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의 조명이 꺼진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문신 기술자가 들려주는 닌자 이야기를 듣고 허황된 이야기라 비웃던 야쿠자들의 몸이 칼과 수리검에 난자당한다. 지난 11월 6일 왕십리 CGV에서 공개된 은 이처럼 전설의 암살자 닌자가 현실의 세계로 들어오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당연히 비의 할리우드 첫 주연작으로서 일 것 이다. 하지만 영화는 카와지리 요시아키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피 튀기는 오프닝부터 내내 비가 연기하는 라이조의 감정보다는 닌자라는 존재의 두려움에 집중한다. 그것은 알려지지 않은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신비의 무술인 ‘닌쥬츠’(닌자술)을 사용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무라이를 암살하는 모습으로 닌자를 묘사한 디스커버리 채널 나 배트맨의 기원을 닌자에게서 찾은 처럼 역시 신비한 동양의 암살자로 닌자를 그린다. 다만 여기에 좀 더 사실적이고 파괴적인 영상이 더해질 뿐이다. 연속으로 날아오는 닌자의 수리검은 구경 13.5㎜ 기관총 난사를 연상케 할 파괴력을 보여주고 라이조가 휘두르는 사슬낫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날아와 사지를 절단한다. 조명이 꺼지고 어둠이 찾아드는 순간, 그들은 정예 특수부대조차 순식간에 몰살시킬 수 있는 살육자가 된다.

비의 몸매 10점 만점에 12점, 영화 평균은?

비의 좀 더 유창해진 영어 연기를 보고 싶은 관객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닌자 어쌔신>의 라이조는 태생적으로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암살 기계다. 그것은 여성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 눈웃음 같은 건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오히려 내가 죽지 않으면 남을 죽여야 하는 닌자의 룰에 회의를 느끼는 10대 시절의 라이조(이준)의 표정이 훨씬 풍부한 편이다. 닌자 조직에서 최고의 살수로 키워졌지만 조직 때문에 아끼는 친구를 잃은 라이조가 조직에 대해 복수하는 플롯 역시 별다른 복선이나 다층적 요소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남는 것은 결국 이미지다. 그것은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만들어낸 비의 완벽한 몸매일 수도, 피 튀기는 신체 절단일 수도, 혹은 현란한 무기 사용일 수도 있다. 만약 일시적인 화면의 말초적 쾌감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닌자 어쌔신>은 11월 26일 개봉한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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