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가 2008년 드라마에 이어 2009년 연말 뮤지컬로 탈바꿈되어 새로운 ‘오은수’들을 맞이한다. 공연을 한 달 여 앞둔 10월 19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는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공동제작을 맡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오디뮤지컬컴퍼니, 쇼플레이, 이다엔터테인먼트의 대표들과 황재헌 연출가, 박세준 작곡가, 최인숙 안무가, 배우 김우형, 이정미, 박혜나, 에녹, 송용식이 함께 했다. 뮤지컬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황재헌 연출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닌,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과 최선을 다할 때 행복해진다”는 기획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는 어떤 교통수단으로 출근을 할지에 대한 일상의 소소한 고민에서부터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제법 큰 고민까지 순간순간 벌어지는 선택의 지점들을 소개하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택의 순간을 위해 원작에 없는 새로운 ‘위치’라는 캐릭터를 창조해내,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그에 따른 책임을 이야기한다. 뮤지컬로 장르를 옮긴 <달콤한 나의 도시>는 새로 추가된 캐릭터 외에도 SBS <파리의 연인>과 <온에어> 등의 드라마 음악으로 유명한 박세준 작곡가가 참여하고, “무용공연 형태의 미니멀한 세트”를 제작하는 등 “전통적 방식을 탈피해 기존의 뮤지컬 문법과 다른 방식”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소설에서만 느꼈던 ‘심리적 허탈감’을 올 연말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는 11월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계속된다.

가슴 속은 점점 돌이 되어 가는 오은수
이정미-박혜나

나, 그리고 바로 내 옆의 동료가 바로 31살 오은수이다. 냉소적인 성격을 가졌지만 특별히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언제나 그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는 인어처럼 살고 싶어 했던 은수는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땅에 자신의 두 발을 내딛는다. 은수 역에는 40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박혜나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젊음의 행진> 등 창작뮤지컬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정미가 더블캐스팅 되었다. “가지고 있는 신체적 조건 때문인지 16, 20살 등 어린 역을 많이 해 왔는데, 기존의 캐릭터들과 지금의 캐릭터가 전혀 다른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은수는 소심하고 현실에 자신을 타협하는 인물로 기억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는 굉장히 감성적인 인물이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 (이정미)

망설임도 후회도 없는 윤태오, 에녹
“나 웃을 수가 없어요” 김영수, 송영식

은수에게는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태오와 교통사고 이후 만난 기대 이상의 맞선남 영수가 있다. 태오는 순수하고 밝은 스물여섯 가수 지망생, 영수는 빠지는 건 없지만 그렇다고 특출나지도 않은 서른다섯 자영업자. 과연 은수는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을 선택할까? 태오 역에는 뮤지컬 <록키호러쇼>, <사춘기>, <로미오앤줄리엣> 등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해온 뮤지컬배우 에녹이, 영수 역에는 ‘강두’를 버리고 자신의 이름을 다시 찾은 송영식이 캐스팅 되었다.

“네가 무엇을 선택하든 그게 너를 만들어” 위치, 김우형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소설을 읽으며 내가 나를 바라보고 묘사하고 있다”고 느낀 황재헌 연출가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캐릭터로,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진 인물이다. 공연 중간 중간 사회자 같은 역할을 하고, 주요 인물들의 내면 목소리를 대변해주기도 한다.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매일같이 반복되는 현대인들의 질문 선택에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매력적인 외모와 함께 냉소적이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성격을 가진 위치 역에는 지난 5월 <쓰릴 미> 이후 한동안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던 김우형이 맡는다. 그동안 <올슉업>, <지킬앤하이드>, <쓰릴 미> 등 주로 라이선스 작품에 출연했던 김우형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관전 포인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원작자 정이현은 “부엌 식탁에 앉아 쓴 작품이 시간이 흘러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녀의 소감처럼 2008년 선보인 드라마는 원작소설 문맥 사이에 감춰진 영수를 끄집어내어 새로운 결론을 만들어냈다. 뮤지컬로 장르를 옮긴 <달콤한 나의 도시> 역시 새로운 인물을 추가하고, 영화감독을 꿈꾸던 태오를 가수지망생으로 바꾸는 등의 변화를 꾀했다. 황재헌 연출가는 “젊음이 끝나고 나이 듦이 시작되는 것으로 원작이 읽혀졌는데, 그것이 슬프다는 느낌보다는 훨씬 더 단단해지고 나름의 미학이 느껴졌다. 달콤함 너머에 한 인간이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과 시선을 가졌다”며 이 작품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다.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가 소설,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 표현법에 걸맞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는 11월 13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_오디뮤지컬컴퍼니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