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스크린에서 남자배우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법은 대개 두 가지였다. 기가 막히게 잘생기던가, 아니면 연기를 똑 부러지게 하던가. 물론 모든 배우가 둘 중 하나를 꼭 만족시키는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두 개 영역을 x축과 y축으로 한 좌표 위의 한 점으로 배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강지환이라는 배우가 흥미로운 건 이런 고전적 좌표로 파악할 수 없는 어느 지점에 속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강지환은 미소가 매력적이고 연기 디테일이 좋은 배우다. 하지만 그의 매력은 이런 수치화된 외모와 연기 바깥의 어떤 잉여에서 드러난다. 즉 그보다 더 잘생기고 연기도 탁월한 배우는 있겠지만 그만큼 의 홍길동과 의 선우완, 의 재준이 어울리는 배우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히 그가 이 배역들을 훌륭히 소화해서만은 아니다. 바랑과 봉을 매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홍길동이나 일제강점기에도 철없이 여자를 꼬시는데 여념이 없는 느끼한 모던보이의 인상처럼, 어딘가 만화적인 느낌의 캐릭터를 떠올리며 실사화하고 싶을 때, 강지환의 외모와 연기는 괄호 안에 들어갈 모범답안처럼 그 자리에 꼭 들어맞는다. 어려운 역할을 잘 소화하는 배우도 흔치 않지만 강지환처럼 재밌는 역을 잘 가지고 노는 배우 역시 드물다. 그런 그가 만화적 상상력이 빛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음은 화면 자체의 스펙터클함이 눈에 띄는 영화부터 일상에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막힌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까지, 강지환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판타지 같은 영화들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에 현실적 질감을 입혀온 강지환의 연기처럼,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판타지를 관객의 눈앞에 펼쳐놓은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1. (King Kong)
2005년 | 피터 잭슨
“친구와 함께 극장에 가서 봤던 영화였는데 그야말로 환호가 절로 나왔어요. 영화제작을 위해 해골섬을 찾아간 사람들이 공룡과 거대 벌레 사이에서 겪는 모험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특히 미녀를 위협하던 공룡들과 킹콩과의 한 판 승부는 어느 액션 영화 못지않은 박력을 보여줬죠. 그렇다고 후반부 킹콩의 순애보가 지루했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영화를 보면서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감정 이입되는 경험을 처음으로 할 수 있었죠.”
피터 잭슨의 필모그래피를 쭉 따라오던 관객이라면 조악한 특수효과와 B급 감성이 충만한 , 의 피터 잭슨과 21세기의 고전으로 평가받아 마땅한 시리즈의 피터 잭슨 사이의 간극에 현기증을 느낄 것이다. 은 말하자면 이 두 피터 잭슨이 정반합의 과정을 이룬 결과물이다. 기본적으로는 대형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둘렀지만 킹콩과 인간의 대결이 단순히 스펙터클하기보다 서글프게 느껴질 수 있었던 건 여자 주인공 앤(나오미 왓츠)을 지키고자 하는 킹콩의 입장에서 서사를 진행하는 피터 잭슨 특유의 감성 덕분일 것이다. 2. (Edward Scissorhands)
1990년 | 팀 버튼
“어떤 인상으로 영화를 기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 경우엔 조니 뎁, 그러니까 극 중 에드워드의 슬픈 눈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영화에요.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지만 차가운 가위손 때문에 누구를 만지거나 쓰다듬어줄 수 없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죠. 워낙에 동화 같은 상상력을 잘 표현하는 팀 버튼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조니 뎁이 처음으로 만난 영화인데 그 후 나 에서도 함께 했지만 역시 최고의 작품은 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둘이 함께하는 영화는 아직도 기대가 되죠. 그래서 를 기다리고 있고요.”
