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의 캐롤 vs 고수의 트롯
강동원의 캐롤 vs 고수의 트롯
강동원의 캐롤
노래하는 요정은 “카피카피 룸룸” 주문을 외우는 모래요정 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영화 의 시사회장에서는 참치의 요정이 노래를 부른다. 대구 시사회에서 유해진의 돌발 선행으로 ‘징글벨’을 얼떨결에 부르게 된 강동원은 이후 “우리에게도 캐롤을!”이라며 관객 평등을 외치는 소녀들을 위해 종종 영화 상영의 식전 행사로 캐롤송을 불러 주고 있다. 본인은 “우울한 목소리”라고 겸손을 부리지만, 초저음의 “흰 눈 싸이로- (가사를 잊어서) 음음음”하는 캐롤을 듣고 있노라면 엄마미소를 짓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까치설날’로 레퍼토리가 다양해진다는 소문을 들으면 무대인사만 유료로 진행해도 보러 갈 용의가 생긴다. 생각해 보면 , 에서도 강동원은 노래 부르는 장면을 연기한 바 있다. 아무래도 DVD가 출시되면 “아- 이게 감독님의 특별 서플먼트 ‘참치 캐롤 모음집’을 위한 모종의 작전이었구나”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고수의 트롯
전화기에 대고 노래해 주는 남자는 느끼해서 싫고, 트롯을 즐겨 부르면 촌스러워서 싫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 남자는 답답해서 싫다. 그러나 그 남자가 미국 물 먹고, 서울 물 먹은 대단한 아들, SBS 의 차강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술에 취해 신세 한탄을 늘어놓는 엄마에게 “우지마라”고 노래를 불러주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리히터 규모 9의 강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마음이 흔들린다. 비록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는 그는 셔츠 단추를 두개 풀고 타이를 느슨하게 매고 있지도 않고, 폭풍 후진을 하지도 않지만, 사실 매력의 완성은 ‘꿀성대’고,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머리에 까치집을 지은 채로 잠들어 있어도, “새끼야”라고 폭언을 해도 그 남자가 멋진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여심 낚시’의 고수만이 즐길 수 있는 여유라고나 할까.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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