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쌈> KBS1 화 밤 10시
“꿈을 꾸었던 것이 언젠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아… 나는 이름도 없는 나사…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돌아갑니다. 어떤 행복을 꿈꾸어 나는 경쟁하고 경쟁했는데 우리가 그린 미래는 드라마에 불과한 공상입니다.” 어제 <시사기획 쌈>에서 인용된 자우림 ‘나사’의 가사 일부다. 뮤직 비디오의 자살 장면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한 이 노래는 현실에 절망한 청년의 유서 같은 곡이다. OECD 국가 중 5년째 자살률 1위라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자살 문제를 다룬 <시사기획 쌈>의 어제 방송 제목은 ‘자살, 예방할 수 있는 고독의 병’이었다. ‘나사’에서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가혹한 서바이벌 시스템의 사회적 문제인데, 방송은 제목에서부터 짐작되듯이 자살을 개인의 병리적 현상으로 보는 느낌이 강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자살을 결심하거나 시도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상담하고 관리해주는 자살예방센터나 정신보건센터 상담원들과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인터뷰를 통해 이 비극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방송의 진정성은 돋보였지만, 결론은 태종대 자살바위 앞 모자상에서 그리 멀리 나아가지 못한다. 물론 소득양극화나 실업률 같은 사회적 지표가 자살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통계나 자살 방지 지원에 적극적인 타국가의 사례 보고를 통해 자살을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그 대책에 대해 질문을 던지려는 노력도 엿보였지만, 주제의 무게를 감안한다면 더 섬세하고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했을 것이다.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주길 권하는 공익 캠페인 같은 결론은 그래서 더 아쉬웠다. 하기는 그렇다. 사회가 가혹하고 암울할수록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은 마지막 남은 위로일지도 모른다. 우린 서로에게 얼마든지 말해줄 수 있다.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고. 그러나 꿈조차 꿀 수 없게 만드는 사회 안에서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글 김선영

<상상더하기> KBS2 화 밤 11시 5분
캐릭터 확실한 예능친화형 아이돌들이 출동했다. KBS <스타골든벨>에서 티격태격 치고받으며 웃음을 선사한 어른돌 나르샤와 여신 박규리,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부부 가인과 조권이 함께하는 진용만으로도 흥미로웠다. 기본은 늘 하는 한승연과 달콤한 꿀 구하라까지 예쁘고 상큼한 게스트들을 보면서 활화산 같은 웃음을 기대했다. 그런데 물론 재밌었지만 예능감이 살아 숨 쉬는 이들의 잠재력을 건드리지 못한 <상상더하기>의 나른한 태도가 한층 더 아쉽게 느껴진 회였다. <상상더하기>는 어느덧 뒷북 전문 방송이 됐다. 지난 3월 MBC <놀러와> ‘여자 아이돌 특집’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박규리의 공주병을 새삼스럽게 처음 알았다는 듯 탐구하는 듯 흐름의 중심에 가져다놓았다. TV를 많이 보는 시청자들은 이제 너무나 지겨운 ‘굴욕’ 한승연이나 ‘구사인 볼트’ 구하라, ‘깝권’의 탄생, 나르샤도 2만 번은 들었을 가인의 ‘쌩얼’ 모습, 나르샤의 인기 등도 가깝게는 동시간대 신생프로그램 SBS <강심장>에서 이미 모두 방송된 내용이다. 진실게임 형식의 토크쇼로 개편한 후 드러나는 한계이자 심지어 같은 팀 멤버가 나왔어도 게스트간의 화학작용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구조다. 그리고 또 하나. 어제 이 프로그램의 극명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대타로 MC석에 앉은 송은이가 재연과 추임새를 적절히 섞어 진행부터 콩트에 이르기까지 확실한 역할을 해내면서 그동안 죽어 있던 김신영도 살아났다. 송은이의 내공인지, 대본인지 모르겠지만 나른해 보이는 기존 MC들은 녹화가 끝나고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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