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개봉한 <박쥐>에서 결국 아버지 같았던 원장 신부(박인환)를 죽인 후, 시체를 차에 싣고 가면서 스스로 잘못하지 않았음을 되뇌는 상현(송강호)의 기도를 기억하는가? 당신이 <박쥐>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설명한 장면을 포함하여 총 10분 이상의 내용이 추가된 <박쥐> 확장판이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 상영되었다. 11일 두 번째 상영을 마치고 박찬욱 감독, 배우 송강호, 김해숙과 함께 이어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극장 구석구석에서 감독의 말에 귀 기울이며 메모를 하는 많은 해외 영화팬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은 감독과 배우의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집중해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던지며 <박쥐> 확장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뱀파이어가 가진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에 매혹을 느끼는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은 “안 그래도 긴 영화 더 길게 만들어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지만, ‘디렉터스 컷’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확장판에 숨겨진 이야기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개봉해서 흥행했던 영화였기 때문인지 관객들의 질문이 주로 박찬욱 감독에게 집중되어, 송강호는 박찬욱 감독의 마이크를 켜주거나 의자를 전해주는 등 관객들에게 듣는 재미 이상의 보는 재미를 주기도 했다. 근래 해외에서도 뱀파이어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어 이와의 연관성을 묻는 한 해외 영화팬 질문에, 박찬욱 감독은 “뱀파이어가 가진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에 매혹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도 “그런 의미에서 <박쥐>는 오히려 이런 점에 해당되지 않는 영화”라며, <박쥐>만의 독특한 매력을 강조했다. PIFF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박쥐> 확장판은 10월 14일 오전 10시, 마지막 상영을 앞두고 있다.

글. 부산=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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