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심야식당>이 10월 14일부터 TBS에서 조용히 ‘심야 영업’을 시작했다. 매일 자정에 문을 여는 심야식당의 콘셉트 그대로, 드라마 <심야식당> 역시 매주 수요일 밤 12시 34분에 방영되고 있다. 신주쿠 뒷골목, 작은 스낵바가 빼곡히 들어찬 ‘골든가’ 한구석에 자리 잡은 심야식당은 각자의 사연을 지닌 손님들이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찾아드는 곳이다. 메뉴판에는 오로지 돈지루(돼지고기와 야채를 넣고 끓인 미소시루의 일종) 정식밖에 없지만, 재료만 있다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마스터(고바야시 카오루)가 있다. 문어 모양으로 볶은 빨간 비엔나 소시지(제 1화 <빨간 비엔나>), 갓 지은 밥 위에 가츠오부시를 얹고 간장을 뿌린 ‘고양이 맘마’(제 2화 <고양이 맘마>), 밥 위에 명란젓, 연어, 우메보시를 얹고 찻물을 부은 오차즈케(제 3화 <오차즈케>) 등, 그야말로 일본인에게는 정겹고도 그리운 요리가 주문한 손님의 사연과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운다. 자정을 넘겨 슬슬 출출해지는 시간, 마스터가 분주히 요리를 만드는 손놀림을 눈으로 좇다 보면 어느덧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려오기 마련이다.

안녕히 자기엔 참기 힘든 야식의 향연!

드라마 <심야식당>은 세 명의 감독이 번갈아 공동 연출을 맡았다. 첫 출발을 끊은 사람은 오다기리 죠 주연의 영화 <도쿄타워>로 2007년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던 마츠오카 죠지다. 그는 “극중 마스터처럼 진심이 담긴 요리를 만들어내는 기분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제작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배두나 주연의 영화 <린다 린다 린다>를 연출했던 야마시타 노부히로, 2분기 드라마 <퀴즈쇼>의 오이카와 타쿠로 감독이 뒤를 잇는다. 덕분에 드라마 <심야식당>은 만화와는 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 공들인 흔적이 곳곳에 엿보인다. 신주쿠 ‘골든가’와 만화 속의 낡고 허름한 심야식당을 완벽하게 재현한 세트는 원작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매 회 등장하는 요리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요리를 담당하기도 했던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가 감수했고, 딱히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았던 만화와 달리, 드라마는 매회 마지막 장면에서 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요리법을 소개해준다. 계란말이를 터뜨리지 않고 잘 마는 법, ‘고양이 맘마’ 맛의 비결은 가츠오부시의 신선도에 있다는 것, 오차즈케가 얼마나 간단한 요리인지, 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주인공이 분주히 요리를 만드는 마스터 옆에서 열심히 설명해준다.

야식의 유혹보다 더 강력한 ‘의문의 남자’

그러나 그보다 제 1화를 보던 시청자들은, 문득 드라마 후반부 카운터 한구석에 구겨져 있던 한 취객의 모습에 깜짝 놀랐을 지도 모른다. 술에 취해 흥얼흥얼 엉뚱한 시조를 한 구절 읊은 뒤 “인생 얕보지 마라”고 툭 내뱉는 그는 다름 아닌 오다기리 죠. 매 회 잠깐씩 얼굴을 비추는 것을 보아 심야식당의 단골임에도 이름도, 직업도, 대체 왜 등장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의문의 남자’는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다. 때문에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오다기리 죠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오다기리 죠의 출연이 보도된 것은 드라마가 전파를 타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영화 <도쿄타워>의 마츠오카 감독, 출연 배우였던 고바야시 카오루-오다기리 죠라는 이른바 ‘도쿄타워 트리오’의 재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매 회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인사로 끝맺는 <심야식당>이지만, 당분간 <심야식당>의 팬들은 ‘야식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 같다.

글. 도쿄=임다함 (도쿄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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