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송강호의 무시무시한 동물적 직감을 빼앗고 싶다”
강동원 “송강호의 무시무시한 동물적 직감을 빼앗고 싶다”
전직 국정원 요원과 남파 공작원. 대개의 영화에서 이 남과 북의 만남은 나 < 공동경비구역 JSA >처럼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거나 이데올로기의 충돌을 야기시킨다. 그리고 조국의 이익을 위해 훈련된 이들은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수많은 음모와 맞붙게 될 것이다. KBS 의 NSS 요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영화 는 이 둘의 관계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5일 프라자 호텔에서 진행된 의 제작보고회에서는 비장한 분위기의 포스터와는 다르게 자주 웃음이 터져 나오는 하이라이트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국정원 요원일 때보다 파면당한 후 차린 흥신소 사장이 더 어울리는 이한규(송강호)와 감독이 “모델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쓴” 보람도 없이 절정의 미모를 뽐내는 남파 공작원 송지원(강동원)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적과의 동침’을 시작을 한다. 이한규는 간첩 포상금 1억 원을 타내기 위해 송지원을 고용하고, 송지원은 다시 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한규의 흥신소에서 일을 시작한다. 과연 이한규는 “월급 나가는 것이 포상금을 앞지를 판”이 오기 전 송지원을 잡을 수 있을까? 송지원 역시 이한규를 이용해 충성심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각각 자신의 조직에서 내쳐진 이들은 서로를 발판으로 다시 성안으로 복귀하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둘 사이의 벽은 조금씩 허물어진다. 남과 북, 이념의 대립을 떠나 서로 다른 개인의 관계가 변화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는 는 2월 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의형제라기엔 너무 다르지만 함께 서있는 모습만으로도 기이한 일체감을 보여준 송강호, 강동원과 장훈 감독의 간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는 어떤 영화인가?
장훈 감독: 국가정보원 요원인 남쪽의 남자와 남파 간첩인 북쪽의 남자가 남한 사회에서 만나게 된다. 서로 적이었던 관계에서 함께 생활하며 인간적인 모습들을 알게 되고 변화를 겪게 되는 두 남자의 드라마다.

“강동원은 술 마시면 2, 3차 가자고 조르는 타입”
강동원 “송강호의 무시무시한 동물적 직감을 빼앗고 싶다”
강동원 “송강호의 무시무시한 동물적 직감을 빼앗고 싶다”
신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송강호: 장훈 감독의 를 봤을 때 저렇게 적은 예산으로 훌륭한 대중영화를 만든 것에 놀랐다. 첫 작품인데 신인 감독들이 가진 자의식이랄까 그런 것들이 전혀 표나지 않으면서도 할 얘기는 다 하는 연출력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이번 작품도 함께 하게 되었다.

영화 속의 이한규와 송지원만큼이나 배우로서 두 사람의 이미지는 매우 다르다. 함께 작업 하면서 어땠나?
송강호: 강동원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배우 중에 가장 빛나는 배우인 것 같다. 매력적인 후배 연기자란 생각을 했는데, 과연 이 친구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되게 궁금했다. 작품을 함께 해보니까 진지한 구석도 많고, 작품에 대한 열정이 예상치 못하게 높았다. 많이 웃기도 하고. 그런 걸 보면 외모와는 굉장히 다른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또 도 멋지게 해냈지만 에서 강동원의 연기는 전우치와는 정반대로 매력적이다. 올해는 강동원의 해가 될 거 같다. (웃음)
강동원: 송강호 선배는 되게 무서웠다. 성격이 무서운 게 아니라 연기를 너무 잘해서. (웃음) 순간 순간 진짜 무시무시한 분이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다. 장훈 감독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송강호 선배는 진짜 짐승 같다. 연기할 때 동물적으로 반응이 나오니까 되게 무섭기도 했고, 너무 좋기도 했다. 김상호 선배가 최고의 배우랑 작업하니까 한 수 배우라고 했는데, 그때는 술김에 “배우긴 뭘 배웁니까” 했지만 (웃음) 진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의 김윤석도 그렇고, 송강호도 그렇고 촬영하면서 술도 자주 먹는 배우들인데 누가 더 술을 많이 먹이던가?
강동원: 두 분 다 억지로 먹이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를 찍을 때는 일주일에 7일 정도 술을 마셨는데 (웃음) 많이는 안 마셨고, 다음 날 촬영 때문에 가볍게 마시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가끔 이태원 같은 데서 송강호 선배랑 한 잔 하고 있으면 김윤석 선배가 합류하기도 했고.
송강호: 동원 씨는 젊으니까 주량이 센 편이다. 그렇다고 폭주를 하지는 않고 오래 간다. 우리들은 일찍 자리를 파하는데 2, 3차 가자고 조른다. 한 번 걸리면 아주 힘들다. (웃음) 그리고 팀한테 우리들 주량은 게임이 안 된다. 그 사람들이 워낙 세니까. 거기서 동원 씨가 많이 단련돼서 왔더라. (웃음)

