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은 한 때 ‘신세한탄 듀오’라는 별명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좁은 골방에서 랩을 쓰고, 1억을 빌려 배수의 진을 치고 데뷔 앨범을 만든 그들의 음악은 그만큼 그들의 힘든 인생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신세한탄만 하기엔 너무나 커버린 리쌍이 됐다. 그들의 음반은 나올 때마다 음반 차트 1위를 하고, 길은 MBC <놀러와>와 <무한도전> 출연 등으로 예능계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30대가 되면서 찾아온 이 변화의 시기에, 10년간 함께 해온 동갑내기 듀오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락 프로그램이나 그들의 몇몇 히트곡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이번 앨범 이름이 이다. 이런 이름을 지은 이유는
: 그게 정육각형이라는 뜻인데, 가장 안정적인 구조라고 한다. 이 앨범도 우리 앨범 중 가장 안정적인 앨범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지었다.

“윤도현밴드 타이틀곡도 그냥 뺏어왔다”

앨범 속지를 보면 그런 안정적인 육각형들이 점점 더 모여 큰 덩어리를 이루는 그림이 있다. 앨범도 그런 느낌이 들더라. 리쌍을 중심으로 장기하와 얼굴들, 루시드 폴 등이 합류했다.
: 2집부터 늘 해오던 게 이번 앨범에서 확 드러난 것 뿐이다. 우리가 ‘리쌍 블루스’를 했을 때도 “힙합하는 애들이 왜 사랑노래를 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음악을 힙합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 작업의 연장선상이다. 음악은 하나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뮤지션들과 음악을 같이 하자고 한 거다.

그 뮤지션들과는 원래 친했던 건가.
: 다 그런 건 아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루시드 폴은 전혀 모르는데 전화해서 “만나실래요?”해서 만났다. 캐스커는 심지어 내가 술 마시고 실수도 했었다. (웃음)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윤건 형이 말해줬다. 그래서 만나서 사과하고 같이 작업하자고 하고.

정말 그 친화력이 부럽다. (웃음) 장기하와 얼굴들과 같이 한 곡은 친한 친구들이 잼을 한 것 같은 분위기던데.
: 음악이 있어서 가능한 일 같다. 우리가 그렇듯 장기하와 얼굴들도 우리 음악을 알고 있어서 부담감이 없었다. 루시드 폴과 말로는 우리를 몰랐는데, 인터넷에서 우리 음악을 들어보더니 같이 하자고 했고. 윤도현 밴드는 원래 밴드 타이틀 곡인데 “형, 하드 좀 줘봐요”하고 내가 뺏어왔다. (웃음) 물론 그건 그 형들이 우릴 좋아하고 같이 하면 재밌겠다 싶으니까 가능한 거다.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루시드 폴도 그렇고, 복고적인 감수성이 있는 것 같다.
: 그렇다. 그래서 앨범 믹싱을 다 했다가 너무 요즘 사운드 같아서 한 번 엎었다. 회사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웃음) 우린 “너희들이 잊고 지낸 거”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으니까. 지금은 버려진 것들, LP나 옛날 사진기, 신문지… 그런 것들에 대한 기억을 불러오고 싶었다.

“가사를 시처럼 읽어주고 싶다”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비애 같은 게 있나? ‘부서진 동네’나 ‘일터’같은 곡들은 과거의 아픈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개리
: 그 과거가 나에게는 굉장히 소중하다. 즐거운 일들은 TV에도 나오고 댄스 음악에서도 많이 나온다. 용기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하지만, 이런 가사로 음악이 갖는 힘을 나누고 싶었다. 1,2집 때는 삶이 어두웠는데, 지금은 사는 게 어둡다기 보다는 어떻게 가야 할지 생각하는 시기인 것 같다.

가사를 쓰면서 자신이 쓰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드나?
개리
: 이번 앨범은 되게 막막했다. 지금까지 너무 많이 얘기를 했으니까. 그래서 반대로 편하게 생각했다. 예를 들어 ‘일터’에서 뭘 쓸까 생각하다 여기 골방에서 있었던 얘기를 솔직히 쓰자고 생각했다. 가사에 ‘정액 묻은 휴지가 음흉하게 나를 보며 웃네’라는 부분이 있는데, 옛날엔 이런 가사 쓸 생각도 안했다. 그런데 굳이 그걸 숨길 필요가 없었다 싶었다. 그게 내 모습이었으니까. 전에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을 봤는데, 굉장히 솔직하고 거침없고 간결해서 숨이 넘어갈 듯 전개되더라. 그런 부분에서 많이 공부가 됐다.

이번 앨범에서 개리의 가사 쓰기가 시인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살면서 생각한 내용을 담아뒀다가 한 번에 쏟아냈달까.
개리
: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나는 랩을 쓰고 나서 다시 듣기 좋게 구성한다거나 하는 랩 메이킹 작업을 안 한다. 해야 하는 게 맞긴 한데, 나는 그러면 가사를 너무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못하겠다. 그냥 가사를 시처럼 읽어주고 싶은 생각이 많다. 술자리에서든 혼자 집에 있을 때든 틈틈이 나는 생각들을 한 줄 두 줄 적어놓고 길이 음악을 만들면 내가 적어놨던 것 중에 어떤 얘기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한다.
: 엇박, 정박, 플로우… 다 중요하다. 하지만 내 생각에 리쌍은 그런 것 보다 전달이다.

이번 앨범 가사도 읽어 보면 단어보다 읽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호흡이나 박자가 달라지더라.
개리
: 그래서 나는 녹음할 때 같은 랩이라도 다시 하게 되면 달라진다. 처음에는 그런 것 때문에 서로 얘기를 많이 했다. 미리 플로우 같은 걸 준비해 놓는 랩 메이킹을 하는 게 낫냐는 얘기도 해봤는데, 이미 버릇이 돼서.
: 개리가 녹음하면 한 방에 한다. 그런데 한 방에 안 나오면 1년 간다. (웃음) 한 곡 가지고 1년 반 간 적도 있다.

인터뷰. 강명석 (two@10asia.co.kr)
정리.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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