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영, 강혜정의 막춤 한 방에 무너졌다”
“한채영, 강혜정의 막춤 한 방에 무너졌다”
“무슨 문제로 오셨죠?” “스물아홉이요.” 병원 진료실에서 송이(강혜정)는 불편한 곳을 묻는 의사에게 스물아홉이 되면서 모든 게 이상해졌다고 호소한다. 스물아홉이 되면서 못 먹던 홍어도 맛있고, 김광석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난다는 송이. 그렇다, 또 한 명의 ‘김삼순의 후예’가 등장한 것이다. MBC 의 성공 이후 영화로, 소설로, 드라마로 애용되어온 ‘미혼 여성 고군분투기’를 담은 영화 (제작 영화사 아람, 감독 강석범)의 언론시사회가 9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영화가 한 번 더 꼬아서 업그레이드된 ‘미혼 여성 고군분투기’를 표방한 덕에 주인공 송이는 이중고를 겪는다. 어영부영 한 것도 없이 나이만 먹은 것도 서러운데 직장에선 잘리고, 겨우 생긴 킹카 남자친구 진호(배수빈)를 두고 귀여운 연하녀 보라(허이재), 섹시한 연상녀 세진(한채영)과 경쟁까지 해야 한다. 그녀들에게서 내 남자를 지키기 위한 송이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여자들과 엮이면서 송이는 즐거움을 느낀다. 과연 송이는 내 남자도 지키고, 청년 실업의 위기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
“한채영, 강혜정의 막춤 한 방에 무너졌다”
“한채영, 강혜정의 막춤 한 방에 무너졌다”
영화는 라는 여성친화적인 제목을 내세워 여성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주연 배우인 배수빈도 “여자분 들이 가볍게 보기에 좋은 영화”라며 유혹한다. 그러나 는 여성보다 남성들의 판타지를 위해 태어난 영화 같다. 귀여움, 편안함, 섹시함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여자들은 한 남자에게 애정공세를 펼치고, 종국엔 그녀들끼리 끈끈한 우정까지 맺으며 사이좋게 지내니 그에게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가 있을까? 오히려 여성 관객들에게 너무 쉬운 용서와 화해 위에 세워진 송이, 보라, 세진의 모래성 같은 연대는 뜬금없다. 그러나 ‘키다리 아저씨’ 혹은 ‘옴므파탈’이었던 배수빈은 귀여운 찌질남으로 새로운 면모를 선보이고, 클리셰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묘한 교훈을 주는 송이 어머님(김혜옥)의 말씀에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귀가 기울여진다. “머리 좋은 년은 예쁜 년 못 이기고, 예쁜 년은 팔자 좋은 년 못 이기더라.” 많은 여성들에게 팔자 개선을 심히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 는 12월 17일 개봉한다. 다음은 영화가 공개된 직후 이루어진 주연배우들과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다.
영화는 세 여자가 한 남자를 두고 싸우는 등 다소 살벌한 이야기인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한채영: 촬영장에 가는 게 일하러 가는 것 같지 않고 놀러가는 기분이었다. 너무 즐겁고 재밌어서. 좋은 여자친구들이 생긴 것 같다. 물론 배수빈도 포함해서. (웃음)
배수빈: 고맙다. (웃음)

“실제로 한 남자를 두고 싸운다면 죽이든지 죽든지 하나”
“한채영, 강혜정의 막춤 한 방에 무너졌다”
“한채영, 강혜정의 막춤 한 방에 무너졌다”
영화 속에선 세 여자가 한 남자를 공유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한채영: 현실과 다르게 영화는 사람들이 꿈꾸지만 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사람이면 한 번쯤 동시에 여러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상상해보지 않을까? 내 입장에선 당연히 그러면 안 되지만 (웃음) 연기로나마 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강혜정: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죽이든지 죽든지 하나일 것이다. (웃음) 창작이라는 게 여러모로 용서가 되는 게,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선 이런 일도 경쾌하고 유쾌하게 설득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요새는 현실이 더 영화 같으니까 이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거 같은데 나에겐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웃음)
허이재: 영화 속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는 과장되고 일어나기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보다도 보라라는 아이는 가정환경이 어렵고, 의지할 사람도 진호뿐이다. 진호를 향한 마음도 100% 사랑이라기보다는 동경과 짝사랑이다. 그런 보라에게 의지할 수 있는 언니들이 나타났으니까 셋이 뭉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내 자신을 설득하고, 보라에게 공감하면서 연기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봤을 때도 불쾌하거나 말도 안 될 거라고 여기진 않을 것 같다.
배수빈: 이런 일이 남자들에게 일어나면 굉장한 행운이겠지. (웃음) 사실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거운 일이다. 각기 다른 매력의 세 여자가 한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게 나라면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본다면 남자들은 기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기면 머리가 아플 것 같다. 머리도 좋아야 될 거 같고. 그래서 난 힘들 거 같다. 머리가 안 좋아서. (웃음)

