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길이의 무술에도 그런 역사적인 배경과 대길이의 환경을 염두에 둔 건가. 대길과 태하의 스타일은 분명히 다르다. 어떻게 접근했나.
장혁 : 액션은 무술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만들지만 나는 액션에서 좀 더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액션과 연기는 둘 다 같이 가야하고, 배우는 자기가 하는 것에 대한 디렉션을 갖고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무술 감독님의 감독 하에 무술 디자인을 해보겠다고 했다. 에서 무술은 캐릭터를 보여주는 연기의 일부분이다. 태하나 철웅은 전통무예를 하고 궁궐 안에서 형식과 틀이 짜여져 있는 무술을 하면, 나 같은 추노꾼은 저자거리에서 생존하기 위해 무술을 익혔으니까 당연히 달라야 하지 않나. 그리고 최장군과 왕손이와도 달라야 하고.
“아무리 액션이 멋있어도 감정이 이상하면 소용없다” 그런 부분이 궁금했다. 대길이는 양반집 도령 출신이었으니 어디서 제대로 무술을 배우지 않았을 테니까. 대길이의 무술은 콤팩트하고 날렵한 실전성이 두드러진다. 당신이 수련 중인 절권도처럼.
장혁 : 그런 느낌이 있다. 전쟁터에서 배운 무술과 저잣거리에서 배운 무술은 다르다. 그리고 그 당시 저잣거리는 사람이 칼을 들고 다니던 곳이고, 특히 추노질을 하는 건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매일 매일 사선에서 싸우다 보면 어떤 형식을 가질 수 없다. 긴 칼이든 단도든, 돌멩이를 쥐든 싸워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천지호는 돌로 사람을 내려치기도 한다. 대길이도 모든 것을 다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 처할 줄 모르니까. 그리고 도령이었을 때 틀에 박혀 있던 사람이 생존을 하려면 잔인성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조금은 야차 같은 느낌도 있다. 칼을 잡는 느낌도 그렇고. 또 역검(칼을 거꾸로 잡은 자세)을 취할 때도 있고, 칼을 들고 있는데 편안한 대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만큼 칼과 같이 살아왔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게 내가 하는 절권도의 느낌과 유사하다. 절권도는 틀을 배척하고, 본질적으로는 생존에 대한 무술이니까.
칼을 잡는 액션은 어떻게 배웠나.
장혁 : 난도술을 예전에 배웠다. 그리고 절권도에서 무기는 무기가 아니다. 칼을 쥐면 무기를 잡았다기 보다는 내 손이 길어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내가 에서 하는 건 정확하게 말하면 절권도가 아니라 영춘권이다. 영춘권은 브루스 리가 배운 권법이라서 수비술에 있어서 많이 참고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영춘권은 의 이전 시기에 엄영춘이라는 사람이 창시한 권법이라 그 시대에 사용해도 고증에서 문제될 게 없었고.
하지만 드라마다 보니 실전성만을 강조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부분도 생각해야했을 텐데, 그런 경계 조절은 어땠나.
장혁 : 실전이라면 한 방으로 끝내야 한다. 아니면 싸우지 말던가. 하지만 드라마다 보니까 비주얼적으로 인상이 남을 수 있게 액션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영춘권의 수비술이 도움이 됐다. 그리고 대길이가 무술 수련에 쓰는 목각인형도 당시 청에 그런 인형이 있었고, 청과 조선은 교류가 있었으니까 대길이가 그걸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설정했다. 대길이가 지난 10년 동안 무술을 수련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장치가 필요했으니까. 무술 연기를 할 때 중요한건 그런 부분이다. 외적으로 액션을 디자인하는 건 기술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정말 멋있게 찍어도 감정을 가져가야 하는 부분에서 이상하면 안 된다. 대길이가 무술을 쓸 때 어떤 과거와 감정에서 나오는지 받아들여야 한다.
곽정환 감독이 당신에 대해 “액션에 감정을 싣는다”고 하는 게 그런 부분인 것 같다.
장혁: 이건 복싱시합하고 비슷한 것 같다. 24라운드를 하는데 이 선수가 얼마나 패턴을 가지고, 어느 라운드에서 힘을 주고, 어디서 빠지고. 단지 액션을 하는 게 아니라 그런 흐름 을 생각하면서 한다. 감독님은 감독님대로 전체의 흐름 안에서 각각의 회의 완급을 조절하게 되는 거고.
“지금도 하나씩 쌓아가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대길이는 당신이 지금까지 인생에서 쌓아온 결과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절권도를 배우고, DVD를 사 모으면서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장혁 : 를 하기 전 어떤 변환점이 있었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아마 군대나 결혼, 아이 같은 부분들을 생각하시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인생의 큰 부분이긴 하지만, 그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들 중 하나다. 갑자기 변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쌓이는 거다. 지금 서른다섯에 를 만나 가장 많은 걸 쏟아 부을 수 있다면 은 또 그 때 그럴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던 거다.
