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종잡을 수 없는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공존하는 배우에게 그것들을 무너뜨릴 만큼 강력한 분위기가 있다면 바로 유쾌함이다. 토크쇼에서 패션에 대한 예찬을 벌일 때도,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특유의 창법으로 캐롤을 부를 때도 이범수는 늘 주변사람을 웃게 만들고 그의 입에서 나올 유머를 기대하게 한다. “극장 문을 나설 때 상쾌함을 주는” 영화를 사랑한다는 그가 고른 영화들은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많아질 12월을 유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2000년 | 스티븐 달드리
“빌리란 한 아이의 성장 드라마죠.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릎 쓰고 무용가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 가족애와 소년의 꿈이 있어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빌리의 무용학교 공연 날이 참 감동적이었어요. 아버지도 오고, 친구도 와 있는 와중에 빌리가 그랑주떼를 하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그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무대 사이드에서 몸을 풀고 있는 빌리의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졌달까요? 극장에서 보고 나올 때까지 그런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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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 브래드 버드
“실사 영화와는 다르게 애니메이션은 그 장르만의 상상의 세계가 있잖아요. 카메라 앵글이나 편집 같은 것들이 무한대로 표현 가능하니까요. 한 장의 그림에서 비롯되는 매력이 에 잘 살아있어요. 가족이 하나같이 멋지게 활약하는 모습이 랑도 비슷하죠? (웃음) 이 영화 역시 보는 내내 신이 났어요. 특히 슈퍼 히어로 가족의 막내, 갓난아이가 절 많이 웃겼어요.”
픽사가 내놓은 작품치고 우리를 실망시킨 작품이 있었던가? , , , 까지 최고의 애니메이션 기술진과 CG를 뛰어넘는 스토리텔링으로 늘 재미와 감동 그 어느 것도 허술하지 않은 영화들을 선보인 픽사의 또 하나의 히트작. 슈퍼 히어로 가족의 활약도 명불허전이지만 이제는 평범한 소시민이 되어 살고 있는 슈퍼 히어로들의 측은한 뒷모습 또한 눈물 나게 웃긴다.

2006년 | 마틴 캠벨
“파워풀함 그 자체죠.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통쾌함이 좋았어요. 007의 액션은 말할 것도 없구요. 제 생각에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최고의 007인 것 같아요. 사실 악당 역을 할 것처럼 생겼는데 (웃음) 터프하고 남자다운 매력이 넘치죠. 최근의 007들은 강한 남성미가 좀 부족했던 것 같거든요. 사실 007이 여자나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다니엘 크레이그는 참 멋진 배우예요. 저도 그런 남성미가 부각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워낙 액션이라는 장르를 제가 좋아하기도 하구요.”
제임스 본드라기보다는 레밍턴 스틸에 가까웠던 피어스 브로스넌에 이어 6대 007이 된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말쑥한 바람둥이로 각인되었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맡기엔 그는 너무 거칠어보였다. 그러나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진창에서 구르며, 다니엘 크레이그는 테스테론으로 가득 찬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만들어냈다. 몬테네그로를 배경으로 제임스 본드가 삐뚤어진 바람둥이가 된 기원을 짐작할 수 있는 가슴 아픈 순정과 액션 그리고 도박이 펼쳐진다.

2008년 | 필리다 로이드
“아바의 노래를 그렇게 멋들어지게 하나의 테마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게 참 흥미로웠어요. 워낙 아바의 노래가 좋으니까 장면, 장면 더 큰 감흥이 있었구요. 그리고 는 낭만적인 영화잖아요.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마치 지중해 어디쯤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 그런 게 영화를 보는 큰 행복 아닐까요? 영화에 등장한 아바의 모든 노래가 좋지만 ‘댄싱 퀸’과 ‘슈퍼 트루퍼’가 특히 좋았어요. 좋은 음악에 아름다운 화면에, 영화 보는 내내 전율이 흘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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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 기타노 다케시
“원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들이 독특하잖아요. 그의 그런 독특함을 좋아하지만 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옆집 아이랑 할일 없는 동네 아저씨가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소박함과 진솔함에 ‘역시 좋은 감독이구나!’ 하고 감탄했죠. 어렸을 적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엄마가 밥 먹으라고 소리 지를 때까지 들어오지 않고 쏘다니던 어린 범수로 돌아가는 것 같았어요.”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마사오에겐 여름방학이 반갑지 않다. 친구들도 다 놀러가고 심심한 어느 날, 돈 벌러 간 엄마를 찾아 나선다. 보호자 명목으로 얼렁뚱땅 동네 건달 아저씨가 동행하지만 훼방꾼일 뿐이다. 경륜장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히치하이킹에 노숙까지 갖은 고생을 시킨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난 이상하고 무섭고 신기한 사람들 때문에 마사오는 전에 없던 멋진 여름방학을 보낸다. 화내고 소리만 지르는 것 같아보여도 은근히 순수한 기쿠지로 아저씨와의 추억으로 채워지는 소년의 그림 일기장처럼 보는 이의 마음 또한 여름 햇살로 충전된다.
“가는 걸음이 길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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