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 개자식!” MBC (이하 )의 정음(황정음)은 몇 번이고 외친다. 정음에게 이지훈(최다니엘)은 자신을 ‘해변 떡실신녀’로 만든 원흉이고, 자신이 서울대가 아닌 서운대 출신이라는 비밀을 쥐고 있는 적이며, 키스에 데이트까지 해놓고도 ‘아는 여자’라고 소개하는 파렴치한이다. 하지만 사실 지훈이 ‘개자식’이라 불리는 것은 나쁜 남자여서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남자라서다. 지훈은 정음의 주사를 받아주기 위해 자신도 ‘떡실신’ 사진을 찍혀 망가지길 어려워하지 않고, 정음의 비밀에 대해 놀리긴 하지만 남에게 발설하지는 않는다. 정음을 ‘아는 여자’로 소개한 것 또한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 어떤 사람 입에 막 오르내리는 게 싫어서”였다며 ‘여자 친구’로 곧 정정해 부를 정도의 배려심도 있지만 첫 정식 데이트에서 소변검사를 시킬 만큼 분별력은 없다. 그래서 이 남자, 알 수 없다.
최다니엘, 정체를 알 수 없는 배우 이지훈이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라면 그를 연기하는 최다니엘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배우다. 2008년, 부장님 눈을 피해 땡땡이를 치는 회사원으로 등장한 짧은 CF는 이 새로운, 그러나 지극히 평범해서 오히려 더 ‘진짜’ 같은 얼굴을 한 청년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CF 스타지만 그는 그해 겨울 KBS 으로 확실한 신고식을 보여주었다. 날 때부터 부슬거렸을 것 같은 파마머리에 치느니 사고요 부리느니 행패인, 오지랖은 넓은데 수습은 할 줄 모르는 다혈질의 드라마 조감독 양수경이 그의 역할이었다. 시청률 한 자리수의 드라마, 하지만 송혜교와 현빈이라는 스타 사이에 가려지거나 윤여정 같은 노련한 파트너에게도 밀리지 않을 만큼 지독히 사실적이었던 최다니엘의 연기는 ‘미친 양언니’로부터 조차 이해와 연민을 자아내게 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꽃미남 스타도, 대형 기획사 소속도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했던 그의 최종승부처는 결국 연기였다.
그리고 에서 그는 입주도우미 세경(신세경)의 애정과 동경의 대상이자 종종 정음의 속을 뒤집어놓는 남자친구로 러브라인의 중심에 서 있다. IQ에 비해 EQ가 낮고, 웃지도 않으면서 자기만의 농담을 툭툭 던져 대는 의대 레지던트 이지훈은 터프하려고 해서 터프하게 굴거나 까칠하려고 해서 까칠하게 나오지 않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 수많은 남자 주인공들과 다르다. 지훈은 오로지 자기 눈앞의 세상과 머릿속의 생각에 집중하지만 대신 그의 무의식 안에는 크리스마스 날 거지에게 주는 돈 2만원과, 해리(진지희)의 인형을 부러워하는 신애(서신애)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해 주는 비법과 세경에게 건네는 우산 같은 것들이 함께 담겨 있다.
평온함과 담백함, 그를 설명하는 몇 가지 키워드 그래서 최다니엘은 한결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무심한 지훈을 연기하지만 의 김병욱 감독은 “그 나이 또래 연기자들이 갖기 쉬운 겉치레나 허세가 없고 굉장히 진지하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그렇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배우는 처음이었다”고 회상한다. 별다른 꿈도 희망도 없었던 청소년 시절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 극단의 문을 두드렸던 최다니엘 역시 자신이 지금까지 오게 만든 이유 또한 “연기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동안 그냥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던질 수 있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김병욱 감독과도, 의 표민수 감독과도 끝없이 대화하며 작품에 임하던 과정은 그에게 “답을 구한다기보다 혼자 생각하면 울타리 안에 갇히게 되니까 감독님의 의견을 들으며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최다니엘의 이지훈은 “고리타분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안경을 썼고 가족 안에서의 태도, 의사로 일할 때의 비즈니스 감각, 중산층에 맞는 언어 습관, 사회적인 가면과 에고를 갖춘 독특한 남자로 만들어졌다.
