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는 황제라서 바람피워도 되는 거야?
우즈는 황제라서 바람피워도 되는 거야?
야, 너는 타이거 우즈가 바람피우던 거 알고 있었지?
뭐? 무슨 소리야. 나도 인터넷으로 뉴스 보고 알았지. 내가 무슨 스포츠 스타 관련된 거라면 다 알고 있는 사람이냐? 그걸 알았으면 특종 기사 내고 ‘내일은 10관왕’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와 ESPN 간 업무 협약을 맺었겠지.

정말? 같은 남자라고 편들어주는 건 아니고?
혼자서 열 명 가까이 사귀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만드는 그런 연애계의 부르주아를 나 같은 프롤레타리아가 편들 이유가 없잖아. 물론 그의 외도 사실을 안 지금도 그렇게 뛰어난 선수가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한 건 아쉽지만.

아쉬울 건 또 뭐야. 아내 가슴에 대못 박아놓고 바깥 활동이라고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네가 분노하는 것도 이해는 하겠는데 사실 골프계 입장에선 그런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타이거 우즈의 복귀를 원하고 있어. 어떤 스포츠이건 간에 슈퍼스타의 유무는 해당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거든. 타이슨이 있던 시기에 복싱이 인기 있던 것처럼. 만약 김연아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전문가 아닌 사람들도 스파이럴이니 트리플 러츠니 하는 피겨 용어를 알고 있었을까? 우즈는 골프계에 있어서 그런 존재야. 필 미켈슨이나 어니 엘스 같은 선수들도 물론 뛰어나지. 그런데 넌 그들의 이름을 알아? 모르지? 그게 우즈와 다른 선수들의 차이야.

그러고 보니 나는 왜 우즈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골프의 룰도 모르는데.
이런, 지난번에 신지애 얘기 하면서 골프 룰 가르쳐준 건 다 까먹은 거냐. 아무튼 너도 우즈를 안다는 건 그만큼 이 사람이 너에게 자주 노출되었다는 뜻이겠지. 통산 71승에 달하는 우승 기록을 스포츠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기도 했을 거고, 무엇보다 나이키라고 하는 세계적 브랜드의 광고를 통해서도 그의 이름과 얼굴을 꾸준히 보고 들었을 테니까.
우즈는 황제라서 바람피워도 되는 거야?
우즈는 황제라서 바람피워도 되는 거야?
그럼 나이키는 왜 우즈를 광고 모델로 쓴 건데? 잘해서?
물론 잘하기도 잘했지. 하지만 우즈가 나이키와 계약한 건 최고의 아마추어 선수로서 프로에 진출하던 1996년이었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존재였지만 보석이라고 하긴 어려운 상황이었지. 그럼에도 나이키가 우즈라고 하는 젊은 선수에 주목한 건 그가 마이클 조던을 대신할 마스코트가 될 거라 여겼기 때문이야. 당시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과 계약을 맺고 농구화 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했거든. 그런데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조던을 대신할 새로운 영웅이 필요했던 거지. 그게 우즈였던 거고.

그런데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다면서.
광고주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모델이 가장 덜 유명할 때 계약을 맺고 계약 이후 그의 인기와 인지도가 상승하는 거야. 당연하지? 그런데 연예계의 루키보다는 신예 스포츠 스타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게 조금은 더 쉽다고 할 수 있지. 아무래도 과거의 실력이 데이터화 되어 있으니까. 우즈의 경우 2살 때부터 TV 쇼에 나와 골프 신동으로 소개됐었고 15세의 나이로 US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둔 걸 비롯해 이미 십대에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했어. 나이키는 거기서 가능성을 본 거고. 실제로 우즈는 데뷔하던 해에 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두고 그 이듬해에는 골프 대회 중 가장 명예로운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역대 최저타수에 최연소로 우승을 하면서 그야말로 황제의 길을 걷게 돼. 혜안을 가진 나이키는 덕분에 계약 3년 만에 골프용품 시장의 매출이 300만 달러 정도에서 2억 달러로 늘어났고.

우즈도 돈을 많이 벌었지?
물론이지. 나이키 이후에도 질레트나 게토레이의 스폰서를 받으면서 현역 스포츠 스타 중 가장 압도적인 마케팅 파워를 갖게 됐어. 우즈 본인은 부정했지만 올해 10월 포브스 인터넷 판은 그가 스폰서와 상금, 골프장 디자인 등을 통해 여태까지 총 10억 달러를 벌었다고 밝혔지. 그건 마이클 조던을 능가하는 역대 최고액이야.

그럼 우즈가 제일 인기 있는 스포츠 스타란 거잖아. 그런데 골프가 그렇게 인기 스포츠야? 우리나라에선 야구나 농구보다 인기 없잖아.
우리나라 스포츠 스타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건 피겨의 김연아지, 프로야구의 김현수나 김광현이 아니잖아. 그것과 마찬가지야. 그리고 비록 피겨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되진 못했지만 김연아를 통해 많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됐잖아. 우즈의 경우에도 끝없는 기록 갱신으로 통해 골프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었지.
우즈는 황제라서 바람피워도 되는 거야?
우즈는 황제라서 바람피워도 되는 거야?
대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세웠기에?
최연소 마스터스 대회 우승 기록을 비롯해 최연소 세계 랭킹 1위, 최연소 50승 같은 기록을 세워왔어. 현재 그가 누적한 기록은 종전 기록인 잭 니콜라스의 메이저 대회 18회 우승에 4회 모자라고, 총 우승 횟수에서는 샘 스니드의 82승에 11승 모자라. 현재의 페이스대로라면 충분히 갱신할 수 있는 기록이지. 사람들은 새로운 영웅이 과거의 기록을 갱신하며 새로운 전설을 쓰는 것에서 서사적 쾌감을 느끼는데 우즈 덕분에 골프를 모르던 많은 사람들도 그의 기록 갱신에는 관심을 가지게 된 거야. 덕분에 그의 경기, 즉 골프 중계를 보며 현재진행형의 전설에 동참하고 싶어 하고. 나는 이것이야말로 황제의 저력이라고 생각해.

황제의 저력이란 건 어떤 건데?
수많은 스포츠 스타가 존재했지만 황제라는 호칭은 아무에게나 붙지 않았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당대 최고의 선수기도 했지만 단순히 잘하는 것을 넘어 조금씩 시청률이 오르고 있던 NBA를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보여줬지.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야. 한 종목의 인기는 미디어의 노출에 기대게 되는데 자주 노출될 때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덕분에 그 종목을 지망하는 유망주들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종목 자체가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거든. 그걸 각 종목에서 해준 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테니스 황제 페더러, 과거 F-1 레이스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 그리고 피겨여왕 김연아겠지.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스타라도 바람을 피운 건 용서할 수 없어. 만약 내 애인이 그러면…
없잖아?

그래, 없다. 어쩔래. 만약에 생겨도 황제는 아니겠지, 쳇.
혹시 알아? 황제까진 아니더라도 ‘왕’까지는 만날 수 있을지?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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