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MBC 목 밤 12시 10분
어제 하루 종일 달린 10 comments의 댓글에 <100분 토론>에 출연한 전병헌 민주당 의원의 한 마디를 더해도 될 것 같다. “사슴 뿔도 확인했고, 사슴 다리도 확인했고, 사슴 꼬리도 확인했는데, 결론은 말이다.” 28일의 재보선, 19일의 미디어법 판결을 두고 한나라당의 전략기획본부장 전여옥 의원과 민주당의 전략기획위원장 전병헌 의원이 1대1로 맞장 토론을 펼친 <100분 토론>은, 표면적으로는 논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미디어법 판결처럼 서로 ‘다른’ 입장의 이야기만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재보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기보다 ‘자축’할 줄 아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여당 의원과, 토론에서의 예의를 갖추느라 “판결 해석이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를 길게 늘여 말하는 야당 의원 사이에서 ‘퇴진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언급해야 했던 진행자 손석희는 유달리 외로워 보였다. 서로의 말을 듣지 않기라도 약속이라도 한 듯 귀를 틀어막은 국회의원들의 평행선 긋기를 지켜보는 것 보다, 어쩌면 토론 시간 내내 실체를 알 수 없는 “우리 이야기를 하자”는 전여옥 의원의 주장에서 ‘우리’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더욱 재미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법학자들과의 통화에서 하나 분명히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처럼 모호한 판결의 허상이 아니라, 판결의 결과 속에서 읽을 수 있는 행간이다. 법적으로 많은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하고도 미디어법 가결 선포는 기각한 헌법재판소의 대반전 판결은, 쉽게 말해서 ‘한 번 더’ 입법부에게 미디어법에 대한 결정 권한을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손석희는 하차에 앞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쓴 글에 행간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 날의 판결에는 분명한 행간이 있었다. 이제 말장난과 물타기는 그만하고, 제대로 된 토론을 할 때다. 물론 앞 문장에 주어는 없다.
글 윤이나

<해피투게더3> KBS2 목 밤 11시
목요일 밤의 해피 바이러스 <해피투게더3>는 너무 착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 소소한 웃음과 늘어진 재미의 기준은 순전히 게스트에 달려 있다. 농구경기로 비유하자면 에이스인 유재석이 득점도 하고 어시스트를 마구 찔러 넣는데 게스트들이 그걸 받아서 골로 연결시키면 소소한 웃음이 터지고 그렇지 못하면 가비지 게임이 되는 것이다. 어제 게스트인 장혁과 이상우는 어뚱함, 김나영은 들이대기, 조동혁은 점잖았으나 누구도 혼자서 웃음을 만들지 못했다. 장혁과 김나영은 기존의 이미지를 소극적으로 소비했고, 조동혁은 임팩트가 없었다. 그나마 이상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어필했는데, 잘생긴 엉뚱남 캐릭터는 레드오션이다. 이들을 띄워주기 위해 MC들은 무던하게 노력했다. 방송이 얼마나 처절했냐면 박명수가 상황극을 만들기 위해 가발 탈모를 감행하며 장혁의 절권도에 맞설 정도였다. 사실 이렇게 기복이 심한 <해피투게더>의 구조적인 문제는 늘 한결같은 웃음 배팅 포인트다. 게스트가 누구고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든 매번 원래 아는 것처럼 되묻는 화법, 유재석의 속사포 멘트, 퀴즈를 푸는 동안 선남선녀 게스트들이 상처를 입는 다는 데서 웃음을 찾는다. <라디오스타>에서 ‘음악이란?’을 물을 때, 게스트에 따라 새로운 재미가 보장된다. 그러나 기혼 남성에게 ‘결혼생활 행복합니까?’를 물어보고 미혼 남자 게스트들에게 ‘신봉선과 사귈 생각이 있느냐?’를 매번 물어보는데 이제 그 대답들이 식상하다. 그래서 유재석 박명수 콤비이긴 하지만 구성상 한 번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구태의연함이 너무나 와 닿는 한 회였다.
글 김교석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