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랑 남배우는 다른가요?” 12월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여배우들> 메이킹 영상 인터뷰에서 김옥빈은 이렇게 되물었다. 그러나 대중들의 시샘어린 호기심 혹은 과도한 애정은 그냥 배우와 여배우를 구분 짓는다. 루머나 스캔들에 남자 배우들보다 취약하고 그럴수록 자신들만의 성벽 안으로 더 숨어드는 여배우. 이들이 무려 6명이나 한 자리에 모여 누군가 만들어준 대사가 아닌 제 목소리를 낸다면 어떤 풍경이 연출될까? 17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여배우들>의 제작보고회에서 그 현장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여자들만 나오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이재용 감독의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된 <여배우들>의 캐스팅은 전혀 소박하지 않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인 이들은 선생님에서부터 한류스타, 차세대 유망주까지 면면이 스타들이다. “보석보다 아름다운 여배우”라는 콘셉트의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게 화려하고 아슬아슬하다. 각자 본인을 연기하고, 각본을 다함께 썼을 만큼 여배우인 자신을 그 어느 때보다도 드러낸 이들의 모습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처음 만난 최지우와 고현정은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급기야 최지우는 촬영 현장을 뛰쳐나간다. 김민희는 남자들한테 안 먹히는 스타일이란 말에 발끈하고, 김옥빈은 자신에겐 맞지 않는 김민희의 옷 때문에 울상이다. 여기에 윤여정 ‘선생님’은 메이크업을 받지 않겠다고 떼쓰고, 이미숙은 개인 스타일리스트까지 대동하고 나타난다. 어느 현장에서든 홀로 주인공이고, 가장 빛나는 것에 익숙했던 6명이 모였으니 캣파이트는 불 보듯 뻔한 일. 화보를 진행한 에디터의 말에 의하면 “크리스마스의 악몽”인 이들의 만남은 과연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그러나 “캐스팅 과정을 영화로 찍었어야” 할 정도로 모으기 힘들었다는 6명의 여배우들과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간담회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화기애애함 속에 흐르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뜨거웠다.
<여배우들>은 출연한 배우들이 실제 본인을 연기하는 등 보통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데, 어떤 내용의 영화인가요?
윤여정: 시놉시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패션 화보를 찍기 위해 우리들이 섭외됐다는 내용이에요. 육십대부터 이십대까지의 여배우들이 모여서 일어나는 상황인데, 여러분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네요. 나 빼고 다 미녀들이니까. 근데 이재용 감독이 아는 육십대 여배우가 나밖에 없어서 캐스팅한 거 같아. 영화는 뭐 현정이랑 감독이랑 술 먹다가 얘기가 나와서 하게 된 거고. 옥빈이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니?
김옥빈: 대선배님들을 너무 만나고 싶었고,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고현정: 저도 다들 함께하게 되서 영광이고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영화가 완성돼서 제작보고회까지 오게 된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죠.
“지우랑 싸운거요? 당연히 실제로 싸웠죠”
예고편을 보니까 고현정 씨는 최지우 씨랑 기 싸움이 장난이 아니던데, 혹시 실제 상황인가요?
고현정: 당연히 실제죠.
최지우: 우리 사이가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아요. (웃음)
고현정: 저는 시비 건 게 아닌데 지우가 좀 예민한 거 같던데.
이미숙: 그땐 현정이가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어요. <선덕여왕> 하기 전이니까. (웃음) 근데 지우는 한창 한류스타여서 그런 쪽으로 신경 쓰이는 게 나도 있었는데 현정이가 나섰죠. 다들 깜짝 놀랐어요.
고현정: 열 받게 하잖아요. (웃음) 제가 그렇게 없는 말을 한 건 아닌데 너무 오래돼서 잘 기억이…
그러면 싸우는 장면은 언제 촬영했나요?
최지우: 제일 첫 촬영이었어요. 고현정 씨랑 처음 뵌 날 그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 거예요. 정말 심장이 떨리고, 표정관리를 못했어요. 화면에 나오는 거 연기가 아니에요. (웃음)
고현정: 눈을 보고 대사를 하는데, 정말 한계선을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그리고 지우가 예쁘니까 샘이 확 나면서 ‘야 이거 장난 아닌데’ 했죠. 특별히 우리가 안 좋을 건 없는데 또 특별히 너무 좋지도 않은 딱 촬영할 당시만큼의 관계로 나왔어요.
