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 49회 MBC 월-금 저녁 7시 45분
“뽑을 때 찌릿한 기분도 들 거예요.” 그렇게 사랑니처럼 잠시 세경(신세경)을 설레게 했던 그 감정도 날아가 버릴까. 지훈(최다니엘)은 순재(이순재)의 가족 중 가장 먼저 세경을 알았고, 추석 선물을 줬고, 핸드폰을 줬고, 아픈 세경을 신경 쓴다. 그 사이에 지훈이 세경에게 준 따뜻함은 세경의 기억에 하나씩 남는다. 그러나 지훈은 세경에게 “도와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인집’ 아들이 가정부에게 줄 수 있는 도움 또는 연민. 지훈은 착한 마음을 가졌고, 자신의 병원 후배에게 세경이 어떤 처지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은 센스도 가진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 세경이 ”여자친구가 아닌“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경이 자신의 통증을 감춘 것은 그에겐 지훈의 말대로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세경의 불안함은, 잠시 누워있을 때도 언제 순재의 가족들이 작은 옷 방의 문을 열고 일을 시킬지 모르는 상황은 그를 조심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현실은 지훈이 아무리 세경의 ‘키다리 아저씨’가 돼 준다 해도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경이 유창하게 영어를 쓰는 지훈의 후배 앞에 서는 순간, 세경의 설렘은 깨진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MBC <거침없이 하이킥>보다 진일보한 것은, <거침없이 하이킥>처럼 설렘을 가득 담은 로맨스를 보여주면서도 로맨스 뒤에 있는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데 있다. 앞으로 지훈이 세경을 사랑한다 해도, 서울대 의대 출신 ‘주인집’ 아들과 그 집 가정부의 사랑은 계급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 17일의 에피소드는 <지붕 뚫고 하이킥>이 그 현실을 감추지 않는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어이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인간이기에. 그렇게 <지붕 뚫고 하이킥>은 판타지 같은 로맨스와 비정한 현실을 동시에 끌고 들어간다. 정말 <지붕 뚫고 하이킥>은 비극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이 사랑을 어떻게 가져갈까. 설레면서도 눈물이 난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
글 강명석
<상상더하기> KBS2 화 저녁 11시 5분
성공적인 토크 버라이어티는 말하자면 실력 좋은 인터뷰어 같은 것이다. 게스트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미리 준비한 상태에서 이미 공개되었던 이야기들을 반복하지 않도록 대화를 조절하면서 순발력과 상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끌어내는 그런 인터뷰어. 그들의 능력이 빛나는 건 좋은 인터뷰이를 만나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낼 때가 아니다. 노희경 작가 같은 이와 인터뷰한다면 아무리 허접한 인터뷰어라도 좋은 인터뷰를 남길 수 있다. 때문에 오히려 별다른 얘기를 끌어낼 게 없어 보이는 이를 만났을 때 인터뷰어 혹은 프로그램의 진짜 내공이 드러난다. 박수홍, 윤정수, 박경림, 이수영이라는 너무 빤해서 의외로 느껴질 정도의 게스트 조합은 그래서 <상상더하기>라는 프로그램의 진면목, 정확하게 말하면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박경림의 신혼여행에 박수홍이 따라간 이야기를 ‘신혼여행을?’이라는 시치미 뚝 땐 자막과 함께 소개하는 것은 물론, 까마득한 ‘토크박스’ 시절 공개됐던 이수영의 개그 본능을 소재로 이야기하는 것은 게스트의 문제 이전에 프로그램의 능력 부족이나 게으름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하기 어렵다. 그나마 남을 놀릴 때 빛을 발하는 신정환, 탁재훈의 도발에 정색하고 변명하는 모습을 통해 박수홍의 소심한 캐릭터가 극한으로 드러나며 의외의 웃음을 줬지만 그건 박수홍의 말대로 “얻어 걸린” 케이스다. 물론 앞서 말했듯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 어려운 게스트들이었다. 하지만 예능의 목적은 결국 ‘그럼에도’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이다. 어젠 박수홍이 컨추리꼬꼬를 데뷔시켰던 영광의 시간이 희화화되었다. 하지만 정작 잘나갔던 시즌 1 시절을 잊고 현재를 성찰할 필요가 있는 건 <상상더하기>가 아닐까.
