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의 안구 키스 vs <공부의 신>의 풋풋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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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구 키스
ㅅㅞㅂ이 말씀하셨다. 간, 쓸개 없는 여자 싫어한다고. 또, ㅅㅞㅂ이 말씀하셨다. 주방에서 남녀상열지사 벌이면 해고라고. 그랬던 ㅅㅞㅂ이 제 손으로 해고하고 제 입으로 다시 주방에 불러들인 서유경과 눈이 맞았다. “니가 죽고 못 사는 파스타가 좋냐, 내가 좋냐?”는 물음에 1초의 고민도 안 하고 “ㅅㅞㅂ♡”이라 대답하는, 간도 쓸개도 없는 서유경이지만 ‘붕어’라는 구박조차 그저 애칭으로 사용하는 ㅅㅞㅂ과 서유경의 ‘눈 가리고 아웅’ 식 염장은 날이 갈수록 짜져 가고, 그 궁극은 홍합 손질을 핑계로 주방에서 벌어진 ‘안구 키스’로 나타났다. 술기운 핑계로 한 번, 눈이 짝짝이 아니라는 핑계로 두 번, 그리고 “안 걸리면 되지. 몰래 하면 된다” 라니 주방에서 벌어지는 이 심각한 모럴 해저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러운 이들이 있다면 눈 감고 조개를 ㅅㅞㅂ(또는 서유경)의 입술이라 상상하며 해보길 권한다. 단, 가시 뽑기 전문인 조개와의 안구 키스 시 눈썹을 뽑히는 데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이다.
의 풋풋 키스
풀잎이가 말했다. 찬두랑 봉구랑 백현이랑 똑같이 친구로 좋아한다고. 또, 풀잎이는 일기에까지 썼다. 그 애는 그냥 ‘친구’라고. 물론 강한 부정은 긍정이며 여기서 ‘그 애’는 시험 잘 보면 상 달라고 다짐을 받아놓고도 “니 옆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상이라며 좋아라 하고 생일에는 새벽부터 미역국 끓여다 바치는 유치원 동창 찬두가 당연히 아니다. 풀잎이가 갖고 싶어 하던 머리띠 기껏 사가지고는 얼결에 현정이 줘 버리고, 풀잎이가 딸기 좋아한다고 했더니 아르바이트 가게에서 딸기 두 개 얻어와 ‘오다 주웠다’ 분위기로 던져주고 가는 한 마리 고독한 늑대 같은 고3 백현이다. 물론 그 딸기 꼭지를 따로 보관하고, OMR 카드에 마킹 잘못해서 시험 망치고 뛰쳐나갔던 백현이를 만나 위로해주면서도 끝까지 “친구니까”라고 주장하는 풀잎이야말로 어장관리계의 천하대 수석감이지만 꽃잎 날리는 벤치 아래서 벌어진 뽀뽀 미수 사건은 결과보다 과정이 아름다운 풋풋함의 극치였다. 하지만 풀잎 양, 우리 인간적으로, 뽀뽀 안할 거면 눈은 감지 맙시다! 백현이만 괜히 들이댔어. 괜히 닭 쫓던 개 됐어!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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