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공주는 덕만 공주에게 패했다. 그리고 또다시 공주가 왔다. 4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제작 발표회를 가진 KBS <천하무적 이평강>은 전작 <공주가 돌아왔다>에 이은 또 하나의 공주 이야기다. 그것도 무늬만 공주였을 뿐 실제로는 40대 주부의 이야기였던 <공주가 돌아왔다>와 달리, <천하무적 이평강>은 진짜 공주인 평강 공주의 이야기다. 1400년 전 평강과 온달로 함께 살았던 두 남녀가 현대에 이평강(남상미)과 우온달(지현우)로 환생해 재회하는 것이 <천하무적 이평강>의 기본 줄거리. 이미 KBS <쾌도 홍길동>으로 퓨전 사극을 시도했던 이정섭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온달과 평강의 이야기는 사료에 적힌 두 장의 이야기뿐이다. 이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 현대극과 사극을 접목시켜 <은행나무 침대>같은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트렌디 드라마

이정섭 감독의 말대로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천하무적 이평강>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바쁘게 오갔다. 과거에 티격태격하며 지낸 온달과 평강은 현대에 앙숙 관계로 재회하고, 평강을 괴롭히던 새 엄마 제왕후(최명길)는 이번에는 우온달의 아버지 우평원(길용우)의 재혼한 아내로 환생했다. 하지만 <천하무적 이평강>이 <은행나무 침대>처럼 될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천하무적 이평강>의 공개된 내용 대부분은 남상미와 지현우를 주축으로 한 코미디였고, 우평원의 리조트에서 골프 코스를 설계한 아버지가 있는 이평강과 골프선수 우온달이 힘을 합쳐 리조트를 살리는 내용은 일반적인 트렌디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또한 이평강을 순수하게 돕는 에드워드(서도영)의 존재 등도 등장한다. <천하무적 이평강>은 오는 9일 밤 9시 55분에 첫 회를 방영한다.

억척스러운 평강공주 이평강, 남상미
밝은 성격에 생활력 강한 여자. 남상미는 이미 SBS <불량가족>과 SBS <식객> 등을 통해 이런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천하무적 이평강> 역시 이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평강공주의 환생이라는 설정이 있지만, 이평강은 열심히 가족을 부양하는 밝은 성격의 캐릭터. 우온달과 계속 티격태격하는 코미디 연기는 <불량가족> 때보다 더욱 많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극중에서 지현우와 티격태격하는데, 지현우가 몸을 사리지 않고 맞아줘서 좋다. (웃음) 현장분위기가 너무 좋아 작품에 대한 기대도 많다.”

재벌 2세가 된 온달 우온달, 지현우
1400년 후에 환생한 온달과 평강공주의 입장은 정반대로 바뀌어 있다. 이평강이 가족들 부양하느라 온갖 고생을 하는 사이, 우온달은 대형 리조트 오너의 아들이 돼 인기 연예인과 연애 중이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주로 부드러운 연하남을 연기한 지현우에게는 조금은 다른 배역이 될 듯. 우연한 사고가 겹치면서 이평강과 엮이게 된다. “처음 봤을 때 지현우가 좀 깨는 역을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내 사랑 금지옥엽>을 할 때 프로듀서를 하던 감독님과 만났는데, 그 때부터 작품을 함께하고 싶었다.”

온달을 일편단심 사랑하는 톱스타 관자락, 차예련
어쩌면 현실에서 진짜 평강공주는 이평강이 아니라 관자락일지도 모른다. 한국 최고의 톱스타 중 한 명인 관자락은 어린 시절 우온달에게 반한 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엇나가는 우온달을 일편단심으로 좋아한다. 기존 드라마에서 이런 역할을 맡는 여성 캐릭터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인 셈.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MT가는 기분으로 촬영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스토리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멋진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이평강의 키다리 아저씨 에드워드, 서도영
“누구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캐릭터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서도영은 자신의 캐릭터 에드워드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에드워드는 여주인공을 위해 맞춤 제작된 것 같은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 평소 존경하던 골프 코스 설계자가 이평강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돼 이평강에게 호감을 느끼고, 점점 이평강에 마음을 주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관자락과 마찬가지로 바라보는 사람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시청자들은 이런 키다리 아저씨에 더 열광할지도 모르겠다.

관전 포인트
제작발표회 진행을 맡은 KBS의 아나운서는 출연자들에게 계속 첫 회 예상 시청률을 물어봤다. 그만큼 <천하무적 이평강>은 <선덕여왕>과 같은 시간대에서 얼마나 선전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코미디가 강한 퓨전사극이 어느 정도 시청자를 끌어 모을 수 있을까. 남상미의 바람대로 첫 회 시청률로 10% 중반이라도 거둘 수 있다면, 이 드라마는 정말 ‘천하무적’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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