정교한 손길이 필요하고, 명암 대비가 뚜렷하면서도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이 살아나 “색깔, 조명, 미술이 모두 섬세하게 이뤄져야”한다. 드라마 업계에서 레드원 카메라의 사용은 “지금의 제작진 누구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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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 다른 화면, 이렇게 만들어진다" />에서 의상은 곧 캐릭터의 계급이다. 양반은 깨끗하고 부드러운 비단 옷을 입지만 노비의 옷은 더럽고 낡아있다. 하지만 곽정환 감독은 의상을 통해 단지 노비의 현실뿐만 아니라 “남루하면서도 멋있는 느낌을 내는 무엇”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노비 업복이(공형진)가 가만히 있을 때는 남루한 노비여도, 화승총을 쏠 때는 노비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나야 한다는 것. 그래서 곽정환 감독은 노비를 비롯한 민초들의 옷을 “청바지 워싱하듯 계속 닳게” 만들었다. 현재 에 나오는 민초들의 의상은 이런 과정을 거쳐 5번의 검토 끝에 채택된 것들이다. 가장 현실적이지만 가장 스타일리시한 ‘조선 상놈 스타일’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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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 다른 화면, 이렇게 만들어진다" />곽정환 감독은 무술 연기에서 “휘두르기 전과 휘두르는 동안의 감정”을 잡아내면서 캐릭터의 특징이 무술에 반영되기를 원했다. 집요하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추적하는 대길은 빠르고 날카롭게 움직이는 반면, 대의명분을 쫓는 태하의 몸놀림은 크고 힘차게 움직이는 식이다. 또한 곽정환 감독은 액션의 현실성을 위해 와이어 액션을 일체 배제하고, 정통 군사 훈련을 받은 캐릭터와 저자거리에서 싸움을 익힌 캐릭터의 차이를 확연히 두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오지호는 를 시작할 당시 액션에 능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 보여준 움직임이 “둔중하고 힘차서” 곽정확 감독이 생각한 “태하의 골격과 성격을 가진 사람의 동작”이 나와 그것을 태하만의 스타일로 발전시켰다고. 또한 장혁은 절권도를 오랫동안 배운 배우답게 “순간의 감정 표현이나 동작을 거의 놓치지 않아” 곽정환 감독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대길의 무술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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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 다른 화면, 이렇게 만들어진다" />의 액션에는 많은 부분 고속 촬영이 등장한다. 태하가 회상 신에서 마치 영화 처럼 청나라 군인들을 하나씩 베어 나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곽정환 감독은 “국가와 국가, 군대와 군대가 싸우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은 매우 작은 스케일의 이야기”이기도 한 는 “규모가 작은 만큼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 접근하는” 고속 촬영이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특히 곽정환 감독은 ”액션을 규모보다 정밀함으로 승부하다 보니 감정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 “맞는 순간 얼굴의 일그러짐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고속 촬영 대신 때리기 직전의 감정을 고속으로” 찍었다. 하지만 고속 촬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뒤따랐다. 대부분의 고속촬영 카메라는 다큐멘터리용이어서 움직임이 크고 빠른 사람의 액션을 담는 것은 불가능했고, 레드원 카메라는 초당 100프레임까지만 고속 촬영이 가능해 ”제한 적인 상황에서 최대한 요령껏“ 찍었다고. 또한 태하의 회상 신은 배경으로 그려 넣은 CG의 완성도가 좋지 않아 화면에서 최대한 색을 빼고, 먼지를 많이 날리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그 결과 태하의 회상 신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느낌을 주며 의 명장면이 됐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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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원 카메라는 영상 면에서 기존 드라마용 HD 카메라와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주지만, 그만큼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아직 HD TV 보급률이 높지 않아 HD로 보면 화질이 더 좋을 영상도 SD로 볼 시청자들을 생각해 화질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영상이 파일로 녹화되기 때문에 후반 작업을 모두 파일 기반의 시스템으로 해야 한다. 이 후반 작업 시스템을 짠 사람이 바로 의 김종연 조감독. 평소 레드원 카메라를 비롯한 디지털 영상 작업에 관심이 컸던 그는 에 참여하면서 후반 작업에 필요한 워크 프로세스를 직접 짰고, 편집과 색 보정을 총괄한다. 실제로 에 등장하는 옷은 현장에서 본 실물보다 방송에서의 색감이 더욱 자연스러워 보였다. 또한 레드원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방송용으로 옮기면 70분 드라마 기준으로 4초 정도 화면과 소리가 맞지 않아 곽정환 감독은 다른 드라마와 달리 편집을 방송 1주일 전에 마치고 후반 작업팀에 영상을 넘겨야 한다. 가 민초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듯, 는 수많은 사람들의 힘이 모여 새로운 드라마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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