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 잘 생겼다. 애국자다. 전 국민의 엄청난 지지를 받는다. 단 한 사람의 국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다. 미국과 일본과의 외교에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물론, 현실에는 그런 사람 없다. 하지만 장동건이라면? 어느새 이런 ‘대통령’을 연기하는 게 당연해진 톱스타. 그리고 그 순간 그가 선택한 터닝 포인트.

박순애 : 탤런트. 장동건이 처음으로 출연한 세제 CF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삼수생이던 장동건은 학원비라도 벌어야겠다고 생각해 이 CF에 출연, 티셔츠 입은 몸통만 나오는 역할을 했다. 그 때 장동건은 3일간 촬영에 25만원을 받았고, 그 다음에는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웃옷을 벗은 등만 나오는 카세트 CF를 찍었다. 그리고 세 번째 광고를 찍을 때 쯤 방송사 탤런트만 되면 출연료가 200만원으로 오른다는 얘기에 탤런트 시험을 보게 된다. 장동건은 그 당시에 대해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뭔가 미래의 비전이라도 제시해야 할 텐데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윤석 : 드라마 감독. 장동건의 드라마 데뷔작 MBC <우리들의 천국>을 연출했다. <우리들의 천국>은 당시 이미 청춘 스타였던 김민종이 물망에 올랐으나 불발 되면서 신인이던 장동건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당시 장동건은 CF 엑스트라 몇 편 출연이 경력의 전부에 이렇다할 매니저도 없었으니 파격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장동건이니 왠지 수긍이 가기도 하는 일. 당시 장동건은 첫 촬영에서 제대로 연기를 하지 못해 주연을 교체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배가 고파 만두를 훔쳐먹는 신을 찍기 위해 정말 이틀 동안 굶고 촬영을 하고, 연기에 필요한 모든 동작을 외우는 노력으로 드라마 출연을 계속할 수 있었다.

손지창 : 탤런트. 장동건과 MBC <마지막 승부>에 함께 출연했다. 당시 농구 붐과 함께 제작됐던 이 드라마는 농구 시합을 촬영하기 위해 잠실 학생 체육관에서 촬영을 하자 1만 6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한꺼번에 몰려 5명의 부상자가 날 만큼 엄청난 인기를 기록했다. 이 작품을 통해 장동건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그에 대한 시선은 잘 생긴 배우라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연기력은 좀처럼 인정을 받지 못했다. MBC <일지매> 출연 당시에는 “조연들의 뛰어난 연기에 주연이 묻힌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장동건은 그 때부터 “외모로 평가받는 것이 꼭 극복해야하는 숙제 같고 짐”같았고, “왜 자꾸 외모만 물어볼까하는 반발심”이 생겼다고.

이선균 : 배우. 장동건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함께 다녔다. 재학 당시 장동건은 처음에는 학생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의식 돼 수업 도중 교실을 나오기도 했지만, 이후 이선균, 오만석 등과 어울리며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다. 장동건은 학교에서 신체를 이용한 연기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장동건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은 그가 단지 잘 생긴 배우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계기가 됐다. 잘 생긴 배우가 활동을 접고 2년 동안 연기 공부를 하면서 대중은 그를 기존의 미남 배우와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

박중훈 :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함께 출연한 배우. 자신의 외모 때문에 고민하던 장동건에게 “잘 생긴 걸 어쩌겠냐”라는 말로 위로를 해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장동건은 이 가르침을 10년 뒤 KBS <박중훈 쇼> 출연으로 갚았다. 장동건은 ‘학교 가는 마음’으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출연했고, “감독이 시키는 대로 충실히 쓰임”을 당하면서 제대로 된 영화 연기를 배웠다. 장동건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으로 생각한다. 또한 그가 배역의 분량에 상관없이 출연한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대중들에게도 장동건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과 함께 그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줬다. “한 때는 석고상 같다(잘 생겼다)는 말 들으면 내심 기분이 좋았다”던 그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출연 이후 “배우는 이미지를 먹고 사는 직업인데 한 가지 이미지로 고착되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며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욕심을 갖는다.

