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욘사마의 강림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도쿄돔에 다시 한 번 기적이 일어날 것인가. 이병헌, 장동건, 송승헌, 원빈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한류 이벤트 <기적이 모였다 : 한류 포 카드 – FOUR OF A KIND>가 오는 12월 17일 개최된다는 소식이 보도된 뒤, 과연 얼마나 관객 동원에 성공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하루 2회(낮 12시 30분, 저녁 6시 30분) 진행될 이번 이벤트는 유명 작사가 겸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가 총연출을 맡고, 한국의 허진호 감독이 영상 연출을 담당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아키모토 야스시는 현재 인기 정상의 여성 아이돌 그룹 AKB48의 프로듀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일본에서는 기무라 타쿠야의 부인인 쿠도 시즈카를 배출한 80년대 여성 아이돌 그룹 오냥코 클럽의 프로듀서로서 더욱 유명하다. 그는 2005년 도쿄돔에서 열렸던 이병헌의 팬미팅 행사를 연출한 이후, 일본에서의 이병헌 관련 행사의 제작을 도맡아 한류 팬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은 편이다.

아키모토-허진호 콤비는 이번 이벤트에서 ‘낭독극’을 선보일 계획인데, 이와 관련해 아키모토 프로듀서는 “무대 위에서 허 감독의 영상에 맞춰 4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낭독극, 말하자면 ‘리딩 무비(reading movie)’를 기획했다. 한국의 톱스타 4명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단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그들의 공연을 나 역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한류 이벤트는 입장료가 비싼 데 비해 볼거리가 없다’는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테이크에 장어, 초밥, 샤브샤브까지 한 상에 오른 느낌”

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출연자의 면면이 워낙 거물급 한류 스타들인지라, 그들이 한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믿을 수 없었던 현지 팬들 사이에서 한때 행사 자체의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을 정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15,800엔이라는 고가의 티켓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팬사이트에는 입장료에 대한 불만은 물론 4명이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에까지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스테이크에 장어, 초밥, 샤브샤브까지 한 상에 오른 느낌이다. 솔직히 부담스럽다”는 의견부터, “그냥 한 사람씩 이벤트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보인다. 그러나 주최 측인 TBS의 열렬한 홍보 공세 속에 2일부터는 전국 편의점에서 이벤트 티켓 예약이 시작되었고, 28일부터는 일반 판매도 개시된다.

이러한 가운데, ‘한류 포 카드’ 중 원빈과 장동건은 영화로 한 발 먼저 일본 팬들을 찾는다. 원빈은 지난 10월 27일 영화 <마더>의 일본 개봉에 맞추어 프리미어 상영회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열렬한 한류 팬으로 알려진 하토야마 총리 부인 미유키 여사도 참석한 이 상영회의 티켓은 판매 개시 2분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원빈은 지난 10월 도쿄 국제영화제 기간 연예 주간지 <피아>의 표지 모델로 나서는 등, 일본 언론도 군 복무 후 5년 만에 일본을 찾은 그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했다. 한편 11월 21~30일까지는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유라쿠초 스바루좌에서 <한국 영화 쇼케이스 2009>가 열린다. 장동건 주연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외에도 <집행자> <김씨 표류기> 등 10편의 한국 영화가 상영되며,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장진 감독이 일본을 방문해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12월, ‘한류 포 카드’가 한풀 꺾인 한류 붐을 다시금 북돋을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을까?

글. 도쿄=임다함 (도쿄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