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남성적인 매력이 절정에 오르는 생물학적인 나이는 몇 살일까? 육체적인 능력이 정점에 달하는 20대 혹은 원숙함이 더해진 30대 어디쯤 일거라는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차승원을 만난다면, 그 물음에 마흔이라는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몸이야 배우의 양심으로 가꾸긴 하는데 늙긴 늙었더라구요. 웃을 때 눈가의 주름이 어휴.” 변함없이 길고 탄탄한 몸과 외국배우의 그것 같은 수염에 대한 품평이 오고가자 차승원이 내놓은 겸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더해진 주름마저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해내는 그는 분명 지금 남자배우의 또 다른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모델 출신의 남자 배우. 지금은 배우가 되는 자연스러운 코스 중 하나지만 차승원이 연기를 시작한 12년 전만해도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존재의 장점을 이용하리란 예상을 깨고,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 것 또한 의외였다. , , 에서 그는 화려한 캣워크 위의 모습을 들킬까 늘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이나 죄수복, 철 지난 양복으로 정체를 감추고 사람들을 웃겼다. 차승원이란 이름 앞에 붙던 ‘멋진’이라는 수식어를 경계해온 그는 8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멋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단 자신감이 생겼다. “20대 때 했으면 눈에 힘만 잔뜩 주고 나왔을 것 같은데 경험도 쌓이고, 나이도 들고 하니까 누가 봐도 멋있는 역할을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의 냉철한 수사관, 완벽한 수트발을 뽐낸 의 검사를 시작으로 스모키한 눈매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의 지능범까지 일상에선 절대 마주칠 수 없는 남자들을 꺼내 보이며 차승원은 스크린을 누볐다. 그리고 그사이 타고난 아름다움을 거부하던 20대 청년은 관객들의 신뢰와 여전히 멋진 육체에 대한 감탄을 함께 자아내는 ‘남자’가 되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누구의 아버지나 배 나온 아저씨가 아닌 매력적인 남자”를 연기하고픈 차승원의 가장 큰 노화방지제는 영화다. 시간이 날 때마다 20장씩 쌓아두고 보는 DVD에 열광하는 12년차 배우. 그 시간동안 그는 아직도 멋진 형님들이 부럽고, 앞으로 하고픈 캐릭터를 그리느라 지칠 수가 없다. 다음은 차승원이 자신 있게 “너무 좋아하는 내 스타일”이라고 편애를 밝힌 영화들이다. 1. (野良犬)
1949년 | 구로사와 아키라
“토시로 미푸네라고 , 등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 많이 출연한 배우가 참 멋있게 나오죠. 를 볼 때마다 참 감탄하는 게, 어떻게 그 당시에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영화를 찍었지? 전후의 힘든 시기에 어떻게 저런 감각적인 영상을 만들었나 싶어요. 물론 요즘 영화들과 비교하면 긴박감이 좀 떨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1940년대에 그렇게 빠르고 감각적인 구성이라니!”
신참 형사 무라카미(미후네 토시로)는 권총을 잃어버리고, 그 권총은 연이은 강도사건에 악용된다. 죄책감으로 사건에 집착하는 무라카미는 고참 형사들과 사건을 풀어가면서 막무가내에 요령도, 고민도 없던 풋내기에서 진짜 형사가 된다. 범인을 추적하는 재미 외에도 전쟁 직후,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와 쌀이나 맥주를 배급받던 시절의 도쿄가 생경하다. 는 단순히 형사들의 수사를 ㅉㅗㅈ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후세대의 비극, 인간의 본성, 죄의식으로 광범위하고 깊게 이야기를 뻗어나간다. 2. (Suspicion)
1941년 | 알프레드 히치콕
“히치콕 감독을 좋아해요. 스릴러 영화의 거장이라기엔 너무 재밌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과장되어 있어요. 놀랄 때도 엄청나게 놀라는 표정이고. (웃음) 그래서 스릴러인데도 보다보면 웃음이 나올 때도 있구요. 특히 에서는 주인공이 남편을 살인자라고 의심해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참 재밌어요. 또 히치콕 영화는 세트 티가 확 나잖아요. 그런 게 전 오히려 영화적이어서 좋더라구요.”
