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2회 KBS2 목 밤 9시 55분
맥락 없이 ‘첫 눈에 반한 주인공들’의 키스만으로 멜로를 해결하는 건 진부하다.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감’으로 테러 대상을 맞춘 뒤 액션을 보여주면 액션을 위한 액션이 되기 쉽다. 하지만 키스의 주인공이 이병헌과 김태희라면? 그리고 그 액션이 위성을 이용한 추격전과 육탄전, 저격과 경호가 적절히 섞인 것이라면? KBS <아이리스>의 2회는 이 드라마의 노림수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김현준(이병헌)과 진사우(정준호)는 2회가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정식 요원이 되고, 2/3쯤 지나 대선후보 저격을 막는다. 그 사이 김현준과 최승희(김태희)의 사이에는 불꽃이 튄다. 빠른 속도전은 진부한 설정의 흠을 가리고, 강렬한 볼거리들이 이야기의 틈을 채운다. 톱스타들이 계속 키스를 하거나 액션을 하고, 테러 용의자 추격전은 서울 한복판을 가로 지를 만큼 스케일이 있다. 여기에 김현준과 최승희의 짧은 대화 동안에도 클로즈업과 풀샷을 번갈아 사용하며 CF같은 영상을 보여주는 카메라도 더해진다. 촌스러운 그래피티가 그려진 클럽에 수트를 입은 킬러가 앉아 있는 게 무슨 상관인가. 그 킬러가 탑인데. <아이리스>는 진부한 스토리를 굳이 변명하는 대신 마치 의무방어전 치르듯 그것들을 빠르게 넘기고, 장점을 극대화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뻔하지만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운’ 것들이 있는 드라마로 접근한다. 어쩌면 <아이리스>는 TV판 <쉬리>나 <본 얼티메이텀>이 아니라 ‘TV판 <해운대>’를 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통속적이고 허술한 부분도 있지만 많은 스타가 출연하고, 볼거리가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아이리스>가 끝까지 이 방법만으로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진부한 설정들을 처리한 뒤에는 진짜 ‘임무’에 필요한 제대로 된 이야기가 필요하다. 뻔한 설정을 뻔하다고 인정하고 가는 듯한 이 드라마는 복안을 마련해 두고 있을까.
글 강명석

<미남이시네요> 4회 SBS 목 밤 10시
<미남이시네요>(<미남>)의 A.N.JELL이 실제 아이돌 그룹이라면 이들의 기획자인 제작진들은 4인 4색의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적절하게 배분하고 캐스팅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감각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구도를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은 KBS <꽃보다 남자>였지만 <미남>은 보다 짜임새 있는 세계를 구축하며 개성 있는 판타지를 구현한다. 제르미(이홍기)가 미남(박신혜)에게 호스로 물을 뿌리다가 반하는 청춘 로맨스의 클리셰는 그 순간을 대놓고 과장해 버리고, 가식적인 ‘국민요정’ 유헤이(유이)는 태경(장근석)에게 첫눈에 반하는 대신 신경전을 벌인다. 미남의 사인을 만들어 주려고 몰래 연습하는 태경과, 미남의 손을 잡고 사인을 도와주는 신우(정용화)는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은찬(윤은혜)을 둘러싼 한결(공유)과 한성(이선균)의 관계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미남>은 비슷한 관계로부터 고유의 매력을 만들어냈다. 속세와 차단되어 살았던 미남이 연예계라는 세상에 적응하는 방식을 ‘아이돌을 외자’ 게임으로 보여 주는 것은 특히 ‘홍자매’ 작가들다운 발상으로, 그것은 이들이 그 세계를 어른의 눈으로 재단하는 대신 그것을 소비하는 이들의 눈높이에서 즐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력은 어리지 않은 배우들 역시 ‘청춘’ 보다도 어린 소년 소녀의 로맨스를 어설프지 않게 표현하고, 그 중에서도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는 전무후무한 타입의 미남은 단연 눈에 띈다. 물론 착하고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히로인은 많지만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감정소모하지 않는 미남의 캐릭터는 참신하다. “형님은 정말 좋은 분이십니다”라니, 이 얼마나 솔직 담백한 고백인가.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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