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드레스
제품 설명: 드레스
드레스가 순정만화 주인공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갔다. 샤방샤방 드레스, 만만하게 활용하는 법.

1) 상의와 하의가 한 벌로 붙어 있는 치마를 두루 일컬음.
2) 위와 같은 정의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원피스’라고 부르는 모든 옷들이 드레스에 해당되나 일반적으로 ‘드레스’라는 말은 ‘원피스’보다 ‘샤방샤방’ ‘번쩍번쩍’의 기운을 담고 있음.
3)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로망. 바비의 일상복. 시상식 시즌 여배우들에겐 인기의 척도.

1) 사용자의 유형에 따른 권장 사용법
① 조금 인기 있으나 아주 인기 있지는 않은 여배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한다(그 스타일리스트가 유명 여배우를 여럿 담당하고 있을수록 유리함). 연말 시상식 시즌이 되기 전, 자신과 같은 스타일리스트를 고용 중인 특급 여배우와 사이즈를 비슷하게 만들어 놓는다. 인기 있는 여배우일수록 한 번의 시상식을 위해 여러 벌의 드레스를 ‘찜’해 놨다가 입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중 한 벌을 스윽 ‘주워’ 입는다.
② 아주 인기 있는 여배우: 시상식 시즌이 되기 전, 스타일리스트에게 엄포를 놓는다. “샤넬, 디올, 루이비통, 랄프 로렌, 프라다 하나도 빼지 말고 다 준비해주세요. 못하면… 알죠?” 시상식 이틀 전, 그 드레스들을 입어본다. 마음에 드는 게 있어도 결정은 유보한다. 스타일리스트에게 슬쩍 물어본다. “OOO(라이벌 여배우)는 뭘 입죠?” 스타일리스트가 대답하면 그 대답이 무엇이든 소리를 지른다. “내가 그거 입고 싶다고 했잖아요! 나도 그거 입을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다 주세욧!” (스타일리스트는 자기 돈을 써서 사오는 한이 있어도 구해오겠지만 그걸 꼭 입을 필요는 없다. 왜? 당신은 인기 있으니까!)

2) 체형과 전략에 따른 권장 사용법
① 뺨만 날씬한 하체 비만 여성(키 168센티미터 이상) : 샤넬 광고 컷에 나온 것 같은 치렁치렁한 롱 드레스를 구한다. 길이는 바닥에 끌릴 만큼 길되 실루엣은 얌전하게 떨어지는 시폰 소재 엠파이어 드레스가 베스트 초이스(다리를 완벽하게 가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슴이 커보이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역시나 샤넬 광고 컷처럼 몸에 딱 맞는 트위드 재킷을 입는다. 이번에도 샤넬 광고 컷처럼 폼 잡고 갈대밭을 거닌다.
② 뺨만 날씬한 하체 비만 여성(키 168센티미터 미만): 길이가 짧은 미니돌 드레스를 입는다. 두꺼운 허벅지와 종아리에 개의치 말고 과감하게 길이가 짧은 것을 선택한다. 검은색 레깅스를 신는다. 이판사판, 신발도 발목까지 올라오는 컨버스를 신는다. 베스 디토처럼 당당한 포스로 걷는다. 다리는 ‘감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지탱하기 위해, 걷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남자들이 인지하게끔 한다.
③ 불황과 맞서 싸우는 알뜰족: 갖고 있는 셔츠나 티셔츠 중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완전히 불투명한 검은색 스타킹과 함께 매치한다(같은 불투명이라도 레깅스는 섹시함이 떨어지므로 가급적 스타킹을 신는다). 누가 물어보면 드레스라고 우긴다.
④ 모든 노력을 다 했으나 여전히 철옹성 같은 그의 마음을 열지 못한 여성: 레이스가 대세(게다가 남자들은 원래 레이스에 약하다). 한 겹짜리 레이스로 된 드레스를 구입한다. 속옷은 팬티 정도만 입고 레이스 드레스를 입는다. 그 위에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카디건을 입는다. 그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시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싶으면 카디건 단추를 하나씩 풀어헤친다(폴 스미스 컬렉션 참조). 그 남자가 당신을 두 번 다시는 안 만나줘도 난 모른다.

글. 심정희 ( 패션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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