글 위근우
“뽑을 때 찌릿한 기분도 들 거예요.” 그렇게 사랑니처럼 잠시 세경(신세경)을 설레게 했던 그 감정도 날아가 버릴까. 지훈(최다니엘)은 순재(이순재)의 가족 중 가장 먼저 세경을 알았고, 추석 선물을 줬고, 핸드폰을 줬고, 아픈 세경을 신경 쓴다. 그 사이에 지훈이 세경에게 준 따뜻함은 세경의 기억에 하나씩 남는다. 그러나 지훈은 세경에게 “도와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인집’ 아들이 가정부에게 줄 수 있는 도움 또는 연민. 지훈은 착한 마음을 가졌고, 자신의 병원 후배에게 세경이 어떤 처지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은 센스도 가진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 세경이 ”여자친구가 아닌“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경이 자신의 통증을 감춘 것은 그에겐 지훈의 말대로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세경의 불안함은, 잠시 누워있을 때도 언제 순재의 가족들이 작은 옷 방의 문을 열고 일을 시킬지 모르는 상황은 그를 조심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현실은 지훈이 아무리 세경의 ‘키다리 아저씨’가 돼 준다 해도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경이 유창하게 영어를 쓰는 지훈의 후배 앞에 서는 순간, 세경의 설렘은 깨진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MBC <거침없이 하이킥>보다 진일보한 것은, <거침없이 하이킥>처럼 설렘을 가득 담은 로맨스를 보여주면서도 로맨스 뒤에 있는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데 있다. 앞으로 지훈이 세경을 사랑한다 해도, 서울대 의대 출신 ‘주인집’ 아들과 그 집 가정부의 사랑은 계급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 17일의 에피소드는 <지붕 뚫고 하이킥>이 그 현실을 감추지 않는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어이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인간이기에. 그렇게 <지붕 뚫고 하이킥>은 판타지 같은 로맨스와 비정한 현실을 동시에 끌고 들어간다. 정말 <지붕 뚫고 하이킥>은 비극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이 사랑을 어떻게 가져갈까. 설레면서도 눈물이 난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
글 강명석
<상상더하기> KBS2 화 저녁 11시 5분
성공적인 토크 버라이어티는 말하자면 실력 좋은 인터뷰어 같은 것이다. 게스트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미리 준비한 상태에서 이미 공개되었던 이야기들을 반복하지 않도록 대화를 조절하면서 순발력과 상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끌어내는 그런 인터뷰어. 그들의 능력이 빛나는 건 좋은 인터뷰이를 만나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낼 때가 아니다. 노희경 작가 같은 이와 인터뷰한다면 아무리 허접한 인터뷰어라도 좋은 인터뷰를 남길 수 있다. 때문에 오히려 별다른 얘기를 끌어낼 게 없어 보이는 이를 만났을 때 인터뷰어 혹은 프로그램의 진짜 내공이 드러난다. 박수홍, 윤정수, 박경림, 이수영이라는 너무 빤해서 의외로 느껴질 정도의 게스트 조합은 그래서 <상상더하기>라는 프로그램의 진면목, 정확하게 말하면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박경림의 신혼여행에 박수홍이 따라간 이야기를 ‘신혼여행을?’이라는 시치미 뚝 땐 자막과 함께 소개하는 것은 물론, 까마득한 ‘토크박스’ 시절 공개됐던 이수영의 개그 본능을 소재로 이야기하는 것은 게스트의 문제 이전에 프로그램의 능력 부족이나 게으름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하기 어렵다. 그나마 남을 놀릴 때 빛을 발하는 신정환, 탁재훈의 도발에 정색하고 변명하는 모습을 통해 박수홍의 소심한 캐릭터가 극한으로 드러나며 의외의 웃음을 줬지만 그건 박수홍의 말대로 “얻어 걸린” 케이스다. 물론 앞서 말했듯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 어려운 게스트들이었다. 하지만 예능의 목적은 결국 ‘그럼에도’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이다. 어젠 박수홍이 컨추리꼬꼬를 데뷔시켰던 영광의 시간이 희화화되었다. 하지만 정작 잘나갔던 시즌 1 시절을 잊고 현재를 성찰할 필요가 있는 건 <상상더하기>가 아닐까.
글 위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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