DVD를 꾸준히 모으는 사람의 말답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전에 공개한 DVD 진열장을 봤는데, 그 진열장은 모아서 쌓는 맛을 아는 사람이 차곡차곡 모아놓은 진열장 같았다.
장혁 : 그 사람 방을 들어가면 그 사람이 어떤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나. 내 공간에서 뭔가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냥 인테리어라면 의미가 없으니까. DVD든 책이든 피규어든 하나하나가 내가 보고, 느끼고, 나만의 장난감이 되는 거다. 그래서 적정선을 찾는 것도 중요하고. 소장을 해야겠지만 일단 볼 수 있는 양하고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영화도 규칙적으로 매일 보나. 영화를 한 편 보고 그 다음 작품을 10분 보고 잠든다는 말을 들었다.
장혁 : 그렇게 보면 다음 날 영화 내용이 궁금해져서 또 보게 된다. 하루에 3,4편씩 계속 볼 때도 있지만 DVD는 촬영할 때도 보려고 갖고 다닌다. 그러다 재미있는 작품은 꼭 다시 보면서 코멘터리를 듣고. 그리고 운동기구와 책도 갖고 다니고.
그런 생활이 당신의 연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부터 , 그리고 까지 당신은 얼마나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느냐에 앞서 캐릭터의 내면을 더 깊게 표현하는데 주목하는 것 같다.
장혁 : 절권도에서는 내가 절권도를 하루에 삼일치를 하고 다음날 쉬었으면 이틀 치를 한 게 아니다. 그냥 쉰 건 쉰 거다. 그렇게 편안하게 가는 거다. 몇 년을 하면서 쌓아가는 거니까. 그런 게 내가 작품을 하면서 갖는 느낌이다. 나중에는 캐릭터 디자인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어떤 캐릭터가 주어지면 거기에 세공을 해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거다. 그런 일들에 흥미를 느낀다.
그동안 당신의 연기가 쌓이고, 절권도처럼 인생의 경험들이 쌓이면서 대길이까지 온 것 같다. 대길이가 당신의 연기 인생에서 한 번의 점을 찍고 가는 것 같기도 한데, 기분이 어떤가.
장혁 : 나에게 연기를 왜 하냐고 물어본다면 캐릭터의 표현이 재미있고, 거기에 생동감을 넣는 게 재미있어서라고 할 것이다.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멈춰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인성을 바탕으로 성장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에 대한 어떤 기록성이 남아야 한다고 보고. 여러 배역을 연기하면서 나의 개인사가 생기고, 누구를 만나든 그게 나에게 또 다른 영향들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흘러오면서 만들어가는 것이 나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하나씩 쌓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장혁 : 액션은 무술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만들지만 나는 액션에서 좀 더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액션과 연기는 둘 다 같이 가야하고, 배우는 자기가 하는 것에 대한 디렉션을 갖고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무술 감독님의 감독 하에 무술 디자인을 해보겠다고 했다. 에서 무술은 캐릭터를 보여주는 연기의 일부분이다. 태하나 철웅은 전통무예를 하고 궁궐 안에서 형식과 틀이 짜여져 있는 무술을 하면, 나 같은 추노꾼은 저자거리에서 생존하기 위해 무술을 익혔으니까 당연히 달라야 하지 않나. 그리고 최장군과 왕손이와도 달라야 하고.
“아무리 액션이 멋있어도 감정이 이상하면 소용없다” 그런 부분이 궁금했다. 대길이는 양반집 도령 출신이었으니 어디서 제대로 무술을 배우지 않았을 테니까. 대길이의 무술은 콤팩트하고 날렵한 실전성이 두드러진다. 당신이 수련 중인 절권도처럼.
장혁 : 그런 느낌이 있다. 전쟁터에서 배운 무술과 저잣거리에서 배운 무술은 다르다. 그리고 그 당시 저잣거리는 사람이 칼을 들고 다니던 곳이고, 특히 추노질을 하는 건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매일 매일 사선에서 싸우다 보면 어떤 형식을 가질 수 없다. 긴 칼이든 단도든, 돌멩이를 쥐든 싸워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천지호는 돌로 사람을 내려치기도 한다. 대길이도 모든 것을 다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 처할 줄 모르니까. 그리고 도령이었을 때 틀에 박혀 있던 사람이 생존을 하려면 잔인성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조금은 야차 같은 느낌도 있다. 칼을 잡는 느낌도 그렇고. 또 역검(칼을 거꾸로 잡은 자세)을 취할 때도 있고, 칼을 들고 있는데 편안한 대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만큼 칼과 같이 살아왔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게 내가 하는 절권도의 느낌과 유사하다. 절권도는 틀을 배척하고, 본질적으로는 생존에 대한 무술이니까.
칼을 잡는 액션은 어떻게 배웠나.
