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시크함 vs 붐의 군인 정신
손석희의 시크함 vs 붐의 군인 정신
손석희의 시크함
그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의 감동은 그가 MBC 에서 물러났을 때의 아쉬움만큼이나 컸다. 연말 < MBC 연기대상 >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은 다 모아놓은 그곳에서도 라디오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 위해 손석희가 등장하자 말 그대로 시선이 집중됐다. 특히 거성 박명수조차 “아는 사람 하나 없어” 난감해 하는 자리에서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토론 프로그램 진행 중이 아니더라도 손석희라는 인물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증명했다. 생머리를 위로 살짝 쓸어 올리는 제스처는 지난 2008 브론즈 마우스 시상식 때 안경을 슬쩍 위로 올리던 모습처럼 미니멀하기에 더 인상적이었고, 구구절절 지인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오프닝 멘트로 소감을 대신할 때는 시크함마저 느껴졌다. 대한민국 여학생들이 ‘야자’를 12시까지 하며 좁은 입시의 문을 뚫으려 하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겠다.
붐의 군인 정신
생방송이 아니었다면 슬로모션에 ‘두둥’이라는 자막 처리까지 했어야 마땅한 등장이었다. < SBS 연예대상 > 신인상을 위해 군복무 중인 붐, 이민호가 출입구에서 뚜벅뚜벅 걸어와 “충성!”을 외치자 간만에 등장한 싼티아나의 군주를 위해 유재석과 강호동 역시 기립할 수밖에 없었다. 2009년의 ‘곰신’ 이특과 은혁이 건빵을 ‘따블빽’에 담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지만 그 순간을 압도한 건 역시 붐의 이등병으로서의 정신 무장이었다. 아직 배터리 ‘만땅’까진 갈 길이 먼 이등병 ‘오바로크’를 친 군복을 입고 온 그는 싼 티를 요구하는 MC의 주문에도 시종일관 ‘~다’로 끝나는 군인 말투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직속상관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특히 TV 점호를 받을 확률이 높은 고참들을 위해 저녁 점호를 안 하고 혼자 나온 것에 대한 미안함을 밝힌 것을 보면 군 입대 필수품 하나는 제대로 챙겨간 것 같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