가위손 에드워드(조니 뎁)가 얼음을 조각하며 눈을 내리게 하는 장면으로 기억되는 동화 같은 로맨스 영화다. 하지만 일반인과 다른 에드워드를 보고 우월함 섞인 동정을 하는 이웃들이나 필요 이상의 오지랖에 대한 묘사 등에서 초기 팀 버튼 특유의 냉소주의는 여전하다. 즉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로맨스는 에드워드와 킴(위노나 라이더)처럼 순수한, 심지어 사회가 규정한 윤리적 규칙에서조차 자유로운 존재들에게 가능한 것으로 그려진다. 이 영화가 진정 판타지인 것은 그 때문이다. 3. (Secret)
1999년 | 타키타 요지로
“정확하게는 여주인공인 히로스에 료코를 보고 반해버렸던 영화에요.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이병헌 씨 주연의 한국 영화 과 설정도 비슷했고, 내용 자체는 좀 빤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잠자리의 문제처럼 조금 민감한 부분에 있어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다소 유치할 수 있는 내용에 힘을 부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마지막 장면의 반전을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최근 개봉한 영화 의 원작자이기도 한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버스 사고로 인해 아내 나오코가 죽고, 대신 딸 모나미(히로스에 료코)의 몸에 아내의 영혼이 들어온다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이 작품은 아내이자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헤이스케(고바야시 가오루)의 갈등과 그가 아버지로서의 삶을 택하는 것을 통해 사랑의 방식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모나미 본인의 의식이 돌아오는 후반부와 그에 따른 반전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그 반전이 주는 애절함이 반감되진 않는다. 4. (The Truman Show)
1998년 | 피터 위어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내게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폈어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직업이라 내 의도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때론 감추고 싶은 부분들이 공개되곤 해요. 그래서 환호만큼이나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직업이라고 살 수 있죠. 는 이걸 비틀어 평범한 샐러리맨이 실제로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쇼의 배우라는 기발한 설정을 보여주죠.”
유독 20세기 말에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진짜인지 질문하는 영화들이 많이 등장했다. , , 그리고 이 작품 가 그렇다. 다만 앞선 두 작품이 그 질문을 극단적으로 끌고 가 결국 SF의 영역에 이르렀다면 는 TV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관음증적 속성과 한 사람의 삶을 제어하는 단계에 이른 미디어의 힘을 고발한다. 그리고 몇 년 후 한국을 비롯한 세계 예능을 뒤덮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유행은 이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5. (I Am Legend)
2007년 | 프란시스 로렌스
“부터 , 까지 윌 스미스는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에요.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죠.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간들과 인류 최후의 생존자인 윌 스미스와의 대결이 주는 긴장감은 러닝타임이 한 시간정도로 느껴질 만큼 긴장감이 넘쳤어요. 탁월한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불안에 떠는 윌 스미스의 연기는 역시 최고였고요.”
