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는 바른생활 사나이다. 그래서 한동안 작품보다는 사생활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여전히 그를 지지한다. 이익보다는 정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성품은 이제 연예계에서 함부로 붕괴시킬 수 없는 절대적인 이미지로 작용한다. 그런 까닭에 작품을 소개하는 제작발표회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KBS 의 최국선으로 돌아온 차인표는 홍보나 마케팅 보다는 소신을 근거로 한 발언들을 했다. 드라마를 둘러싼 짐작들과는 어딘가 어긋나 있는 그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흥미로웠고, 오히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승부수 없이 편성을 받았다는 것으로 인해 시작도 전에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는 를 위한 차인표의 변명, 혹은 숨길 수 없는 진심이 드러난 공동 인터뷰를 공개한다.

부자 최씨라고만 알려져 있다. 캐릭터 소개를 한다면?
차인표: 경주 최씨 가문의 부를 일으킨 실존 인물인 최국선이다. 그리고 후반에 등장하는 13대 손자 최준 역할도 동시에 맡았다.

13대 손자가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차인표: 최국선이 일으킨 집안의 재산을 최준이 사회에 환원한다. 일제시대 무렵의 인물로 알고 있다.

“처음엔 드라마 제목부터 바꾸자고 했다”
차인표│“노블레스 오블리주? 그걸 누가 결정하나?”
차인표│“노블레스 오블리주? 그걸 누가 결정하나?”
사극은 첫 출연이라고 알고 있는데,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차인표: 사실 중국에서 사극을 촬영한 경험이 있었다. 촬영을 위해서 의상이며 분장을 갖추는데 2시간 이상이 걸리더라. 그 당시 기억이 너무 힘들고 고생스러워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사극 제의가 들어오면 무조건 거절 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한국 국민으로서 다른 나라 사극에만 출연했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훗날 아들이 “왜 아빠는 사극을 안 했어?” 물었을 때 분장이 힘들어서 그랬다고 군색한 이야기를 하기도 그렇고. 그러던 차에 시놉시스와 대본을 읽고, 제작진과 여러분들이 걱정하는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많은 회의를 한 후에 출연을 결정 했다.

막상 촬영을 해 보니 분장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인가?
차인표: 중국 사극보다는 의상이 적으니까 덜 힘들다. 그리고 선배님들이나 의상, 분장 담당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하시는 것을 보면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수가 없다.

기존의 이미지와 딱 맞는 인물을 차기작으로 선택 한 것으로 보이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메시지에 매료 된 부분도 있나?
차인표: 를 하면서 개인적인 생각과 다르다고 느낀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제목인데, 내가 바꾸자고까지 했었다. 방송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네 드라마는 명가요”라고 해야지 우리가 ‘명가’라고 정해 놓고 작품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전달하는 것 밖에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두 번째는 바로 그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다. 아마 시놉시스에 그런 부분이 드러났다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노블리스를 누가 결정하나? 돈이 많은 사람인가? 아니면 권력자인가? 그리고 노블레스만이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나? 막상 보면 활극과 멜로가 있는 일반적인 사극과 똑같을 거다. 다만,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감동이 발생 한다면 캐치할 수 있는 시청자들이 생겨나겠지.

그렇다면 최국선이라는 인물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차인표: 이 사람은 양반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이 어려워졌을 때 갓과 도포를 벗어버리고 평민복 차림으로 농사를 짓는다. 논, 밭을 직접 가꾸고 둑을 정비한다. 거기서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시대에 부자들이 그런 일을 한다면 얼마나 존경을 받고, 사랑을 받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옛날 어떤 사람은 당신들보다 더 많은 권력과 재산을 가졌었지만 이런 일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던져주고 싶은 마음을 있었다.

“작품보다는 지금하고 있는 봉사활동을 해 나가고 싶다”
차인표│“노블레스 오블리주? 그걸 누가 결정하나?”
차인표│“노블레스 오블리주? 그걸 누가 결정하나?”
MBC 에 특별출연 한 이후로 오래간만에 선택한 드라마다. 임하는 마음이 특별할 것 같은데.
차인표: 드라마는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시청을 한다. 그러니 개인적인 소감보다는 동료들과 시청자에게 누가 되지 않는 작품을 잘 만들고 싶은 마음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배우로서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한 생각이 있을 텐데. 최국선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있지 않겠나.
차인표: 지금 나에게 배우로서의 욕심, 그런 건 없다. 그래서 그동안 활동을 쉰 것이고, 다만 영화 은 뜻한 바가 있어서 출연했던 작품이다. 앞으로도 출연작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컴패션이든, 다른 NGO가 됐든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계속 할 것 같다. 그리고 북한을 비롯해서 어려운 나라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일을 자원봉사 차원에서 해 나가고 싶다.

그런 결심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드라마 촬영하는 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겠다.
차인표: 그렇진 않다. 하기로 결정한 이상 집중 한다. 그렇지만 아마 가 50부작, 100부작이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16부면 딱 끝나기 때문에 촬영하는 동안은 120% 작품에 몰두할 생각이다.

사극을 선택함에 있어서 아들의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차인표: 최국선이 말했던 계명들이 있다. 재산은 만 석 이상 모으지 마라,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 그런 디테일한 조항들은 사실 현대 사회에 다 들어맞는 얘기들이다. 부동산 투기하지 마라, 사재기 하지 마라, 선물 옵션 하지 마라, 망한 사람의 집을 경매로 싸게 사지 마라. 최국선은 경제에 초점을 맞춰 표현을 했다면 나는 이 기회에 아들과 함께 인생 전반에 대한 조항들을 정할까 한다. 아이들과 아내랑 같이 얘기하면서 길게 계명으로 만든 가훈을 남기면 훗날 자손들이 조항을 덧붙이면서 이어갈 수 있지 않겠나.

사진제공. KBS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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