최지우: 정말 언니가 제 이마를 칠 때는 화가 났어요. (웃음)
고현정: 사실 심의에 걸릴까봐 그 정도만 했어요. (웃음) 그렇게 할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여배우들이 단순하잖아요. 그래서 한 번 싸워보는 거야 하고 시작하니까 지우는 저랑 키도 비슷해서 더 짜릿짜릿했어요. (웃음)
고현정 씨뿐만 아니라 촬영하면서 서로에게 샘이 난 적은 없었나요?
김민희: 영화상에서 메이크업 하는 남자분이 옥빈 씨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민희는 남자한테 인기가 없는 스타일이야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인정은 하는데 샘이 났어요. 어? 나도 남자들한테 인기가 있는데 쳇, 이랬죠. (웃음)
김옥빈 씨는 그 말 듣고 기분이 어땠어요?
김옥빈: 칭찬인데 기분이 안 좋을 리가 없죠. (웃음)
감독님 인터뷰 영상을 보니까 이미숙 씨는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한다는데 사실인가요? (웃음)
이미숙: 이재용 감독하고 십 년째 지내다보니까 날 너무 잘 알아요. 처음 섭외 받았을 때도 긴말 없이 그냥 한다고 했고. 근데 오늘 공개된 영상을 보니까 정신 좀 차려야 될 거 같네요. 촬영할 때 시나리오에 의해서 움직인 게 아니라, 상황만 주어지고 배우들이 몇 시간 얘기한 뒤에, 감독은 카메라 놓고 찍기만 했거든요. (웃음) 그래서 그 상황에서 무슨 얘기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지금 보니까 저런 신도 있었구나 하고. 저희가 해놓고 봐도 진실 되게 얘기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감독님은 캐스팅 이후에 한 일 없다는 얘기 아닌가요? (웃음)
이재용 감독: 어…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되죠. (웃음) 기존의 영화하고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기본적인 상황이나 각자의 갈등요소들은 미리 만들었는데, <여배우들>이 여배우들에 관한 얘기다 보니까 제가 가상으로 꾸미는 것 보다는 그들 입을 통해서 얘기가 전달되는 게 훨씬 더 진실 될 거라 생각했어요. 전 어떤 장을 마련하고 많은 요소들이 여배우들의 능력과 재능에 기댄 부분이 있어요.
“솔직히 촬영 내내 선배님들 기에 눌려 있었죠”
영화 속에서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경험은 전에 없던 일일 텐데, 어땠나요?
김민희: 어려웠던 게 처음에 다들 캐릭터가 강한데, 전 굳이 할 게 없는 거예요. (웃음)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할 지 몰랐죠. 그리고 여기선 저도 기가 눌린 것 같아요. 처음엔 재밌겠다 싶어서 별 걱정 없이 시작했다가 선배님들이 너무 장난이 아닌 거예요. 난 여기서 뭘 할 수 있지 고민하다가 그냥 숨어있었어요. (웃음) 그게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번 영화에서 뒷모습이 제일 많이 나오는 배우입니다.
각 연령층을 대표하는 후배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어땠나요?
윤여정: 재밌었어요. 미숙이가 영화 속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생각이 안 난다는데 계속 샴페인을 마시면서 촬영해서 그래요. (웃음)
이미숙: 진짜 술 먹으면서 취중토크 비슷하게 연기했어요. 감독도 우리가 어떻게 하던 그냥 내버려뒀고. 영화 속에서 한 말들이 배우들이 살아가면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해요. 스크린에 대고 얘기한 게 아니라 배우들끼리 한 솔직한 말들이니까.
함께 작업한 여배우들 중 첫인상과 아주 달랐던 사람도 있나요?
윤여정: 전 지우가 예쁘게 생겨서 깍쟁이인줄 알았는데, 아주 착하고 고와서 좋았어요. 옥빈이는 처음 봤는데, 이렇게 5,6차원일 줄 알았고. (웃음)
김옥빈: 전 민희 언니가 첫인상과 달랐어요. 말이 없고, 조용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농담도 잘 하고 잘 웃어서 놀랐어요.
김민희: 전 윤 선생님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윤여정: 어머, 얘 나 무서워.
김민희: 죄송한데, 하나도 안 무섭고 너무 좋으셨어요. (웃음) 생각하시는 것도 젊으셔서 되게 편하게 선생님하고 대화할 수 있었어요.
이미숙: 지우를 처음 봤는데 전 일어로 말할 줄 알았어요. 근데 일어도 잘 못하더라고. (웃음) 지우는 아마 이 영화로 흥하던지 망하던지 둘 중 하나일 거예요. 같은 연기자가 바라봐도 오해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다행히 지우가 이 작품으로 본인의 한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속 시원할 것 같아요.