나는 인류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생존자들은 흡혈귀가 되었다. 이 두 가지 설정만으로도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동명의 호러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인 과학자 네빌(윌 스미스)이 변종 인류와 싸우는 액션을 비롯해 황량한 미래 도시의 묘사까지 잘 빠진 블록버스터로서 손색이 없지만 변종 인류와의 최후 대결에서 ‘전설’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 하는 결말은 원작 팬들에게 지나치게 헐리웃 스타일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강지환 덕분에 다채로워졌다 “처음엔 대본을 보고 당황했어요. ‘오, 나의 여신이여’ 같은 대사들이 있더라고요.” 강지환이 출연한 영화 는 한국의 연출가와 일본의 작가가 공동 작업을 하는 대형 프로젝트 중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로, 사고 때문에 추녀를 미녀로 착각하게 된다는 일본 드라마 특유의 만화적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스로는 대사가 너무 간지러워서 난감했다고 고백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진지한 얼굴로 추녀로 분한 이지아에게 ‘여신이라 부를 수 있는 미남 주인공을 떠올릴 때 우리는 결국 강지환 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 다시 말하지만 강지환은 가장 잘생긴 것도,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도 아니다. 하지만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연기를 통해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은 훨씬 다채로워졌다. 아마도 그 넓어진 지평이야말로 창작자와 관객이 강지환이라는 배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물론 강지환은 미소가 매력적이고 연기 디테일이 좋은 배우다. 하지만 그의 매력은 이런 수치화된 외모와 연기 바깥의 어떤 잉여에서 드러난다. 즉 그보다 더 잘생기고 연기도 탁월한 배우는 있겠지만 그만큼 의 홍길동과 의 선우완, 의 재준이 어울리는 배우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히 그가 이 배역들을 훌륭히 소화해서만은 아니다. 바랑과 봉을 매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홍길동이나 일제강점기에도 철없이 여자를 꼬시는데 여념이 없는 느끼한 모던보이의 인상처럼, 어딘가 만화적인 느낌의 캐릭터를 떠올리며 실사화하고 싶을 때, 강지환의 외모와 연기는 괄호 안에 들어갈 모범답안처럼 그 자리에 꼭 들어맞는다. 어려운 역할을 잘 소화하는 배우도 흔치 않지만 강지환처럼 재밌는 역을 잘 가지고 노는 배우 역시 드물다. 그런 그가 만화적 상상력이 빛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음은 화면 자체의 스펙터클함이 눈에 띄는 영화부터 일상에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막힌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까지, 강지환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판타지 같은 영화들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에 현실적 질감을 입혀온 강지환의 연기처럼,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판타지를 관객의 눈앞에 펼쳐놓은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1. (King Kong)
2005년 | 피터 잭슨
“친구와 함께 극장에 가서 봤던 영화였는데 그야말로 환호가 절로 나왔어요. 영화제작을 위해 해골섬을 찾아간 사람들이 공룡과 거대 벌레 사이에서 겪는 모험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특히 미녀를 위협하던 공룡들과 킹콩과의 한 판 승부는 어느 액션 영화 못지않은 박력을 보여줬죠. 그렇다고 후반부 킹콩의 순애보가 지루했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영화를 보면서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감정 이입되는 경험을 처음으로 할 수 있었죠.”
피터 잭슨의 필모그래피를 쭉 따라오던 관객이라면 조악한 특수효과와 B급 감성이 충만한 , 의 피터 잭슨과 21세기의 고전으로 평가받아 마땅한 시리즈의 피터 잭슨 사이의 간극에 현기증을 느낄 것이다. 은 말하자면 이 두 피터 잭슨이 정반합의 과정을 이룬 결과물이다. 기본적으로는 대형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둘렀지만 킹콩과 인간의 대결이 단순히 스펙터클하기보다 서글프게 느껴질 수 있었던 건 여자 주인공 앤(나오미 왓츠)을 지키고자 하는 킹콩의 입장에서 서사를 진행하는 피터 잭슨 특유의 감성 덕분일 것이다. 2. (Edward Scissorhands)
1990년 | 팀 버튼
“어떤 인상으로 영화를 기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 경우엔 조니 뎁, 그러니까 극 중 에드워드의 슬픈 눈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영화에요.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지만 차가운 가위손 때문에 누구를 만지거나 쓰다듬어줄 수 없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죠. 워낙에 동화 같은 상상력을 잘 표현하는 팀 버튼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조니 뎁이 처음으로 만난 영화인데 그 후 나 에서도 함께 했지만 역시 최고의 작품은 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둘이 함께하는 영화는 아직도 기대가 되죠. 그래서 를 기다리고 있고요.”
