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다 크리스마스다 들뜨기 쉬운 연말을 앞두고도 전혀 신나지 않다면, 여기 당신을 설레게 할 소식이 있다. 강동원, 임수정, 차승원, 송윤아, 손예진, 한석규, 고수 등 오랫동안 스크린에서 보기 힘들었던 반가운 얼굴들이 기대작들을 들고 속속 복귀할 예정이다. <셜록 홈즈>, <뉴문>, <2012> 등 블록버스터와 스타들을 앞세운 할리우드 대작들과 함께 연말 티켓 전쟁을 벌일 풍성한 한국 영화 상차림을 준비했다. 입맛 따라 골라 드시며 홀로 쓸쓸한 연말이라 좌절하지 마시길.

칼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 때, 뜨거운 멜로 한 편
첫 번째 주자는 11월 19일 개봉하는 <백야행>이다. 영화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끝까지 태양 아래에서 함께 할 수 없었던 연인들의 비극을 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제작 단계부터 손예진, 고수, 한석규 등 원작의 유키호와 료지 커플, 사사가키 형사에 어울리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미 원작을 수준 높은 영상으로 옮겨낸 동명의 일본 드라마가 있는 상황에서 <백야행>은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에 반해 현빈, 이보영 주연의 <나는 행복합니다> (11월 26일 개봉)는 멜로보다는 외로운 이들의 소통에 더 가깝다. 과대망상증 환자와 가난한 간호사가 서로를 보듬는 수호천사가 되는 과정을 윤종찬 감독은 어떻게 그려낼까? 전작 <소름>으로 심리 묘사와 공포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던 그가 그려낼 두 남녀의 교감이 궁금하다.

추운 겨울 서늘한 스릴러로 이한치한
형사는 아내가 남긴 살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홀로 싸우고, 그 뒤를 살인범을 잡으려는 조직 폭력배 두목이 쫓는다. 이 와중에 그저 아내를 지키려고 했던 형사가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는 <시크릿>(12월 3일 개봉)은 하반기에 개봉하는 유일한 스릴러 영화다. 설경구와의 결혼 이후 첫 복귀작으로 살인 용의자가 되는 아내를 택한 송윤아와 아내를 지키려는 형사 차승원을 주무기로 내세운 <시크릿>은 <세븐 데이즈>의 시나리오를 쓴 윤재구 감독의 데뷔작이다. 로 스릴러에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감동 코드를 녹여내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감독은 이번에도 스릴러로 눈물샘을 자극할까? 아니면 “전작이 단선적인 스릴러였다면 이번엔 복합적인 스릴러”라는 감독의 말처럼 척박한 한국의 장르영화 시장에 괜찮은 스릴러 영화를 내놓을 수 있을까?

난 남자 따윈 믿지 않아, 기 센 언니들의 이야기
아직 개봉일이 확정되지 않은 영화로는 <여배우들>과 <걸프렌즈>가 있다. 특히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이 모두 실제 자신을 연기하는 <여배우들>은 강렬한 6인의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개봉하기도 전에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패션지 <보그>의 화보 촬영으로 한 자리에 모인 여배우들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과 폭탄발언의 수위는 어디까지 조절될지 12월 중에 확인할 수 있다. <걸프렌즈> 역시 강혜정, 한채영, 허이재가 한 남자를 두고 벌이는 캣파이트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할 대작이 여기 있다
뭐니뭐니해도 2009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은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 (12월 23일 개봉)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소포모어 징크스 없이 흥행에 성공해온 감독의 세번째 작품은 강동원, 임수정, 김윤석, 유해진, 염정아, 백윤식 등 주조연의 면면이 화려하다. 무공은 뛰어나나 천방지축이던 전우치는 500년 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신선들에 의해 그림족자에 갇힌다. 그러나 요괴들에 의해 어지러운 지금, 신선들은 다시 전우치를 풀어 세상을 널리 평화롭게 하려 한다. 안티 슈퍼 히어로 전우치가 현대로 풀려나 겪게 될 소동극이 감독의 빠른 영상과 쉽고 강한 서사와 만나 벌써부터 성공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 5분짜리 프로모션 영상만으로 독일, 중국, 네덜란드 등 9개국에 선판매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전우치>는 <해운대>, <국가대표> 등 올해 좋은 성적을 낸 한국영화들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대사가 거의 없고 어두웠던 최근작들과 다르게 마음껏 까불고 내지를 수 있는 전우치를 그려낼 강동원의 색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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