“가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은 아니다”
강동원 “송강호의 무시무시한 동물적 직감을 빼앗고 싶다”
강동원 “송강호의 무시무시한 동물적 직감을 빼앗고 싶다”
김윤석, 송강호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과 연달아 작업했다. 함께 연기를 하면서 느낀 차이점이나 공통점이 있다면?
강동원: 내가 그런 걸 말할 입장이 아닌 거 같은데… (웃음) 두 분 다 이런 건 느꼈다. 항상 촬영 들어가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두 분 다 나한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내가 다 받아줄게’ 이렇게 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올해 군 입대 계획이 있다고 했는데 가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가?
강동원: 군 입대라고 그러면 혼난다. 난 군은 아니고 공…(웃음) 를 개봉시키고, 다른 작품 계획이 있는데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

장훈 감독의 전작 의 경우 소지섭과 강지환의 대비를 검은색과 흰색 등 이미지적으로 확연히 다르게 표현했다. 이번 영화에도 그러한 장치를 이용했나?
장훈 감독: 같은 경우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베이스가 아니라 인물의 색깔을 명확히 구분하는 등 비주얼적으로 차이를 뒀는데, 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듯한 일상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비주얼적으로 두 인물이 별 차이 없이 평범하게 보이게 했다. 다만 동원 씨 같은 경우는 자칫하면 모델처럼 보일 수 있어서 그렇게 되지 않게 신경을 썼다.

전작도 너무나 다른 두 남자가 서로 알아가면서 닮아가는 이야기였는데, 이번에도 남자 투톱의 영화다. 비슷한 포맷의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지?
장훈 감독: 어쩌다보니 상황이 비슷하게도 두 남자의 이야기를 또 하게 됐다. 그렇다고 두 남자의 이야기에 꽂힌 건 아니고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연출을 하게 된 것이다. 다음 영화는 꼭 여배우와 작업해보고 싶다. (웃음)

송강호와 강동원이라는 연기력과 스타성 면에서 남다른 두 배우와 작업했다. 실제 함께한 그들은 어땠나?
장훈 감독: 두 번째 작품을 송강호 선배와 동원 씨와 할 줄을 몰랐다. 그런데 의외로 두 배우의 캐스팅이 어렵지 않았다. 두 배우 모두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어서 운 좋게 작업을 하게 됐다. 촬영을 하면서 전에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의 느낌과 다른 차이를 경험했다. 송강호 선배가 인간적이고 친숙하고 재밌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작품에 임할 때는 굉장히 지적이어서 새로웠다. 동원 씨는 워낙 외모가 훌륭하고 말도 없어서 대화가 힘들 줄 알았는데 말이 많더라. (웃음) 를 찍고 와서 말수가 많아졌다는데 그 덕에 영화를 좀 더 편하게 찍었던 거 같다.

“송강호 선배의 동물적인 직감을 갖고 싶다”
강동원 “송강호의 무시무시한 동물적 직감을 빼앗고 싶다”
강동원 “송강호의 무시무시한 동물적 직감을 빼앗고 싶다”
송강호와 강동원은 서로의 장점 중에서 하나를 뺏을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갖고 싶은지?
강동원: 송강호 선배의 무시무시한 동물적인 직감 같은 거? (웃음)
송강호: 외모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웃음) 그거보다도 더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강동원의 낭만적인 유머나 가치관이랄까? 그런 모습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 발견하게 된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렇게 배우생활하기가 쉽지 않거든. 각박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후배를 통해 본 것이 큰 기쁨이었다.

마지막으로 곧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장훈 감독: 는 남북한의 관계를 베이스로 깔고 있지만 무겁거나 심각하진 않다. 남이든 북이든 다 사람이니까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을 따라가면서 재밌게 봐줬으면 한다.
송강호: 강동원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감탄스러운 영화가 될거 같다. (웃음) 많이 기대해 달라.
강동원: 는 다양한 재미가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송강호 선배가 이번에도 진짜 멋진 연기를 하셨으니까 재밌지 않을까? (웃음)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