최지우: 사실 처음엔 조심스러웠어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최지우란 이름으로 나가는 거니까 모든 게 걸렸어요. 그런데 감독님, 배우들과 대화를 정말 많이 하면서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나 자신을 좀 깬 거 같아요. 그래서 영화가 망해도 후회는 안 할 거 같아요. (웃음)
고현정: 다들 의외의 면이 있더라구요. 지우 양 같은 경우는 용기가 있었어요. 결정적인 판단력이 깔끔하고. 그래서 고마웠던 적도 많이 있어요. 미숙 언니는 내가 이 선배님을 왜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더 잘 알게 됐구요.
“우리도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여배우들>이라는 영화가 여배우인 나에게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인가요?
최지우: 이젠 여배우란 호칭을 듣고 싶어요. 그런 욕심이 생겼고, 이번 영화는 배우로서 한 발짝 내딛기 시작하는 중요한 의미인 것 같아요.
고현정: 여자배우들이 많이 모여서 최고의 효과적인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그리고 의외로 남녀배우들이 모일 자리는 있는데 여배우들끼리 모일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그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고, 얘기도 나누고 싶고, 도움도 주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많이 얻고, 배운 작품이에요. 여배우들이 모인 게 여러분께 종합선물세트 같은 볼거리가 되면 정말 좋겠네요.
김민희: 저도 지우 언니랑 비슷한 생각이에요. 여배우라고 불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이 영화를 통해서 선배님들과 함께 이 사이에 껴서 출연한 것 자체가 제게 제일 큰 의미예요.
이미숙: 사실 배우들은 캐릭터 이외의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데 감독을 믿었고, 배우들이 매체에 의해 당하듯 보여 지는 모습보다 어느 선까지는 우리도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메이킹 영상에서 감독님이 “<놈놈놈>은 있는데 왜 <년년년>은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여배우들>이 출발했다는데 각 배우들에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처럼 수식어를 붙여 본다면 어떨까요?
이재용 감독: 어….
윤여정: 말하기 힘들면 내가 할게, 난 늙은 년! (좌중 폭소)
김옥빈: 전 제일 어린 년. (웃음)
고현정: 그럼 난 중간 년이야? (웃음)
최지우: 전 제일 골치 아픈 여자.
김민희: 음… 전 뭘까요?
고현정: 마른 년? (웃음)
이미숙: 저는 참견쟁이 년? 제가 제작부형 배우라고 온갖 현장에 참견도 많이 하고, 질책도 많이 하고.
고현정: 아니야, 감독님이 웃긴 년이라잖아요. (웃음)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여자들만 나오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이재용 감독의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된 <여배우들>의 캐스팅은 전혀 소박하지 않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인 이들은 선생님에서부터 한류스타, 차세대 유망주까지 면면이 스타들이다. “보석보다 아름다운 여배우”라는 콘셉트의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게 화려하고 아슬아슬하다. 각자 본인을 연기하고, 각본을 다함께 썼을 만큼 여배우인 자신을 그 어느 때보다도 드러낸 이들의 모습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처음 만난 최지우와 고현정은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급기야 최지우는 촬영 현장을 뛰쳐나간다. 김민희는 남자들한테 안 먹히는 스타일이란 말에 발끈하고, 김옥빈은 자신에겐 맞지 않는 김민희의 옷 때문에 울상이다. 여기에 윤여정 ‘선생님’은 메이크업을 받지 않겠다고 떼쓰고, 이미숙은 개인 스타일리스트까지 대동하고 나타난다. 어느 현장에서든 홀로 주인공이고, 가장 빛나는 것에 익숙했던 6명이 모였으니 캣파이트는 불 보듯 뻔한 일. 화보를 진행한 에디터의 말에 의하면 “크리스마스의 악몽”인 이들의 만남은 과연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그러나 “캐스팅 과정을 영화로 찍었어야” 할 정도로 모으기 힘들었다는 6명의 여배우들과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간담회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화기애애함 속에 흐르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뜨거웠다.
<여배우들>은 출연한 배우들이 실제 본인을 연기하는 등 보통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데, 어떤 내용의 영화인가요?
윤여정: 시놉시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패션 화보를 찍기 위해 우리들이 섭외됐다는 내용이에요. 육십대부터 이십대까지의 여배우들이 모여서 일어나는 상황인데, 여러분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네요. 나 빼고 다 미녀들이니까. 근데 이재용 감독이 아는 육십대 여배우가 나밖에 없어서 캐스팅한 거 같아. 영화는 뭐 현정이랑 감독이랑 술 먹다가 얘기가 나와서 하게 된 거고. 옥빈이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니?