곽경택 : <친구>, <태풍> 등을 함께 찍은 영화감독. <친구>는 장동건을 흥행배우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중이 그에게 ‘잘생겼는데 연기도 잘하는’ 배우의 신뢰감을 갖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가 참고했다는 톰 크루즈처럼 ‘잘 생긴 남자 배우’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셈. 그의 가장 큰 흥행작인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남녀노소 모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성격의 작품이었고, 조폭의 인생을 비극적으로 보여준 <친구>와 말 그대로 ‘눈을 까뒤집은’ 모습을 보인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보여준 연기는 일반 대중들에게 “연기 잘 한다”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장 대표적인 미남의 얼굴을 가진 배우가 최고의 흥행작에서 누구에게나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한다. 그만큼 장동건은 한국인의 대다수에게 미남 배우이자 연기 잘하는 배우 양쪽에서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장동건보다 잘 생기고, 장동건보다 연기 잘 하는 배우는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방향에서 장동건 만큼 알려지고, 장동건 만큼 인정받는 경우는 없다.

법정 : 승려. 장동건이 좋아하는 책 <무소유>의 저자이자 장기기증단체인 생명나눔실천회의 이사장이기도 했다. 장동건은 과거 이곳에 사후 각막기증을 했다. 당시 장동건은 생명나눔실천회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남들에게만 장기기증을 권유하는 것은 가식”이라는 생각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또한 장동건은 “정부가 스크린 쿼터 축소를 대가로 쌀 시장 개방을 10년 동안 유예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그는 좀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으면서도 친구인 공형진의 부탁에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을 흔쾌히 수락했고, 한국시리즈 시구에서 멋지게 공을 던졌으며, ‘활자중독’이라는 소문에 하다못해 글씨체까지 멋지다. 미남이자 연기도 잘하고, 사회 활동은 물론 ‘연예인 X-FILE’에도 좋은 말만 나올 만큼 사생활 관리도 철저하다. 지금 장동건의 위치는 단지 연예인이 아니라 전국민이 신뢰하고 싶은 ‘완벽한 남자’에 대한 기대에 가깝다.

강호동 : 장동건을 박중훈에게 뺏긴 MC. 강호동을 비롯한 모든 예능인들은 장동건이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길 원한다. 하지만 장동건은 “신비주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개인적 신비감은 유지하고 작품 속 캐릭터를 통해서 관객과 만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자세는 톱스타로서의 카리스마를 유지하는 데는 옳은 선택이었지만, 그만큼 거리감도 생긴다. <친구>이후 그의 출연작들이 <태극기 휘날리며>, <태풍>, <무극>, <전사의 길>등 점점 거대해지고, 그의 캐릭터 역시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현재 배용준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무거운 행보를 가진 이름이다. 물론 그는 ‘되고 송’처럼 ‘인간 장동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CF에 출연하지만, 그는 언젠가부터 스크린과 CF 안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

장진 : 장동건이 출연한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연출한 감독.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지금 장동건에게 가장 어울리면서도 가장 의외인 선택이다. 엄청난 대중적인 인지도에 외모부터 사생활까지 흠 하나 찾기 힘든 그의 모습은 대통령과 완벽하게 어울린다. 하지만 그런 대통령을 코미디의 대상으로 삼는 장진 감독은 예상치 못한 선택이다. 장동건의 기존 이미지와는 생경한 조합이다. 이는 마치 그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출연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이순재, 고두심 등 대선배들과 분량을 1/3씩 나눈 가운데, 장동건은 그의 기존 이미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캐릭터를 예상외의 방식으로 소화한다. 배우라면 누구나 술에 취할 수도 있고, 방귀를 뀌는 연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 장동건이 그것을 하는 순간, 그 모습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구경거리가 된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초반 흥행은 장동건에게서 ‘완벽한 남자’와 ‘인간적인 스타’의 모습을 동시에 보고 싶은 대중의 기대감이 큰 작용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장동건은 다시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플레이보이즈 : 장동건이 소속된 야구팀. 장동건은 <굿모닝 프레지던트> 개봉 후 가진 인터뷰에서 늘 플레이보이즈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장동건은 플레이보이즈에서 만큼은 승부에 대한 욕심 때문에 욕을 한다고 할 만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지금 장동건의 또 다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17년 전 엑스트라 모델이었던 잘 생긴 청년은 그 사이 최고의 미남 배우가 되고,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톱스타가 됐으며, 이젠 국민들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이름’이 됐다. 그리고 그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대통령의 일상’을 보여주며 좀 더 편안하게 대중에게 다가왔다. 이제 장동건은 그 이름의 무게감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 있고 넓은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긴, ‘인간적인 장동건’이라면 그거야 말로 다 가진 인간의 탄생이겠지만.

Who is next
장동건과 영화 에 출연한 이순재와 MBC 에서 함께 한 장근석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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