매력적인 바람둥이 존(캐리 그랜트)과 결혼한 리나(조안 폰테인)는 신혼의 단꿈에서 깨기도 전에 남편의 실체에 실망하게 된다. 사치스러운데다 경마 빚까지 있는 존은 늘 거짓말을 일삼고, 리나는 책임감 없는 존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 불안감은 어느새 남편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의심으로 번져가고, 존의 행동 하나 하나가 자신을 죽이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히치콕은 누가 범인인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남편을 의심하게 되는 여자의 심리를 레이스를 짜듯 섬세하고 정교하게 보여 준다. 3. (Le Cercle Rouge)
1970년 | 장 피에르 멜빌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은 딱 느와르 영화를 만들 것처럼 생겼어요. 방송에서 인터뷰한 영상을 봤는데, 와 담배를 피면서 얘기하더라구요. (웃음) 제가 아직까진 느와르 영화를 안 해봤는데, 남자배우들한테 무술영화보다 더 특별한 게 느와르예요. 일종의 로망이죠. 전 특히 프랑스의 느와르를 좋아해요. 자극적인 맛은 덜한데 기품이 있거든요. 배우들의 의상도 너무 멋지고. 여기에서도 알랭 들롱이 검은 롱코트를 쫙 빼입고 나오는데, 너무 멋져요. 아 저도 그렇게 잘 늙어야할 텐데. (웃음)”
영화는 인연이 있는 자들은 필연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는 부처의 말로 시작된다. 느와르 영화와 불경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사의 모든 인연들은 붉은 분필로 그려놓은 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붉은 원’이라는 원제를 떠올려보면 이 그저 경찰이 범죄자를 잡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석상을 턴 세기의 도둑들은 각기 알랭 들롱과 지안 마리아 블론테, 이브 몽탕으로 그들이 나란히 서있기만 해도 화면은 남성적인 카리스마로 가득하다. 현재 홍콩 느와르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두기봉에 의해 주윤발 주연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다. 4. (Death Proof)
2007년 | 쿠엔틴 타란티노
“타란티노나 로드리게즈 감독을 좋아하는데, 이런 영화를 꼭 찍고 싶어요. 물론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지만 딱 제 취향의 영화거든요. 특히 마지막 장면이 정말 통쾌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커트 러셀이에요. 여자들한테 당하고 자동차에서 상처를 소독하려고 술을 붓는데, 어찌나 엄살을 부리던지. (웃음) 그런 연기를 꼭 해보고 싶어요.”
B무비에 대한 타란티노 감독의 애정이 넘쳐흐르는 작품. 원래는 라는 제목으로 2편의 영화와 4개의 페이크 트레일러를 삽입한 3시간이 넘는 옴니버스 영화였으나 국내에서는 와 로 나누어 개봉됐다. 여자들을 차로 죽이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는 여느 때처럼 한 무리의 여자들을 먹잇감으로 노리지만 상대는 스턴트우먼으로 이름이 높은 조이(조이 벨) 일행. 보통 이상의 언니들을 잘못 건드린 대가로 스턴트맨 마이크는 눈물이 쏙 빠지게 혼쭐이 난다. 사지 절단 등 잔인한 장면들에 눈뜨기 힘들지만 통쾌한 결말로 갈수록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된다. 5. (Sin City)
2005년 | 프랭크 밀러,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쿠엔틴 타란티노
“제가 원래 굉장히 영화적인 영화를 좋아해요. 는 환각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인위적이죠. 이번에 을 찍은 것도 다분히 인위적인 냄새가 나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었어요. 또 그런 게 저한테 어울리더라구요. 생활적인 배역을 해도 사람들이 그렇게 안 봐주던데요? (웃음) 제가 영화적인 영화를 좋아하니까 얼굴도 그렇게 변해서 그런가 봐요. 언젠가는 판타지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현실에 발붙인 게 아닌 붕 뜬 그런 연기. 예를 들면 의 윌리 웡카 같은 거? (웃음)”