김옥빈: 대선배님들을 너무 만나고 싶었고,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고현정: 저도 다들 함께하게 되서 영광이고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영화가 완성돼서 제작보고회까지 오게 된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죠.
“지우랑 싸운거요? 당연히 실제로 싸웠죠”
예고편을 보니까 고현정 씨는 최지우 씨랑 기 싸움이 장난이 아니던데, 혹시 실제 상황인가요?
고현정: 당연히 실제죠.
최지우: 우리 사이가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아요. (웃음)
고현정: 저는 시비 건 게 아닌데 지우가 좀 예민한 거 같던데.
이미숙: 그땐 현정이가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어요. <선덕여왕> 하기 전이니까. (웃음) 근데 지우는 한창 한류스타여서 그런 쪽으로 신경 쓰이는 게 나도 있었는데 현정이가 나섰죠. 다들 깜짝 놀랐어요.
고현정: 열 받게 하잖아요. (웃음) 제가 그렇게 없는 말을 한 건 아닌데 너무 오래돼서 잘 기억이…
그러면 싸우는 장면은 언제 촬영했나요?
최지우: 제일 첫 촬영이었어요. 고현정 씨랑 처음 뵌 날 그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 거예요. 정말 심장이 떨리고, 표정관리를 못했어요. 화면에 나오는 거 연기가 아니에요. (웃음)
고현정: 눈을 보고 대사를 하는데, 정말 한계선을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그리고 지우가 예쁘니까 샘이 확 나면서 ‘야 이거 장난 아닌데’ 했죠. 특별히 우리가 안 좋을 건 없는데 또 특별히 너무 좋지도 않은 딱 촬영할 당시만큼의 관계로 나왔어요.
최지우: 정말 언니가 제 이마를 칠 때는 화가 났어요. (웃음)
고현정: 사실 심의에 걸릴까봐 그 정도만 했어요. (웃음) 그렇게 할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여배우들이 단순하잖아요. 그래서 한 번 싸워보는 거야 하고 시작하니까 지우는 저랑 키도 비슷해서 더 짜릿짜릿했어요. (웃음)
고현정 씨뿐만 아니라 촬영하면서 서로에게 샘이 난 적은 없었나요?
김민희: 영화상에서 메이크업 하는 남자분이 옥빈 씨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민희는 남자한테 인기가 없는 스타일이야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인정은 하는데 샘이 났어요. 어? 나도 남자들한테 인기가 있는데 쳇, 이랬죠. (웃음)
김옥빈 씨는 그 말 듣고 기분이 어땠어요?
김옥빈: 칭찬인데 기분이 안 좋을 리가 없죠. (웃음)
감독님 인터뷰 영상을 보니까 이미숙 씨는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한다는데 사실인가요? (웃음)
이미숙: 이재용 감독하고 십 년째 지내다보니까 날 너무 잘 알아요. 처음 섭외 받았을 때도 긴말 없이 그냥 한다고 했고. 근데 오늘 공개된 영상을 보니까 정신 좀 차려야 될 거 같네요. 촬영할 때 시나리오에 의해서 움직인 게 아니라, 상황만 주어지고 배우들이 몇 시간 얘기한 뒤에, 감독은 카메라 놓고 찍기만 했거든요. (웃음) 그래서 그 상황에서 무슨 얘기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지금 보니까 저런 신도 있었구나 하고. 저희가 해놓고 봐도 진실 되게 얘기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감독님은 캐스팅 이후에 한 일 없다는 얘기 아닌가요? (웃음)
이재용 감독: 어…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되죠. (웃음) 기존의 영화하고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기본적인 상황이나 각자의 갈등요소들은 미리 만들었는데, <여배우들>이 여배우들에 관한 얘기다 보니까 제가 가상으로 꾸미는 것 보다는 그들 입을 통해서 얘기가 전달되는 게 훨씬 더 진실 될 거라 생각했어요. 전 어떤 장을 마련하고 많은 요소들이 여배우들의 능력과 재능에 기댄 부분이 있어요.
“솔직히 촬영 내내 선배님들 기에 눌려 있었죠”
영화 속에서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경험은 전에 없던 일일 텐데, 어땠나요?
김민희: 어려웠던 게 처음에 다들 캐릭터가 강한데, 전 굳이 할 게 없는 거예요. (웃음)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할 지 몰랐죠. 그리고 여기선 저도 기가 눌린 것 같아요. 처음엔 재밌겠다 싶어서 별 걱정 없이 시작했다가 선배님들이 너무 장난이 아닌 거예요. 난 여기서 뭘 할 수 있지 고민하다가 그냥 숨어있었어요. (웃음) 그게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번 영화에서 뒷모습이 제일 많이 나오는 배우입니다.