를 하면서 도전한 부분이나 변신을 꾀한 것이 많았다던데.
배수빈: 사실 진호란 캐릭터를 처음 시나리오에서 읽었을 때는 잘못하면 굉장히 욕먹겠구나 했다. (웃음) 세 여자가 동시에 진호를 좋아한다는 것에 당위성을 부여해야 했는데 내가 장동건 선배나 이병헌 선배처럼 멋지지 않아서 다른 쪽으로 최대한 무기를 활용했다. 그냥 한 여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진심과 여자들이 좀 쉽게 대할 수 있는 거? (웃음) 진호는 여자들의 화도 잘 받아주는 귀염성 있는 친구라 그런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게 노력을 했다.
강혜정: 전반적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신경질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전까지는 계산된 면이 있는 연기였다면 이번에는 대놓고 편하게 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애초에 있던 설정 같은 것도 많이 버렸고. 또 영화에 나오는 피겨 스케이팅 장면을 위해 연습을 한 달 이상 했다. 물론 얼굴로 크게 넘어진 이후로는 겁나서 못했지만. 고난이도 기술은 나와 닮은 대역 친구가 소화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남반구 쪽으로 (웃음) 나랑 비슷하게 생겨서 CG를 쓰지 않고도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그래도 피겨 스케이팅은 또 할 일은 아닌 거 같다. (웃음)
한채영: 극 중에서 세진이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이 방금 내가 부른 게 괜찮아서 썼다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처음부터 당연히 내가 부른 걸 쓸 줄 알았는데! (웃음) 원래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 아니라 어려웠는데 열심히 연습하고 배워서 만족할 만큼 부른 것 같다. 또 세진이는 업앤다운이 심한 여자였다. 나도 밝지만 세진이의 성격만큼 기분을 업시키는 게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촬영을 할수록 정말로 즐거워서 그만큼 기분이 나온 거 같다.
강석범 감독: 사실 여러 가지 준비는 한채영이 가장 많이 했다. 재즈바에서 노래 부르는 신도 그렇고 클럽에서 춤추는 것도 그렇고. 특히 클럽 신을 위해 한 달간 춤 연습을 했는데 막상 촬영장에서는 강혜정의 막춤으로 한 방에 무너졌다. (웃음) 원래 그렇게 막춤을 추나?
강혜정: 원래 내가 그렇게 생겨 먹었다. (웃음) 한 때는 클러버로서 좀 날렸는데 이제는 몸이 무거워지니까 팔을 휘젓는 거 말고 다른 부위는 잘 안 움직여지더라.

“는 연인, 가족끼리 와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
“한채영, 강혜정의 막춤 한 방에 무너졌다”
“한채영, 강혜정의 막춤 한 방에 무너졌다”
“한채영, 강혜정의 막춤 한 방에 무너졌다”
“한채영, 강혜정의 막춤 한 방에 무너졌다”
올해 영화, 드라마 등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이번 영화의 캐릭터는 이전과 어떤 면에서 달랐나?
배수빈: 현재 찍고 있는 은 드라마도, 캐릭터도 다 강한데 진호라는 캐릭터는 나랑 많이 닮아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특별한 설정 없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보이려고 했다. 결국 내 자랑인가? (웃음)

을 통해 새로운 ‘옴므파탈’로 등극했는데, 실제로 본인에게 나쁜 남자의 매력이 있나?
배수빈: 사실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캐릭터 성격이긴 한데 내 안에 그런 기질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쁜 남자가 되고 싶고, 뭔가 좀 시크해지고픈 욕망을 표출했다고 보면 될듯하다. 실제로는 촬영 내내 세 여자들에게 구박 당했고 날 동네 오빠로 취급하더라. (웃음)

한채영, 강혜정, 허이재와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실제 이상형에 가까운 배우를 한 명만 꼭 뽑아 달라.
배수빈: 여기서 한 명을 고르면 이따가 뒤에 가서 또 구박 받는다. (웃음) 나중에 따로 답을 드리도록 하겠다.

영화가 개봉하는 연말은 국내 뿐 아니라 할리우드까지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 시장에서 만이 가진 강점과 매력이 있다면?
배수빈: 우리 영화는 12월에 개봉하는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그래서 마음 편히 와서 볼 수 있고, 보고나서도 넌 저럴 수 있어? 이러면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들도 있지만 는 연인, 가족끼리 와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에 강점이 있는 것 같다.

사진 제공_영화사 아람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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