씬 시티에 비하면 고담 시티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곳이다. 경찰과 범죄자의 구분이 없고, 납치와 살인이 일상인 곳. 그러나 그곳에서도 아직 죽지 않은 정의가 살아서 악에 대항을 시작한다. 브루스 윌리스, 조쉬 하트넷, 클라이브 오언, 제시카 알바 등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하지만 순정파 스트리트 파이터로 분장과 실제의 경계를 기묘하게 지우는 미키 루크의 얼굴이 오래도록 남는다. 프랭크 밀러의 원작 그래픽 노블을 모사(模寫) 이상으로 영상에 옮겨낸 감독의 솜씨가 놀랍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찍은 도나 카렌의 화보 보셨어요? 우리 나이로는 할아버지인데 어쩜 그래요? 저도 제레미 아이언스처럼 잘 늙고 싶어요. 60대가 되도 여전히 남자로 느껴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 의 형사 김성열로 돌아온 차승원의 꿈은 멋지게 늙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형사의 모습을 철저히 배반하는 김성열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말이 단순히 꿈에 머무르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든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절규하면서도, 살인 용의자가 된 아내를 잃을지 모르는 불안에 떨면서도, 그가 등장하는 매 순간은 공들여 찍은 패션 화보의 비현실적인 공기로 가득하다. 20대 배우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무게와 또래의 40대 배우들은 가져 본 적 없는 미끈한 실루엣은 그 자체로 미장센이 된다. 차승원, 당신 어쩜 그래요?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모델 출신의 남자 배우. 지금은 배우가 되는 자연스러운 코스 중 하나지만 차승원이 연기를 시작한 12년 전만해도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존재의 장점을 이용하리란 예상을 깨고,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 것 또한 의외였다. , , 에서 그는 화려한 캣워크 위의 모습을 들킬까 늘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이나 죄수복, 철 지난 양복으로 정체를 감추고 사람들을 웃겼다. 차승원이란 이름 앞에 붙던 ‘멋진’이라는 수식어를 경계해온 그는 8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멋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단 자신감이 생겼다. “20대 때 했으면 눈에 힘만 잔뜩 주고 나왔을 것 같은데 경험도 쌓이고, 나이도 들고 하니까 누가 봐도 멋있는 역할을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의 냉철한 수사관, 완벽한 수트발을 뽐낸 의 검사를 시작으로 스모키한 눈매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의 지능범까지 일상에선 절대 마주칠 수 없는 남자들을 꺼내 보이며 차승원은 스크린을 누볐다. 그리고 그사이 타고난 아름다움을 거부하던 20대 청년은 관객들의 신뢰와 여전히 멋진 육체에 대한 감탄을 함께 자아내는 ‘남자’가 되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누구의 아버지나 배 나온 아저씨가 아닌 매력적인 남자”를 연기하고픈 차승원의 가장 큰 노화방지제는 영화다. 시간이 날 때마다 20장씩 쌓아두고 보는 DVD에 열광하는 12년차 배우. 그 시간동안 그는 아직도 멋진 형님들이 부럽고, 앞으로 하고픈 캐릭터를 그리느라 지칠 수가 없다. 다음은 차승원이 자신 있게 “너무 좋아하는 내 스타일”이라고 편애를 밝힌 영화들이다. 1. (野良犬)
1949년 | 구로사와 아키라
“토시로 미푸네라고 , 등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 많이 출연한 배우가 참 멋있게 나오죠. 를 볼 때마다 참 감탄하는 게, 어떻게 그 당시에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영화를 찍었지? 전후의 힘든 시기에 어떻게 저런 감각적인 영상을 만들었나 싶어요. 물론 요즘 영화들과 비교하면 긴박감이 좀 떨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1940년대에 그렇게 빠르고 감각적인 구성이라니!”
신참 형사 무라카미(미후네 토시로)는 권총을 잃어버리고, 그 권총은 연이은 강도사건에 악용된다. 죄책감으로 사건에 집착하는 무라카미는 고참 형사들과 사건을 풀어가면서 막무가내에 요령도, 고민도 없던 풋내기에서 진짜 형사가 된다. 범인을 추적하는 재미 외에도 전쟁 직후,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와 쌀이나 맥주를 배급받던 시절의 도쿄가 생경하다. 는 단순히 형사들의 수사를 ㅉㅗㅈ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후세대의 비극, 인간의 본성, 죄의식으로 광범위하고 깊게 이야기를 뻗어나간다. 2. (Suspicion)
1941년 | 알프레드 히치콕
“히치콕 감독을 좋아해요. 스릴러 영화의 거장이라기엔 너무 재밌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과장되어 있어요. 놀랄 때도 엄청나게 놀라는 표정이고. (웃음) 그래서 스릴러인데도 보다보면 웃음이 나올 때도 있구요. 특히 에서는 주인공이 남편을 살인자라고 의심해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참 재밌어요. 또 히치콕 영화는 세트 티가 확 나잖아요. 그런 게 전 오히려 영화적이어서 좋더라구요.”
