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니엘을 처음 만난 건 2008년 여름, ‘생각대로 T’ 광고가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시기였다. 사실 과거의 인연을 과시하기에는 CF에서 봤던 그 눈웃음과 커다란 키 외에 별다른 디테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또렷하게 생각나는 건 CF를 통해 대중에게 갓 얼굴을 알렸던 그가 자신을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 그 때는 그저 그런가보다 했다. 허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특한 포부 역시 아닌 조금 특이한 대답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그를 만나고서도 결국 기억에 남는 건 “그냥 연기하고 싶은 아이 정도로 봐주면 좋겠어요”라는 한 마디다. 어쩌면 1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 중 유일한 확답은 그 한 마디뿐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촬영 중간 쉬는 틈을 타 비어있는 대기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상황 때문은 아니었다. 시간은 넉넉했고, 대기실은 조용했으며, 종종 모델 출신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긴 다리를 끌어올려 양반다리를 한 그의 모습은 충분히 친근했다. 그럼에도 그와의 인터뷰가 어려웠던 건 리듬을 타기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몇 번의 질문과 대답으로 서로의 텐션과 보폭, 호흡이 조율되면 어느 순간부터 인터뷰는 질문과 대답의 연속이 아닌 일종의 흐름을 가진 대화가 된다. 하지만 최다니엘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생각이 단순하게 규정되거나 거창하게 포장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타입이다. MBC 에 합류하게 된 과정을 물으면 “사실 별 과정이랄 건 없어요. 실제 생활에선 영화 같은 기승전결 없이 그냥 만나고 헤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라는 말을 꼭 서두에 달아 질문의 예봉을 꺾고, 과거의 일에 대해 말할 때면 “제 단점 중 하나가 2주가 지나면 까먹는다는 거”라고 말해 살짝 김을 빼는 그 앞에서 마치 스위치 복서 앞에 선 카운터 펀처마냥 리듬을 타기는커녕 종종 허우적대고 종종 헛손질을 날렸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그와의 인터뷰는 어려운 동시에 흥미로웠다. 어려워서 흥미로웠다는 뜻은 아니다. “강풀의 이란 만화를 보고 그가 누군지 알게 된 거지, 강풀의 만화를 좋아해서 을 본 게 아니에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차이지만 분명 다른 거 같아요”라고 인터뷰어의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는 건 그가 까칠해서가 아니라 생각이 말로 옮겨져 그것이 상대에게 들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종종 “이게 맞는 말인가? 설명이 잘 된 건가?”라고 자문하고, 자신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표현의 한계를 인정했다. 주저하며 계속 부연설명을 더한 그의 말을 주술호응의 단일한 생각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지만 그 어떤 달변보다 신뢰가 느껴진 건 그래서다. 그런 그가, 연기에 대한 절박함을 토로하고서도 “내겐 하나의 소중한 작은 빛이지만 남이 봤을 땐 건방지게 볼 수 있으니 과하지 않게 써주세요”라고 말하던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냥 연기하고 싶은 아이 정도로 봐주면 좋겠어요.” 겸손하고 간결한 이 대답만큼 배우에 대한 자의식이 묻어나오는 대답을, 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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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사실 그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촬영 중간 쉬는 틈을 타 비어있는 대기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상황 때문은 아니었다. 시간은 넉넉했고, 대기실은 조용했으며, 종종 모델 출신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긴 다리를 끌어올려 양반다리를 한 그의 모습은 충분히 친근했다. 그럼에도 그와의 인터뷰가 어려웠던 건 리듬을 타기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몇 번의 질문과 대답으로 서로의 텐션과 보폭, 호흡이 조율되면 어느 순간부터 인터뷰는 질문과 대답의 연속이 아닌 일종의 흐름을 가진 대화가 된다. 하지만 최다니엘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생각이 단순하게 규정되거나 거창하게 포장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타입이다. MBC 에 합류하게 된 과정을 물으면 “사실 별 과정이랄 건 없어요. 실제 생활에선 영화 같은 기승전결 없이 그냥 만나고 헤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라는 말을 꼭 서두에 달아 질문의 예봉을 꺾고, 과거의 일에 대해 말할 때면 “제 단점 중 하나가 2주가 지나면 까먹는다는 거”라고 말해 살짝 김을 빼는 그 앞에서 마치 스위치 복서 앞에 선 카운터 펀처마냥 리듬을 타기는커녕 종종 허우적대고 종종 헛손질을 날렸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그와의 인터뷰는 어려운 동시에 흥미로웠다. 어려워서 흥미로웠다는 뜻은 아니다. “강풀의 이란 만화를 보고 그가 누군지 알게 된 거지, 강풀의 만화를 좋아해서 을 본 게 아니에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차이지만 분명 다른 거 같아요”라고 인터뷰어의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는 건 그가 까칠해서가 아니라 생각이 말로 옮겨져 그것이 상대에게 들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종종 “이게 맞는 말인가? 설명이 잘 된 건가?”라고 자문하고, 자신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표현의 한계를 인정했다. 주저하며 계속 부연설명을 더한 그의 말을 주술호응의 단일한 생각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지만 그 어떤 달변보다 신뢰가 느껴진 건 그래서다. 그런 그가, 연기에 대한 절박함을 토로하고서도 “내겐 하나의 소중한 작은 빛이지만 남이 봤을 땐 건방지게 볼 수 있으니 과하지 않게 써주세요”라고 말하던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냥 연기하고 싶은 아이 정도로 봐주면 좋겠어요.” 겸손하고 간결한 이 대답만큼 배우에 대한 자의식이 묻어나오는 대답을, 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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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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