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있을 때에도 이야기를 만들어보거나 좋다는 영화의 DVD를 구해보는 그는 그렇게 수많은 영화들과 함께 하며 자라났다. 유난히 공상에 빠지는 적이 많았던 초등학생은 을 보고 생애 처음으로 감동이라는 것을 느꼈고, 배우가 된 이후에는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질투심에 잠 못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이별에 아파할 때는 아름다운 사랑 영화를 보고 다시 사랑을 긍정할 수 있었다. 다음은 배우가 되기 이전에도 배우 이후에도 그를 채워주고 있는 영화들이다.

1986년 | 오우삼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동받았던 영화예요. 초등학교 때 보고 나서 엄마한테 선글라스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고. (웃음) 거기 나오는 사람들이 너무 멋있어서 존재하지 않는 신처럼 느껴졌어요.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고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한 명분으로 움직이잖아요. 어린 마음에 ‘나도 저렇게 의리에 죽고 살아야지. 우정이 최고야!’ 라고 생각했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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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 샘 멘데스
“마지막 장면 직전에 케이트 윈슬렛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침 식탁에서 한 연기는 정말 최고였어요. 케이트 윈슬렛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이기도 해요. 그 때 그 둘의 연기는 정말이지… 진정성 그 자체죠, 가짜가 아니라는 게 느껴지잖아요. 아마 그 정서는 30대가 넘어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결혼을 앞둔 커플이 절대 봐서는 안 되는 영화죠. (웃음)”
서로를 닮은 모양새의 집들이 늘어선 레볼루셔너리 로드. 그곳에는 그 집들처럼 비슷비슷한 부부들이 산다. 적당한 직장에 다니고, 간간히 가벼운 외도를 저지르고, 자주 서로 다투는 이 부부들은 크게 다르지 않은 서로의 모습에서 위안을 찾는다. 그러나 이 위안의 틀을 깨려는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둘러싸고 작지만 치명적인 균열이 일어난다. 출중한 연기력과는 별개로 유난히 상복이 없었던 케이트 윈슬렛에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다.

1997년 | 구스 반 산트
“맷 데이먼을 좋아해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 장면은 역시 로빈 윌리엄스가 맷 데이먼에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괜찮은 거야”라고 말할 때죠. 소름이 돋으면서 울컥 눈물이 났어요. 아마 영화 보면서 처음 울었을 거예요. 상처받은 사람들은 그렇거든요, 거짓말하고, 아니라고 자신에게 얘기하고 그러지만, 결국 그 상처 때문에 힘들었고 아팠는데, 그 아픈 것 때문에 강해지려고 하는 거잖아요. 아닌 척 하고. 그런 걸 잘 표현한 것 같아요.”
학대받았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지 못한 윌(맷 데이먼)은 툭하면 싸움을 일삼고, 대학의 청소부 말고는 주어진 일도 없다. 그러나 MIT의 수재들도 못 푸는 수학문제를 손쉽게 풀고, 교수조차 기죽게 하는 그의 천재성은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역시나 아내를 잃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학 교수 숀(로빈 윌리엄스)과의 대화로 조금씩 세상과 화해해나가는 윌이 마침내 낡은 집을 떠나는 순간, 우리는 생의 희망을 볼 수 있다. 할리우드의 소문난 단짝 맷 데이먼과 밴 애플렉이 함께 시나리오를 썼고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1980년 | 마틴 스콜세지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영화예요. 물론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 때문이죠. 배우가 온 힘을 다해서 연기하고 있다고 할 만한 연기는 평생 연기를 해도 몇 편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에서 로버트 드니로는 그게 보였어요. 저 같은 배우는 대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모를 정도로요. (웃음) 고민이 되는 영화였죠. 배우를 관둬야하나 생각할 정도로. 게다가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이미 로버트 드니로 같은 배우가 몇 십 년도 전에 다 했으니 기력이 빠졌죠, 어떡하지? 다시 가수를 해야 되나? 할 정도로요. (웃음) 그만큼 너무 훌륭한 연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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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 도이 노부히로
“에는 사랑에 대한 저의 판타지가 담겨 있어요. 원래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삶이라는 게 그렇게 꿈으로 이루어져있지 않아. 굉장히 현실적이고, 깨끗하지 않아’ 이렇게 말하고 있죠. 근데 이 영화는 ‘아니야, 그래도 세상은 좋을 수도 있어’라고 말하고 있어요. 보는 사람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이야기에 화면도 예쁘고 등장인물들의 마음도 너무 예뻤고. 제가 사랑에 약간 힘든 때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사랑을 한다면 미오와 타쿠미 같은 사랑을 하고 싶은 로망이 있죠.”
모든 일에 서툰 남편과 귀여운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미오(다케우치 유코)는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떠난 후 1년 뒤, 장마가 시작된다. 분명 죽었던 아내가 살아 돌아와 다시 사랑에 빠진 후 떠난다는 이야기는 판타지이지만 사랑에 있어 이보다 더 현실적일 수 없는 교훈을 준다. 사랑은 ‘당신을 영원히 행복하게 해줄게’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만이라도 행복하게 지내야겠구나’라는 것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만나러 가야한다는 것을.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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