장혁 : 난도술을 예전에 배웠다. 그리고 절권도에서 무기는 무기가 아니다. 칼을 쥐면 무기를 잡았다기 보다는 내 손이 길어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내가 에서 하는 건 정확하게 말하면 절권도가 아니라 영춘권이다. 영춘권은 브루스 리가 배운 권법이라서 수비술에 있어서 많이 참고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영춘권은 의 이전 시기에 엄영춘이라는 사람이 창시한 권법이라 그 시대에 사용해도 고증에서 문제될 게 없었고.
하지만 드라마다 보니 실전성만을 강조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부분도 생각해야했을 텐데, 그런 경계 조절은 어땠나.
장혁 : 실전이라면 한 방으로 끝내야 한다. 아니면 싸우지 말던가. 하지만 드라마다 보니까 비주얼적으로 인상이 남을 수 있게 액션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영춘권의 수비술이 도움이 됐다. 그리고 대길이가 무술 수련에 쓰는 목각인형도 당시 청에 그런 인형이 있었고, 청과 조선은 교류가 있었으니까 대길이가 그걸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설정했다. 대길이가 지난 10년 동안 무술을 수련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장치가 필요했으니까. 무술 연기를 할 때 중요한건 그런 부분이다. 외적으로 액션을 디자인하는 건 기술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정말 멋있게 찍어도 감정을 가져가야 하는 부분에서 이상하면 안 된다. 대길이가 무술을 쓸 때 어떤 과거와 감정에서 나오는지 받아들여야 한다.
곽정환 감독이 당신에 대해 “액션에 감정을 싣는다”고 하는 게 그런 부분인 것 같다.
장혁: 이건 복싱시합하고 비슷한 것 같다. 24라운드를 하는데 이 선수가 얼마나 패턴을 가지고, 어느 라운드에서 힘을 주고, 어디서 빠지고. 단지 액션을 하는 게 아니라 그런 흐름 을 생각하면서 한다. 감독님은 감독님대로 전체의 흐름 안에서 각각의 회의 완급을 조절하게 되는 거고.
“지금도 하나씩 쌓아가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대길이는 당신이 지금까지 인생에서 쌓아온 결과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절권도를 배우고, DVD를 사 모으면서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장혁 : 를 하기 전 어떤 변환점이 있었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아마 군대나 결혼, 아이 같은 부분들을 생각하시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인생의 큰 부분이긴 하지만, 그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들 중 하나다. 갑자기 변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쌓이는 거다. 지금 서른다섯에 를 만나 가장 많은 걸 쏟아 부을 수 있다면 은 또 그 때 그럴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던 거다.
DVD를 꾸준히 모으는 사람의 말답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전에 공개한 DVD 진열장을 봤는데, 그 진열장은 모아서 쌓는 맛을 아는 사람이 차곡차곡 모아놓은 진열장 같았다.
장혁 : 그 사람 방을 들어가면 그 사람이 어떤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나. 내 공간에서 뭔가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냥 인테리어라면 의미가 없으니까. DVD든 책이든 피규어든 하나하나가 내가 보고, 느끼고, 나만의 장난감이 되는 거다. 그래서 적정선을 찾는 것도 중요하고. 소장을 해야겠지만 일단 볼 수 있는 양하고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영화도 규칙적으로 매일 보나. 영화를 한 편 보고 그 다음 작품을 10분 보고 잠든다는 말을 들었다.
장혁 : 그렇게 보면 다음 날 영화 내용이 궁금해져서 또 보게 된다. 하루에 3,4편씩 계속 볼 때도 있지만 DVD는 촬영할 때도 보려고 갖고 다닌다. 그러다 재미있는 작품은 꼭 다시 보면서 코멘터리를 듣고. 그리고 운동기구와 책도 갖고 다니고.
그런 생활이 당신의 연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부터 , 그리고 까지 당신은 얼마나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느냐에 앞서 캐릭터의 내면을 더 깊게 표현하는데 주목하는 것 같다.
장혁 : 절권도에서는 내가 절권도를 하루에 삼일치를 하고 다음날 쉬었으면 이틀 치를 한 게 아니다. 그냥 쉰 건 쉰 거다. 그렇게 편안하게 가는 거다. 몇 년을 하면서 쌓아가는 거니까. 그런 게 내가 작품을 하면서 갖는 느낌이다. 나중에는 캐릭터 디자인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어떤 캐릭터가 주어지면 거기에 세공을 해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거다. 그런 일들에 흥미를 느낀다.
그동안 당신의 연기가 쌓이고, 절권도처럼 인생의 경험들이 쌓이면서 대길이까지 온 것 같다. 대길이가 당신의 연기 인생에서 한 번의 점을 찍고 가는 것 같기도 한데, 기분이 어떤가.
장혁 : 나에게 연기를 왜 하냐고 물어본다면 캐릭터의 표현이 재미있고, 거기에 생동감을 넣는 게 재미있어서라고 할 것이다.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멈춰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인성을 바탕으로 성장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에 대한 어떤 기록성이 남아야 한다고 보고. 여러 배역을 연기하면서 나의 개인사가 생기고, 누구를 만나든 그게 나에게 또 다른 영향들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흘러오면서 만들어가는 것이 나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하나씩 쌓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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