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하 서프라이즈)를 보는 일은 쉽다. 일요일 아침에 너무 늦지 않게 일어나 TV를 켜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반전, 때때로 감동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화려한 볼거리와 유명한 스타 없이도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지만, 그 무게는 점심식사 무렵이면 휘발되어 버릴 만큼 심각하지 않게 재단되어 있다. 하지만 매주 평균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일요일이 오기 전까지 아이템과 이야기, 자료에 파묻혀 지내는 제작진들에게 는 결코 쉬운 방송이 아니다. “제작 매커니즘을 알면 매주 방송되는 것 자체도 대단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동료들을 칭찬하는 조성열 PD를 만나 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화요일 오후, 아직 일요일은 멀지만 벌써 바쁜 작가들과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은 PD들을 대신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지난 주말에 400회가 방송됐다. 그런데 아직도 에피소드가 더 남아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서프라이즈’한 일이다. (웃음)
조성열 PD: 처음 라는 방송이 생기고 1년이 안돼서부터 아이템이 없다는 얘기가 있었던 걸로 안다. (웃음) 없다, 없다 하면서도 꾸역꾸역 찾아서 8년을 온 거다. 평일에 밤을 새다시피 해서 대본 만들고, 집에 가도 작가들이 주말동안 아이템을 찾느라 쉬질 못한다.

“우리는 예능인데 사람들은 진짜 다큐를 원한다”
<서프라이즈>│“진실보다 거짓 에피소드를 만드는 게 더 쉽다”
│“진실보다 거짓 에피소드를 만드는 게 더 쉽다”" />
아이템을 찾는 경로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조성열 PD: 전방위적이다. 인터넷, 신문기사, 책 등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서 에피소드를 모은다. 세계의 서프라이즈, 놀라운 일에 관련된 책도 여러 권 있고, 해외 뉴스도 인도, 말레이시아 할 것 없이 다 모은다. 주로 중국이나 미국처럼 인구 많은 나라에서 특이한 일이 많기는 하지만. (웃음) 원서의 경우 요약 해석본을 받아서 아이템을 발굴하기도 한다. 다만, ‘익스트림 서프라이즈’와 달리 ‘진실 혹은 거짓’은 시청자 제보를 받기도 한다.

실제로 제보가 도움이 많이 되나?
조성열 PD: 사실 제보는 주관적인 이야기다. 환청을 듣거나 환상을 본 것일 수도 있고, 겪은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예전에는 제보 사연 뒤에 인터뷰 영상만 붙였지만 지금은 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더한다. 누가 다쳤다면 병원기록을 첨부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리얼리티를 보다 강화하자는 차원의 노력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증명해도 사실 미스터리한 일들이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조성열 PD: 그 점이 ‘진실 혹은 거짓’에 대해서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사실 귀신이나 영혼이라는 게 믿으면 존재하는 거고, 안 믿으면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도 단언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타이틀 자체가 ‘진실’이다 보니 시청자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만드는 우리는 예능인데, 진짜 다큐를 원하니까 만들면서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차라리 ‘거짓’ 에피소드를 만드는 게 쉽다.

매주 새로운 이야기 하나를 꾸며내는 것도 만만찮은 일 같은데.
조성열 PD: 상상한 대로 만들면 되니까 원하는 장르에 맞춰서 쓰면 되는 일이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좀 더 탄탄한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진실은 팩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힘들지만 아이템을 특정한 장르로 풀어가기 위해서 각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다.

반면 ‘익스트림 서프라이즈’는 진실이나 거짓이냐를 단정 짓기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자료들을 보여줘야 하니 물리적으로 힘들 것 같다. 진실을 파고들기 위해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준비하는 것 같던데.
조성열 PD: 한국이니까 가능한 거다. (웃음) 한 꼭지에 방송 분량이 13분 정도인데, 그 시간을 채우려면 여러 가지 논리적인 근거, 명확하고 합당한 보충자료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센서이셔널하고 서프라이즈한 아이템이지만 자료가 부족해서 포기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나름의 리얼리티를 추구하고자 노력한다”
<서프라이즈>│“진실보다 거짓 에피소드를 만드는 게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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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사건들을 다룰 때는 학자들의 의견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혹시 관련된 사람들의 항의를 받거나 하지는 않나?
조성열 PD: 그래서 방송 전에 교수나 필자들에게 미리 연락을 드리고 대본도 보내드린다.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검수 해 달라는 건데, 해외에 계시거나 하면 연락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가능한 사전에 알려드리고 방송을 하는 편이다.