각 연령층을 대표하는 후배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어땠나요?
윤여정: 재밌었어요. 미숙이가 영화 속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생각이 안 난다는데 계속 샴페인을 마시면서 촬영해서 그래요. (웃음)
이미숙: 진짜 술 먹으면서 취중토크 비슷하게 연기했어요. 감독도 우리가 어떻게 하던 그냥 내버려뒀고. 영화 속에서 한 말들이 배우들이 살아가면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해요. 스크린에 대고 얘기한 게 아니라 배우들끼리 한 솔직한 말들이니까.
함께 작업한 여배우들 중 첫인상과 아주 달랐던 사람도 있나요?
윤여정: 전 지우가 예쁘게 생겨서 깍쟁이인줄 알았는데, 아주 착하고 고와서 좋았어요. 옥빈이는 처음 봤는데, 이렇게 5,6차원일 줄 알았고. (웃음)
김옥빈: 전 민희 언니가 첫인상과 달랐어요. 말이 없고, 조용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농담도 잘 하고 잘 웃어서 놀랐어요.
김민희: 전 윤 선생님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윤여정: 어머, 얘 나 무서워.
김민희: 죄송한데, 하나도 안 무섭고 너무 좋으셨어요. (웃음) 생각하시는 것도 젊으셔서 되게 편하게 선생님하고 대화할 수 있었어요.
이미숙: 지우를 처음 봤는데 전 일어로 말할 줄 알았어요. 근데 일어도 잘 못하더라고. (웃음) 지우는 아마 이 영화로 흥하던지 망하던지 둘 중 하나일 거예요. 같은 연기자가 바라봐도 오해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다행히 지우가 이 작품으로 본인의 한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속 시원할 것 같아요.
최지우: 사실 처음엔 조심스러웠어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최지우란 이름으로 나가는 거니까 모든 게 걸렸어요. 그런데 감독님, 배우들과 대화를 정말 많이 하면서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나 자신을 좀 깬 거 같아요. 그래서 영화가 망해도 후회는 안 할 거 같아요. (웃음)
고현정: 다들 의외의 면이 있더라구요. 지우 양 같은 경우는 용기가 있었어요. 결정적인 판단력이 깔끔하고. 그래서 고마웠던 적도 많이 있어요. 미숙 언니는 내가 이 선배님을 왜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더 잘 알게 됐구요.
“우리도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여배우들>이라는 영화가 여배우인 나에게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인가요?
최지우: 이젠 여배우란 호칭을 듣고 싶어요. 그런 욕심이 생겼고, 이번 영화는 배우로서 한 발짝 내딛기 시작하는 중요한 의미인 것 같아요.
고현정: 여자배우들이 많이 모여서 최고의 효과적인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그리고 의외로 남녀배우들이 모일 자리는 있는데 여배우들끼리 모일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그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고, 얘기도 나누고 싶고, 도움도 주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많이 얻고, 배운 작품이에요. 여배우들이 모인 게 여러분께 종합선물세트 같은 볼거리가 되면 정말 좋겠네요.
김민희: 저도 지우 언니랑 비슷한 생각이에요. 여배우라고 불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이 영화를 통해서 선배님들과 함께 이 사이에 껴서 출연한 것 자체가 제게 제일 큰 의미예요.
이미숙: 사실 배우들은 캐릭터 이외의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데 감독을 믿었고, 배우들이 매체에 의해 당하듯 보여 지는 모습보다 어느 선까지는 우리도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메이킹 영상에서 감독님이 “<놈놈놈>은 있는데 왜 <년년년>은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여배우들>이 출발했다는데 각 배우들에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처럼 수식어를 붙여 본다면 어떨까요?
이재용 감독: 어….
윤여정: 말하기 힘들면 내가 할게, 난 늙은 년! (좌중 폭소)
김옥빈: 전 제일 어린 년. (웃음)
고현정: 그럼 난 중간 년이야? (웃음)
최지우: 전 제일 골치 아픈 여자.
김민희: 음… 전 뭘까요?
고현정: 마른 년? (웃음)
이미숙: 저는 참견쟁이 년? 제가 제작부형 배우라고 온갖 현장에 참견도 많이 하고, 질책도 많이 하고.
고현정: 아니야, 감독님이 웃긴 년이라잖아요. (웃음)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