매력적인 바람둥이 존(캐리 그랜트)과 결혼한 리나(조안 폰테인)는 신혼의 단꿈에서 깨기도 전에 남편의 실체에 실망하게 된다. 사치스러운데다 경마 빚까지 있는 존은 늘 거짓말을 일삼고, 리나는 책임감 없는 존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 불안감은 어느새 남편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의심으로 번져가고, 존의 행동 하나 하나가 자신을 죽이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히치콕은 누가 범인인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남편을 의심하게 되는 여자의 심리를 레이스를 짜듯 섬세하고 정교하게 보여 준다. 3. (Le Cercle Rouge)
1970년 | 장 피에르 멜빌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은 딱 느와르 영화를 만들 것처럼 생겼어요. 방송에서 인터뷰한 영상을 봤는데, 와 담배를 피면서 얘기하더라구요. (웃음) 제가 아직까진 느와르 영화를 안 해봤는데, 남자배우들한테 무술영화보다 더 특별한 게 느와르예요. 일종의 로망이죠. 전 특히 프랑스의 느와르를 좋아해요. 자극적인 맛은 덜한데 기품이 있거든요. 배우들의 의상도 너무 멋지고. 여기에서도 알랭 들롱이 검은 롱코트를 쫙 빼입고 나오는데, 너무 멋져요. 아 저도 그렇게 잘 늙어야할 텐데. (웃음)”
영화는 인연이 있는 자들은 필연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는 부처의 말로 시작된다. 느와르 영화와 불경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사의 모든 인연들은 붉은 분필로 그려놓은 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붉은 원’이라는 원제를 떠올려보면 이 그저 경찰이 범죄자를 잡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석상을 턴 세기의 도둑들은 각기 알랭 들롱과 지안 마리아 블론테, 이브 몽탕으로 그들이 나란히 서있기만 해도 화면은 남성적인 카리스마로 가득하다. 현재 홍콩 느와르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두기봉에 의해 주윤발 주연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다. 4. (Death Proof)
2007년 | 쿠엔틴 타란티노
“타란티노나 로드리게즈 감독을 좋아하는데, 이런 영화를 꼭 찍고 싶어요. 물론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지만 딱 제 취향의 영화거든요. 특히 마지막 장면이 정말 통쾌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커트 러셀이에요. 여자들한테 당하고 자동차에서 상처를 소독하려고 술을 붓는데, 어찌나 엄살을 부리던지. (웃음) 그런 연기를 꼭 해보고 싶어요.”
B무비에 대한 타란티노 감독의 애정이 넘쳐흐르는 작품. 원래는 라는 제목으로 2편의 영화와 4개의 페이크 트레일러를 삽입한 3시간이 넘는 옴니버스 영화였으나 국내에서는 와 로 나누어 개봉됐다. 여자들을 차로 죽이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는 여느 때처럼 한 무리의 여자들을 먹잇감으로 노리지만 상대는 스턴트우먼으로 이름이 높은 조이(조이 벨) 일행. 보통 이상의 언니들을 잘못 건드린 대가로 스턴트맨 마이크는 눈물이 쏙 빠지게 혼쭐이 난다. 사지 절단 등 잔인한 장면들에 눈뜨기 힘들지만 통쾌한 결말로 갈수록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된다. 5. (Sin City)
2005년 | 프랭크 밀러,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쿠엔틴 타란티노
“제가 원래 굉장히 영화적인 영화를 좋아해요. 는 환각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인위적이죠. 이번에 을 찍은 것도 다분히 인위적인 냄새가 나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었어요. 또 그런 게 저한테 어울리더라구요. 생활적인 배역을 해도 사람들이 그렇게 안 봐주던데요? (웃음) 제가 영화적인 영화를 좋아하니까 얼굴도 그렇게 변해서 그런가 봐요. 언젠가는 판타지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현실에 발붙인 게 아닌 붕 뜬 그런 연기. 예를 들면 의 윌리 웡카 같은 거? (웃음)”
씬 시티에 비하면 고담 시티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곳이다. 경찰과 범죄자의 구분이 없고, 납치와 살인이 일상인 곳. 그러나 그곳에서도 아직 죽지 않은 정의가 살아서 악에 대항을 시작한다. 브루스 윌리스, 조쉬 하트넷, 클라이브 오언, 제시카 알바 등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하지만 순정파 스트리트 파이터로 분장과 실제의 경계를 기묘하게 지우는 미키 루크의 얼굴이 오래도록 남는다. 프랭크 밀러의 원작 그래픽 노블을 모사(模寫) 이상으로 영상에 옮겨낸 감독의 솜씨가 놀랍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찍은 도나 카렌의 화보 보셨어요? 우리 나이로는 할아버지인데 어쩜 그래요? 저도 제레미 아이언스처럼 잘 늙고 싶어요. 60대가 되도 여전히 남자로 느껴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 의 형사 김성열로 돌아온 차승원의 꿈은 멋지게 늙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형사의 모습을 철저히 배반하는 김성열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말이 단순히 꿈에 머무르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든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절규하면서도, 살인 용의자가 된 아내를 잃을지 모르는 불안에 떨면서도, 그가 등장하는 매 순간은 공들여 찍은 패션 화보의 비현실적인 공기로 가득하다. 20대 배우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무게와 또래의 40대 배우들은 가져 본 적 없는 미끈한 실루엣은 그 자체로 미장센이 된다. 차승원, 당신 어쩜 그래요?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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