가위손 에드워드(조니 뎁)가 얼음을 조각하며 눈을 내리게 하는 장면으로 기억되는 동화 같은 로맨스 영화다. 하지만 일반인과 다른 에드워드를 보고 우월함 섞인 동정을 하는 이웃들이나 필요 이상의 오지랖에 대한 묘사 등에서 초기 팀 버튼 특유의 냉소주의는 여전하다. 즉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로맨스는 에드워드와 킴(위노나 라이더)처럼 순수한, 심지어 사회가 규정한 윤리적 규칙에서조차 자유로운 존재들에게 가능한 것으로 그려진다. 이 영화가 진정 판타지인 것은 그 때문이다. 3. (Secret)
1999년 | 타키타 요지로
“정확하게는 여주인공인 히로스에 료코를 보고 반해버렸던 영화에요.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이병헌 씨 주연의 한국 영화 과 설정도 비슷했고, 내용 자체는 좀 빤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잠자리의 문제처럼 조금 민감한 부분에 있어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다소 유치할 수 있는 내용에 힘을 부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마지막 장면의 반전을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최근 개봉한 영화 의 원작자이기도 한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버스 사고로 인해 아내 나오코가 죽고, 대신 딸 모나미(히로스에 료코)의 몸에 아내의 영혼이 들어온다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이 작품은 아내이자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헤이스케(고바야시 가오루)의 갈등과 그가 아버지로서의 삶을 택하는 것을 통해 사랑의 방식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모나미 본인의 의식이 돌아오는 후반부와 그에 따른 반전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그 반전이 주는 애절함이 반감되진 않는다. 4. (The Truman Show)
1998년 | 피터 위어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내게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폈어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직업이라 내 의도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때론 감추고 싶은 부분들이 공개되곤 해요. 그래서 환호만큼이나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직업이라고 살 수 있죠. 는 이걸 비틀어 평범한 샐러리맨이 실제로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쇼의 배우라는 기발한 설정을 보여주죠.”
유독 20세기 말에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진짜인지 질문하는 영화들이 많이 등장했다. , , 그리고 이 작품 가 그렇다. 다만 앞선 두 작품이 그 질문을 극단적으로 끌고 가 결국 SF의 영역에 이르렀다면 는 TV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관음증적 속성과 한 사람의 삶을 제어하는 단계에 이른 미디어의 힘을 고발한다. 그리고 몇 년 후 한국을 비롯한 세계 예능을 뒤덮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유행은 이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5. (I Am Legend)
2007년 | 프란시스 로렌스
“부터 , 까지 윌 스미스는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에요.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죠.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간들과 인류 최후의 생존자인 윌 스미스와의 대결이 주는 긴장감은 러닝타임이 한 시간정도로 느껴질 만큼 긴장감이 넘쳤어요. 탁월한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불안에 떠는 윌 스미스의 연기는 역시 최고였고요.”
나는 인류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생존자들은 흡혈귀가 되었다. 이 두 가지 설정만으로도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동명의 호러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인 과학자 네빌(윌 스미스)이 변종 인류와 싸우는 액션을 비롯해 황량한 미래 도시의 묘사까지 잘 빠진 블록버스터로서 손색이 없지만 변종 인류와의 최후 대결에서 ‘전설’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 하는 결말은 원작 팬들에게 지나치게 헐리웃 스타일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강지환 덕분에 다채로워졌다 “처음엔 대본을 보고 당황했어요. ‘오, 나의 여신이여’ 같은 대사들이 있더라고요.” 강지환이 출연한 영화 는 한국의 연출가와 일본의 작가가 공동 작업을 하는 대형 프로젝트 중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로, 사고 때문에 추녀를 미녀로 착각하게 된다는 일본 드라마 특유의 만화적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스로는 대사가 너무 간지러워서 난감했다고 고백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진지한 얼굴로 추녀로 분한 이지아에게 ‘여신이라 부를 수 있는 미남 주인공을 떠올릴 때 우리는 결국 강지환 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 다시 말하지만 강지환은 가장 잘생긴 것도,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도 아니다. 하지만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연기를 통해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은 훨씬 다채로워졌다. 아마도 그 넓어진 지평이야말로 창작자와 관객이 강지환이라는 배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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