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랙│우기를 지난 새끼 호랑이들
엠블랙│우기를 지난 새끼 호랑이들
다음 스케줄을 위해 30분 안에 일산으로 넘어가야 하는 매니저는 단체 사진을 찍는 엠블랙 멤버들에게 지친 교생 선생님처럼 외쳤다. “이제 곧 출발해야 하니까 집중하자, 집중!” 자기들끼리 보며 웃음을 멈추지 못하던 멤버들은 잠시 카메라를 향해 정색한 표정을 지어보지만 조금만 밝게 해보자는 포토그래퍼의 주문에 기다렸다는 듯 미르는 손가락으로 입을 쭈욱 벌리고, 지오는 브이를 그린 손가락을 콧구멍에 집어넣었다. 그들의 스승인 비처럼 배고픈 호랑이의 눈빛까지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이들 새끼 호랑이들의 주체할 수 없는 장난기는 조금 의외의 것이었다.

어느 멤버 하나 얕볼 수 없는 아이들
엠블랙│우기를 지난 새끼 호랑이들
엠블랙│우기를 지난 새끼 호랑이들
하지만 눈빛에 절박함보다는 장난기가 많다고 해서 그들이 고생을 모르거나 프로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보통 새벽 4, 5시까지 연습을 하지만 오늘은 스케줄이 늦게 잡혀서 아침까지 연습”(미르)하고 왔다는 그들에게 하루 수면시간은 많아야 4시간이고, 덕분에 “미용실에 앉아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 모든 세팅이 되어 있는”(이준) 마법 같은 순간도 경험한다. 다만 그들은 혹독한 연습생 시절에도 “아침 7시까지 연습을 하고 미용실을 가기 전 잠깐 남는 시간에 당구장을 찾느라”(미르) 여념이 없고, “연습생에게는 간식과 음료수를 두둑하게 사먹을 수 있는 5000원을 걸고 내기 당구를 치던”(승호) 아이돌이다. 한마디로, 만만찮다.

빠른 91년생인 막내 미르는 형들 몰래 90년생 천둥에게 “상현아, 우리 말 놓자”고 청할 정도로 당돌하지만 “빠른 88년생인 이준과 말을 놓지 않는” 87년생 맏형 지오와 리더 승호에게 ‘막내의 난’은 바로 제압당했다. 하지만 오히려 미르는 “원래 ‘깨방정’을 잘 떠는 성격인데 그런 나를 조련할 수 있다는 사람이 있어서 신기했다”며 지오를 경외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스스로가 인정하는 군기반장 승호 역시 “나도 여자 연습생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잘 치지만 지오가 하는 걸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거 같다”고 거든다. 말하자면 철없는 동생들과 어른스러운 형의 구도라기보다는 악동과 그 악동을 제압하는 더 강한 악동이 모인 셈이다. 5명 중 딱 중간인 이준은 상대적으로 얌전한 편이지만 ‘G.O.O.D Luv’의 귀여운 퍼포먼스의 민망함이나 분당에서 댄스팀으로 유명했었다는 풍문의 진상에 대해 밝힐 땐 “아, 예, 그게”라며 말을 더듬고 심지어 사레가 걸릴 정도로 말하다 흥분을 잘하는 편이다. 이 모든 것을 조용히 바라보며 “내가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이 이미지 관리를 안 하는 것”이라 말하며 부처님 같은 평온한 미소를 짓는 건 천둥이다. 정말 어느 멤버 하나 얕볼 수 없다.

밀림의 생존법을 터득한 그 날을 위해
엠블랙│우기를 지난 새끼 호랑이들
엠블랙│우기를 지난 새끼 호랑이들
그래서 엠블랙은 자유분방하되 근성 있는 악동들이다. 그들은 “열심히 연습하는 것도 좋지만 하루가 끝났을 때 충전할 시간 정도는 필요하지 않느냐”(승호)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힐 줄 알지만 그 항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건 “신종플루 때문에 열이 나고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팬과의 약속 때문에 무대에 오르는”(이준) 프로페셔널함을 그들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건 자신감의 다른 이름이다. 남성적이고 섹시한 매력을 강조한 ‘Oh Yeah’가 대중에게 익숙해질 즈음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듯한 사랑 노래 ‘G.O.O.D Luv’로 전혀 다른 이미지를 시도하는 건 실력만큼이나 자신감이 필요한 일이다. 때문에 잠시 쉴 틈만 생기면 코디를 붙잡아 헤드락을 걸고 사진을 찍을 때 5초 이상 진지한 표정을 짓기 어려워하는 이들의 악동 기질은 단점이라기보다는 장점, 더 정확하게는 할 건 다 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줄 아는 새 시대 아이돌만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같이 야식을 시켜먹지 않아 사장인 비가 삐졌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멘토이자 입지전적 존재인 비의 능력과 업적을 존경하지만 그 권위에 주눅 들진 않는다. 이런 자립심 안에서 이들 새끼 호랑이들은 자기 방식의 엔터테인먼트 밀림 생존법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장난스럽게, 하지만 날카로운 발톱을 갈며.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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