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우치>│도사님, 이게 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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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유독 할리우드 화제작들이 몰린 연말 극장가에서 흥행을 경쟁할 만한 유일한 한국 영화다. 과 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과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등의 조합도 눈을 끌지만, 500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전우치(강동원)가 그의 적수인 도사 화담(김윤석)을 비롯해 요괴들과 싸운다는 영화의 설정은 의 목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한국형 슈퍼 히어로’를 내세운 이 영화는 완성도에 대한 평가 이전에 ‘사이즈’ 그 자체로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는 한국식 블록버스터다. 작품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한국의 스타와 한국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감독이 만들어낸 ‘한국식’ 블록버스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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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블록버스터와 만담의 엇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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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에 대해 “처음 만들 때부터 시퀀스 구성으로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는 빠른 컷과 컷의 호흡으로 관객들에게 영화 끝날 때쯤에나 쉴 틈을 줬던 전작과 달리 시퀀스 당 최대 30여분에 이르는 길고 느슨한 호흡으로 진행된다. 그것은 최동훈 감독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볼거리가 많아야 하는 블록버스터를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가 캐릭터의 이야기를 빠른 호흡으로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는 이야기에 담긴 전우치와 화담의 액션을 보여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를 연상시키는 초랭이(유해진)와 세 신선이 주고받는 만담에 가까운 코미디나 “예나 지금이나 정치하는 것들은 백성을 위할 줄 몰라” 같은 풍자적인 대사들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의 호흡을 변화시키면서 자신의 특색이 들어간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긴 시퀀스에 들어간 내용 그 자체다. 는 단지 시퀀스의 호흡뿐만이 아니라 액션의 호흡마저 늘어지고, 그마저 다채롭게 진행되지 못한다. 액션의 대부분은 전우치와 화담, 혹은 전우치와 요괴들이 벌이는 1:1의 육탄전이고, 그나마 전우치가 현대에 깨어난 직후 도로 한 복판에서 벌이는 액션이 눈길을 끈다. 특히 현대에 온 전우치라는 매력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액션의 대부분이 ‘한적한’ 곳에서 그들끼리의 대결로만 진행되고, 요즘 세상이 보여주는 풍경은 대부분 전우치와 초랭이의 코미디를 위한 배경으로 사용된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액션과 액션 사이를 이어야할 이야기의 부재는 의 가장 큰 문제다. 는 전우치가 족자 속에서 500년을 갇히게 된 사연과 500년 후 화담과의 대결을 보여줄 뿐, 나머지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채워 넣지 않는다. 도사치고는 너무 생각이 많던 전우치가 영화 후반에 보여주는 어떤 변화나 후반의 예상치 못한 전개에 대한 어떤 복선도 깔리지 않는다. 곳곳에 웃음을 터뜨리는 만담과 마당놀이를 연상시키는 강동원의 어투, 뚜렷하게 의미를 담은 정치 풍자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구심점이 없어 단편적인 재미에 머무른다. 물론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유머와 누구라도 쉽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뚜렷한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를 명확하게 살려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에 대해 가졌던 기대치는 이보다는 더 높았을 것 같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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