프로그램의 형식 때문인지 에 방송되었다는 사실을 곧 사건의 신뢰도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도 있다. 특히 작년에 방송된 ‘2012년 지구 멸망설’ 같은 경우는 반향이 컸는데, 그런 반응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조성열 PD: 아무래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방송과 인터넷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사실 나 같은 경우도 최근에 방송된 ‘리모트 뷰잉’ 같은 사건을 친구가 얘기 해줬다면 안 믿었을 거다. 그런데 CIA 기밀 문서가 공개 되었는데 거기 초능력자에 대한 근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접하면 믿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식으로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있는 아이템을 주로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만들기가 어려운 거고.

그런 점에서 ‘익스트림 서프라이즈’는 특히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이 불가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최근에 ‘진실 혹은 거짓’과 달리 사건이 벌어진 나라의 언어를 재연 부분에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더라. 원래 동양은 무조건 한국말, 서양은 무조건 영어를 쓰는 것이 의 전통이었지 않나?
조성열 PD: PD들이 프로그램을 순환하면서 연출을 하는데, 내가 한두 달 전에 연출을 다시 맡았다. 예전에 두 번을 담당 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다시 돌아와서 보니까 그동안 프로그램이 매너리즘에 빠진 부분이 없지 않았나 싶더라. 그래서 중국 배경일 때는 중국 배우를 쓰던가, 사정이 허락되지 않으면 한국 배우가 독음을 배워서라도 중국어 대사를 소화하게 했다. 리얼리티를 추구하고자 노력하는 거다.

하지만 내레이션 중간에 ‘그런데!’하고 강조하는 부분은 여전하더라. (웃음)
조성열 PD: 관심을 끌어야 하니까 필요한 부분이다. ‘익스트림 서프라이즈’는 정보도 많고 호흡도 빨라서 집중하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중간에 템포의 변화를 줘야 한다. 관심을 환기시키는 테크닉이다. 화면도 별 다른 변화가 없으면 시청자들이 지겨워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글로 표현된 걸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

“거짓말이 아니라 PD들은 매일 밤을 샌다”
<서프라이즈>│“진실보다 거짓 에피소드를 만드는 게 더 쉽다”
│“진실보다 거짓 에피소드를 만드는 게 더 쉽다”" /> 실제로 ‘진실 혹은 거짓’을 봐도 핸드 헬드나 익스트림 클로즈업처럼 장르물에 어울리는 촬영기법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더라. 현장에서 찍는 일 자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성열 PD: 2002년에 처음 방송할 때도 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외국인 배우들이 나온다는 점과 화면이 기존의 재연 프로그램과 다르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노하우가 많이 쌓였기 때문에 촬영 기법도 더욱 발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PD가 4명, 나까지 하면 PD가 다섯인데 목, 금, 토 사흘 동안 에피소드 5개를 찍고 후반작업 하고, 월요일부터 대본 작업 하는 일을 매주 반복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다. 거짓말이 아니라 PD들은 매일 밤을 샌다.

일정도 빡빡하지만 배경이나 시대가 종횡무진이다 보니 사전 준비도 상당할 것 같은데.
조성열 PD: 일본이나 중국은 준비가 쉽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정보도 많고. 그런데 요즘 같을 때 베트남, 태국 아이템을 하면 정말 고생이다. 밤새 야외에서 찍는데 반팔에 수영복을 입을 수도 없고, 최대한 얇게 입으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배우가 한국말 하는 건 그러려니 이해하지만, 태국인데 눈이 보이거나 하면 바로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요즘은 캡처가 발달해서 사소한 부분까지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아, 특히 해외 배경 에피소드를 찍을 때는 앵글 연출이 정말 어려운 게, 도대체 한글 간판이 걸리지 않게 찍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실내신이 많고, 한글을 가리느라 스티로폼으로 판넬을 붙이고 찍는 장면이 유난히 많다. 소품을 엄청나게 들고 다닐 수밖에 없다.

그런 고생을 하면서 400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특별히 동시간 경쟁에서 밀려난 적이 없었다는 점도 대단하다.
조성열 PD: 처음 가 방송 되었을 때 1년 정도 평균 시청률이 20%정도가 나왔다. 그 전에 일요일 아침은 인기가 없는 편성시간이었는데 사람들이 일요일에 를 보려고 일어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전체 시청률 파이 차제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경쟁에서는 뒤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 역시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인터넷으로 시청률을 확인한다. 보고나서 안심을 하건, 실망을 하건 항상 신경을 쓰고 있는 거다.

400회 이후, 의 경쟁력은 무엇이 될까?
조성열 PD: 새로움이다. 시청자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계속 새롭게 꾸미려고 한다. 몇 년이나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지겹기 마련이다. 내가 2번째로 에 왔을 때 ‘익스트림 서프라이즈’ 코너를 만들었는데 그 이후로 20대 남성 시청자들이 늘었다. 이번에는 그 시도를 좀 더 밀어 붙여서 ‘익스트림 서프라이즈’를 3편으로 하고, ‘진실 혹은 거짓’은 2편으로 비중을 바꾸는 시도를 해 볼까 한다. 계속 발전하고 변해가는 거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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