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ON] 강동원│인터뷰 비하인드, Y의 기록
[스타ON] 강동원│인터뷰 비하인드, Y의 기록
그는 원경의 사람이었다. 스튜디오의 낮은 문을 통과하면서 굽혔던 몸을 길게 펼치는 순간, 모자와 점퍼의 깃에 파묻힌 작은 얼굴 아래로 호리호리하게 서 있는 강동원의 신체는 그 자체로 스펙터클을 만들어 냈다. 멀찍이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보는 이를 긴장시키는 그의 실루엣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부피로 다듬어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가 들어서자 스튜디오는 익숙한 남루함 대신 멋스러운 고색창연함으로 환기 되었다. 배경을 바꾸는 힘. 피사체로서 강동원이 가진 에너지는 그렇게나 막강한 것이었다.

부분의 조합이 전체를 담보하지 않듯이, 전체의 분할이 같은 분위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동원은 가까이 마주앉은 순간에도 특유의 아우라를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얇은 눈꺼풀은 섬세한 주름들을 만들어 내고 예리한 콧날 아래로 다물어진 입술은 굵은 직선을 그리는 대신 모호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이질적인 이목구비가 조합된 그의 얼굴은 어느 순간 가녀린 여인의 것이었다가, 한순간 호기심 많은 소년의 것이 되었고, 문득 고집 센 남자의 것으로 바뀌는 표정의 간극 사이에서 마치 춤을 추듯 생동했다. 무엇보다도 시선을 끌었던 것은 모양이 다른 눈 속에서 다른 크기로 빛나는 동공이었다. 그 덕분에 그는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는 눈빛을 종종 보여주었고, 시선을 맞출 수 없는 그 남자 앞에서 수줍게 눈을 내리 깔게 되는 것은 어느 순간 자연스러운 행동이 된다.
[스타ON] 강동원│인터뷰 비하인드, Y의 기록
[스타ON] 강동원│인터뷰 비하인드, Y의 기록
요컨대, 강동원은 관상의 쾌락을 주는 사람이었다.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무궁무진한 감상을 이끌어내는 그는 ‘보여지는’ 사람으로서 굉장한 재능을 타고 난 셈이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진짜 강동원의 매력은 그가 외모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깨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순간에서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불쑥 던져진 관념적인 질문에 “우와! 완전 심오한 질문이다”라며 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쥘 때, 늦은 취침 시간 때문에 잠이 부족했다며 굵은 손가락으로 천천히 눈을 비빌 때, 배우 강동원의 외모는 서른을 앞둔 남자 강동원에 의해 침식당한다. 저음으로 울리는 목소리와 뜸을 들이더라도 굳이 진심만을 말하겠다는 고집스러운 화법은 그의 외모를 가리고 보더라도 분명 주목하게 되는 힘을 가졌다. “이제 겨우 아침 먹네요”라며 쫄면과 김밥을 먹고서 흡족해 할 때의 그가 인상적인 이유는 예상 밖의 메뉴에서 오는 놀라움이 아니라, 말없이 음식이며 물을 주변 사람들 앞으로 당겨 놓아 주는 투박한 배려, 그리고 그 저변에 깔린 남성적인 기운 때문이었다. 길어진 인터뷰 때문에 “아, 한 시간 넘어가면 집중력이 달려요”라며 담배를 꺼내들더니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잖아요”라는 이유로 구석에 숨어드는 사소하지만 몸에 밴 태도.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를 흠모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강동원을 인터뷰 하는 일은 즐거운 한편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네티즌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해 달라는 부탁에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그는 좀처럼 ‘진짜로’ 궁금한 것을 떠올리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계획을 물어보라는 캐주얼한 권유에 “아, 그게 뭐 궁금해요. 여자 친구 있으면 만나는 거고, 없으면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그러겠죠. 다들 뻔 한 거 아니에요”라고 답하는 그에게 ‘대충’이란 용납 불가한 단어인 탓이었다. 고심 끝에 질문 3가지를 결정하고서 “사실 진짜 묻고 싶은 건 ‘내가 답변 안 볼 줄 알았지?’에요”라고 개구쟁이처럼 강동원은 웃었다. 스스로에게 완벽한 사람이기를 원하는 완벽한 이 남자의 이날 양말 선택은 올 블랙의 의상과 전혀 배치되는 예쁜 핑크색이었다. 아마도 그것이 가장 완벽한 양말이었으리라. 강동원의 선택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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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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