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 월-금 MBC 월 저녁 7시 45분
요즘 사회에서는 삼대에 이르는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한 자리에서 밥을 먹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드라마에서는 식탁 한쪽 면을 비워두고 오순도순 식사를 하는 모습을 흔히 만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의 가족은 다르다. 반드시 함께 식사를 하기는커녕 집에 들어오기나 하면 다행인 지훈(최다니엘) 때문이 아니더라도, <지붕 뚫고 하이킥>의 가족들은 함께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런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 식탁 앞에 앉은 날, 어김없이 벌어지는 것은 살가운 대화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말다툼이다. 현경(오현경)은 자옥(김자옥)을 데려와 함께 저녁을 먹자고 통보하는 아버지 순재(이순재)가 이해되지 않고, 순재는 자신의 사랑도, 권위도 인정해주지 않는 자식들이 원망스럽다. 이 둘 모두에게 무시당하는 보석(정보석)은 “이게 어떻게 가족이냐”며 화를 내지만 그의 말에는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각각 상상하는 ‘이상적인 가족’은 자신의 말이 중심이 되는 가족이라는 사실이다. 상상 속에서 가족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지붕 뚫고 하이킥>은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기에 적합한 시간대에 방영되면서도, 억지스럽게 ‘홈드라마’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게 어떻게 가족이야?”를 외치면서 또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 세상에 가족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는 해리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마음에 남는다. ‘사랑받고 사랑해야 하는’ 존재로서의 가족에게 상처입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느 순간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지붕 뚫고 하이킥>은 큰 웃음은 없었지만, 가슴 찡하게 울리는 순간을 한 번 더 남겼다.
글 윤이나
<세계 테마 기행> 화 EBS 저녁 8시 50분
기름진 시선의 십자매, 신예희 카투니스트가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번 <세계 테마 기행>이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한참 어린 짐승돌과 연상의 품절남을 향해 끈적끈적한 눈길을 보내던 그녀는 남미의 작은 나라 벨리즈에서의 여행기를 담백한 시선과 목소리로 풀어놓는다. 사실 <세계 테마 기행>은 어디로 갔느냐 만큼이나 누가 갔는지가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과거의 기행 프로그램이 단순히 카메라로 이국의 풍경을 담는 일종의 창 개념이었다면 <세계 테마 기행>은 여행자의 눈과 머리를 거친 정보를 주는 필터의 개념에 가깝다. 그런 면에서 십자매는 과거 튀니지 편의 이동진 영화평론가처럼 여행지의 정보를 꼭꼭 씹어 차근차근 말해주는 교양형 필터는 아니다. 대신 마야 제국의 유적이 남아있는 정글을 걸으며 거대한 개미집과 고무나무를 보고선 애들처럼 신기해하고 신나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여행이 가진 설렘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말하자면 눈높이 여행인 셈이다. 특히 종교 의식에 제물로 바쳐진 여성의 유골이 남아있는 동굴 안에서 헬멧을 쓰고 힘겹게 걷다가 “주마등을 실제로 보고 있어요. 비행기를 22시간 타고 벨리즈에 와서 홀딱 젖고”라며 얼굴은 웃지만 울고 싶은 심정으로 얘기할 때, 카메라 안의 동굴은 단순한 기암괴석의 풍경이 아닌 힘겹게 몸을 지탱하며 걷거나 기는 경험의 방식으로 전달된다. 그러니 십자매에겐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앞으로도 종종 시청자를 위해 흔쾌히 고생길을 걸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너무 기름기 쫙 빠진 모습으로 돌아올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글 위근우
요즘 사회에서는 삼대에 이르는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한 자리에서 밥을 먹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드라마에서는 식탁 한쪽 면을 비워두고 오순도순 식사를 하는 모습을 흔히 만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의 가족은 다르다. 반드시 함께 식사를 하기는커녕 집에 들어오기나 하면 다행인 지훈(최다니엘) 때문이 아니더라도, <지붕 뚫고 하이킥>의 가족들은 함께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런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 식탁 앞에 앉은 날, 어김없이 벌어지는 것은 살가운 대화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말다툼이다. 현경(오현경)은 자옥(김자옥)을 데려와 함께 저녁을 먹자고 통보하는 아버지 순재(이순재)가 이해되지 않고, 순재는 자신의 사랑도, 권위도 인정해주지 않는 자식들이 원망스럽다. 이 둘 모두에게 무시당하는 보석(정보석)은 “이게 어떻게 가족이냐”며 화를 내지만 그의 말에는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각각 상상하는 ‘이상적인 가족’은 자신의 말이 중심이 되는 가족이라는 사실이다. 상상 속에서 가족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지붕 뚫고 하이킥>은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기에 적합한 시간대에 방영되면서도, 억지스럽게 ‘홈드라마’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게 어떻게 가족이야?”를 외치면서 또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 세상에 가족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는 해리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마음에 남는다. ‘사랑받고 사랑해야 하는’ 존재로서의 가족에게 상처입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느 순간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지붕 뚫고 하이킥>은 큰 웃음은 없었지만, 가슴 찡하게 울리는 순간을 한 번 더 남겼다.
글 윤이나
<세계 테마 기행> 화 EBS 저녁 8시 50분
기름진 시선의 십자매, 신예희 카투니스트가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번 <세계 테마 기행>이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한참 어린 짐승돌과 연상의 품절남을 향해 끈적끈적한 눈길을 보내던 그녀는 남미의 작은 나라 벨리즈에서의 여행기를 담백한 시선과 목소리로 풀어놓는다. 사실 <세계 테마 기행>은 어디로 갔느냐 만큼이나 누가 갔는지가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과거의 기행 프로그램이 단순히 카메라로 이국의 풍경을 담는 일종의 창 개념이었다면 <세계 테마 기행>은 여행자의 눈과 머리를 거친 정보를 주는 필터의 개념에 가깝다. 그런 면에서 십자매는 과거 튀니지 편의 이동진 영화평론가처럼 여행지의 정보를 꼭꼭 씹어 차근차근 말해주는 교양형 필터는 아니다. 대신 마야 제국의 유적이 남아있는 정글을 걸으며 거대한 개미집과 고무나무를 보고선 애들처럼 신기해하고 신나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여행이 가진 설렘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말하자면 눈높이 여행인 셈이다. 특히 종교 의식에 제물로 바쳐진 여성의 유골이 남아있는 동굴 안에서 헬멧을 쓰고 힘겹게 걷다가 “주마등을 실제로 보고 있어요. 비행기를 22시간 타고 벨리즈에 와서 홀딱 젖고”라며 얼굴은 웃지만 울고 싶은 심정으로 얘기할 때, 카메라 안의 동굴은 단순한 기암괴석의 풍경이 아닌 힘겹게 몸을 지탱하며 걷거나 기는 경험의 방식으로 전달된다. 그러니 십자매에겐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앞으로도 종종 시청자를 위해 흔쾌히 고생길을 걸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너무 기름기 쫙 빠진 모습으로 돌아올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글 위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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