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vs <지붕 뚫고 하이킥>
" /> ‘라디오 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정용화가 부산 친구들에게 보낸 “내 재미없재?”는 정답이었다. 이건 그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김국진은 2AM의 최대 히트곡인 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고, 신정환은 팝이라면 90년대를 풍미한 폴라 압둘 밖에 모른다고 했다. 윤종신은 전날 아메리카노 3잔밖에 못 팔아서인지 조금 힘이 없어보였다. 가수지만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이돌들의 진검승부. 아무리 예능돌이라고 해도 아이돌은 아이돌이었다. 개인기가 없는 회사와 예능감이 출중한 소속사 별로 이홍기-정용화와 조권-이창민으로 짝지어 앉은 분위기는 어색했고, 서로 배려하는 눈치와 겸손은 ‘라디오 스타’의 덕목과는 맞지 않았다. 막판에 이홍기가 사장님 작곡 등에서 대쉬를 했지만 총 5초도 안 되는 개인기 두 개를 비장의 무기처럼 풀다가 엉키는 바람에, 정용화까지 외화 더빙 개인기로 지원을 나서 결국 같이 비를 맞고 말았다. 사실 이번 주는 정용화라는 신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드라마로 확 떴다가 SBS 에 나가 민폐라는 수식어를 달더니 김구라의 말을 빌리자면 예능에 자꾸 나와서 이미지 깎아 먹고 있다. 그러나 정용화는 이미 많은 모습을 보여준 이홍기, 조권, 이창민에 비해 영어, 사투리, 노래, 랩, 그리고 성격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느라 고군분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그가 중심이었기에 MC들이 평소처럼 진흙탕으로 몰고가기보다 띄워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결과적으로 재미를 반감시켰다. 훈훈함과 웃음 사이… 이건 딜레마다.
글 김교석
‘라디오 스타’ vs <지붕 뚫고 하이킥>
" /> 96회 MBC 월-금 저녁 7시 45분
세경(신세경)의 짝사랑은 의 서사에서 가장 꾸준하고 섬세하게 진행되어 온 이야기다. 한편의 단편영화 같던 49회에서 잠시 내리던 소나기처럼, 뽑혀 나간 사랑니처럼 금세 가라앉을 듯 했던 그녀의 감정은 회를 더해갈수록 오히려 더 깊어져 갔다. 그 사이 세경은 더 좋은 조건의 집으로 옮길 뻔 했으나 그러지 않았고, 지훈(최다니엘)이 자신을 “불쌍한 애”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되었고, 우연처럼 지훈의 옛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를 함께 거닐며 자신의 사랑을 곧 허물어져버릴 벽에 새겨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세경은 드디어 그에게 연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제 은 지훈과 정음(황정음)의 사이를 세경과 준혁(윤시윤)에게 동시에 알리면서 이 작품 최대의 미스터리인 러브라인의 향방에 가장 큰 전기를 마련했다. 사실 세경의 사랑은 혼자 속으로 삭이면 그만인 조용한 감정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순간은 언제나 그 표면적인 세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소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전쟁 같은 감정에서 만들어졌다. 오로지 세경의 내부에서만 진행되는 갈등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의 멜로는 답답하고 모호하지만, 그렇기에 기존의 진부한 사각 멜로와는 조금 다르고 특별한 색깔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 섬세하고 느릿한 이야기꾼이 그려내는 색다른 멜로의 맛을 음미하는 방법은 역으로 러브라인에 몰입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것이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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