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 텐트> 첫 회 MBC 금 밤 10시 55분
익숙함에 대한 안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파일럿 <오마이 텐트>의 첫 방송은 정규편성을 예감케 했다. 물론, 이것은 <오마이 텐트>를 교양국 제작진이 만드는, 프라임 타임을 약간 비켜난 편성에 어울리는 결과물로 한정하는 경우에 국한된 평가다. 그러나 적어도 <오마이 텐트>는 프로그램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하나의 색깔로 꿰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 특히 진행자인 김제동은 그동안 예능프로그램 안에서 소심하거나 빈정거리는 역할을 반복함으로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만큼은 누구를 비난하거나 자신을 학대할 필요 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어 보는 이를 불편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진행자 개인의 역량이 진짜 발휘될 수 있는 순간은 그를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판을 만났을 때라는 진리를 새삼 확인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사실, <오마이 텐트>는 예상 못한 무엇을 내놓기 보다는 발견 못한 시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하는 일군의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과장된 상황을 만드는 대신 실제 캠핑족들의 소소하지만 실용적인 정보를 들었고, 뉴스거리를 생산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토크쇼라면 극적인 포장을 더했을 김제동의 개인적인 고백은 즉석에서 모인 관객들 앞에서 담담하게 흘러갈 뿐이었다. 덕분에 시청자는 많은 설명과 설득이 없이도 모닥불 앞에서 김제동이라는 사람의 진심을 듣는 기분이 될 수 있었고, 그것은 시청자의 흥미로 파고들자는 공격적인 태도보다는 현장의 진실로 보는 이를 초대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담백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손님과 시청자의 교감만을 미션으로 하는 이 방송에 앞으로도 복불복과 게임은 없을 것 같다. 패자를 만드는 것은 <오마이 텐트>에 어울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글 윤희성

<무한도전> MBC 토 저녁 6시 30분
얼마 전, 농민들이 추곡 수매가 보장을 요구하며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사람에게도 <무한도전> ‘벼농사 특집’은 대충 보고 지나칠 내용은 아니었을 것 같다. ‘벼농사 특집’은 과거 ‘모내기 특집’을 촬영했던 강화의 한 마을에서 부동산업자, 복부인, 풍수의 달인과 제자, 투기꾼 등의 역할 놀이를 하며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듯 시작되었지만 무려 1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였다. 3월에는 땅을 빌려 고사를 지내고, 4월에는 소와 대결해 논을 갈아 볍씨를 준비해 뿌리는 멤버들의 고군분투는 많은 사람들이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는 벼농사의 과정을 보여주며 백문이 불여일견임을 증명했다. 볍씨를 덮는 흙을 체로 쳐 주어야 한다는 것, 논에 올려놓은 모판 위를 부직포로 덮어두고 한 달 여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 등을 도대체 우리가 어디에서 배울 수 있겠는가. 비록 퇴비를 뿌리는 모습보다 퇴비를 지는 게임을 더 길게 보여주는 등 다소 산만한 순간도 있었지만 이미 자신들의 페이스로 시청자들을 끌고 가는 힘을 확보한 <무한도전>은 ‘벼농사 특집’에서 그들만의 뚝심을 발휘했다. 1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해진 일정 안에서 움직이는 대신 제대로 농사를 짓기 위해 다른 아이템 촬영 사이 ‘벼농사 특집’을 따로 진행하고 심지어 휴가를 반납한 정형돈이 혼자 나와 둑을 쌓기까지 하는 광경은 현재 한국 방송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은 단계를 보여준다. 또, 과거의 촬영분에 정형돈의 결혼, 유재석 2세의 소식, 농사 천재 노홍철의 열애 등 이후 벌어진 일들을 덧씌워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던 ‘벼농사 특집’, 다음 주 두 번째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물론 모내기가 벼농사의 꽃이기 때문이지 결코 다른 이유는 없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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