지난 해 12월 29일, 최다니엘은 < MBC 연예대상 >에서 코미디, 시트콤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을 받고, 저를 지켜봐주시고 성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지극히 간결한 대답이 그의 수상소감이었다. 인터뷰에서 “연기를 통해 얻은 것은 내가 설 자리, 나라는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이라고 털어놓는 순간만큼은 평온하던 어조에 강한 열기를 띠어놓고도 숨을 한 번 고른 뒤에는 “하지만 이런 얘기가 너무 과하게 포장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는 ‘배우 최다니엘’ 보다도 그냥 연기하고 싶은 아이, 이 정도에요”라고 덧붙일 만큼 강박에 가까운 담백한 성격을 드러낸 최다니엘다운 답변이었다. 그래서 “연기는 총 안 든 혁명 같은 것”이라며 그 무수한 의문과 마주하는 작업 자체를 즐기는 그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의 지훈처럼 “지나친 관심과 사랑, 반사야.”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심 갖지 않기에도, 사랑하지 않기에도 이 남자는 너무 매력 있다. 원래, 모를수록 더 끌리는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최다니엘, 정체를 알 수 없는 배우 이지훈이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라면 그를 연기하는 최다니엘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배우다. 2008년, 부장님 눈을 피해 땡땡이를 치는 회사원으로 등장한 짧은 CF는 이 새로운, 그러나 지극히 평범해서 오히려 더 ‘진짜’ 같은 얼굴을 한 청년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CF 스타지만 그는 그해 겨울 KBS 으로 확실한 신고식을 보여주었다. 날 때부터 부슬거렸을 것 같은 파마머리에 치느니 사고요 부리느니 행패인, 오지랖은 넓은데 수습은 할 줄 모르는 다혈질의 드라마 조감독 양수경이 그의 역할이었다. 시청률 한 자리수의 드라마, 하지만 송혜교와 현빈이라는 스타 사이에 가려지거나 윤여정 같은 노련한 파트너에게도 밀리지 않을 만큼 지독히 사실적이었던 최다니엘의 연기는 ‘미친 양언니’로부터 조차 이해와 연민을 자아내게 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꽃미남 스타도, 대형 기획사 소속도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했던 그의 최종승부처는 결국 연기였다.
그리고 에서 그는 입주도우미 세경(신세경)의 애정과 동경의 대상이자 종종 정음의 속을 뒤집어놓는 남자친구로 러브라인의 중심에 서 있다. IQ에 비해 EQ가 낮고, 웃지도 않으면서 자기만의 농담을 툭툭 던져 대는 의대 레지던트 이지훈은 터프하려고 해서 터프하게 굴거나 까칠하려고 해서 까칠하게 나오지 않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 수많은 남자 주인공들과 다르다. 지훈은 오로지 자기 눈앞의 세상과 머릿속의 생각에 집중하지만 대신 그의 무의식 안에는 크리스마스 날 거지에게 주는 돈 2만원과, 해리(진지희)의 인형을 부러워하는 신애(서신애)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해 주는 비법과 세경에게 건네는 우산 같은 것들이 함께 담겨 있다.
평온함과 담백함, 그를 설명하는 몇 가지 키워드 그래서 최다니엘은 한결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무심한 지훈을 연기하지만 의 김병욱 감독은 “그 나이 또래 연기자들이 갖기 쉬운 겉치레나 허세가 없고 굉장히 진지하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그렇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배우는 처음이었다”고 회상한다. 별다른 꿈도 희망도 없었던 청소년 시절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 극단의 문을 두드렸던 최다니엘 역시 자신이 지금까지 오게 만든 이유 또한 “연기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동안 그냥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던질 수 있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김병욱 감독과도, 의 표민수 감독과도 끝없이 대화하며 작품에 임하던 과정은 그에게 “답을 구한다기보다 혼자 생각하면 울타리 안에 갇히게 되니까 감독님의 의견을 들으며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최다니엘의 이지훈은 “고리타분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안경을 썼고 가족 안에서의 태도, 의사로 일할 때의 비즈니스 감각, 중산층에 맞는 언어 습관, 사회적인 가면과 에고를 갖춘 독특한 남자로 만들어졌다.
지난 해 12월 29일, 최다니엘은 < MBC 연예대상 >에서 코미디, 시트콤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을 받고, 저를 지켜봐주시고 성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지극히 간결한 대답이 그의 수상소감이었다. 인터뷰에서 “연기를 통해 얻은 것은 내가 설 자리, 나라는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이라고 털어놓는 순간만큼은 평온하던 어조에 강한 열기를 띠어놓고도 숨을 한 번 고른 뒤에는 “하지만 이런 얘기가 너무 과하게 포장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는 ‘배우 최다니엘’ 보다도 그냥 연기하고 싶은 아이, 이 정도에요”라고 덧붙일 만큼 강박에 가까운 담백한 성격을 드러낸 최다니엘다운 답변이었다. 그래서 “연기는 총 안 든 혁명 같은 것”이라며 그 무수한 의문과 마주하는 작업 자체를 즐기는 그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의 지훈처럼 “지나친 관심과 사랑, 반사야.”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심 갖지 않기에도, 사랑하지 않기에도 이 남자는 너무 매력 있다. 원래, 모를수록 더 끌리는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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